대기업 집단 자료 제출 시 계열사 5곳 누락 혐의
법원 “고의 없는 과실···입법 미비로 과실범 처벌 못해”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지난 3월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지난 3월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 과정에서 일부 계열사를 누락해 신고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김 의장에게 고의를 찾아볼 수 없고, 과실이 있더라도 입법 미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14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안 판사는 “피고인은 자료 내용이 진실과 합치되는지 확인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법률상 과실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허위자료 제출 사실을 인식했다거나 이러한 가능성을 넘어 이를 용인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5개사 누락 신고로 얻을 이익은 파악이 안 되는 반면, 향후 5개사 누락으로 카카오와 피고인이 얻게 될 불이익은 적지 않아 보인다”면서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한 배경을 설명했다.

안 판사는 과실범을 처벌할 수 없는 입법적 한계도 설명했다. 안 판사는 “허위 자료의 제출 행위는 대규모 기업집단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과 불공정 행위를 막으려는 법을 무력화하는 것으로 과실에 대해서도 처벌할 필요성이 적지 않다”면서도 “이는 입법을 통해 해결할 문제로 공정거래법에 명문 규정이 없음에도 과실범을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했다.

김 의장은 2016년 카카오가 대기업 집단에 지정될 당시 ▲엔플루토 ▲플러스투퍼센트 ▲골프와친구 ▲모두다 ▲디엠티씨 등 5곳 계열사를 누락해 신고한 혐의로 약식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법원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12월 김 의장에게 벌금 1억원의 약식명령을 결정했으나, 김 의장이 불복해 정식재판이 진행됐다.

한편, 이날 판결로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최대 주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의장이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제재 요건을 해소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의 최대주주가 되려면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공정거래법‧조세범 처벌법‧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다만 검찰이 항소할 경우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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