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추경 신속 처리 위한 논의 시급해”···국회정상화 압박
민주 “文대통령·교섭단체 3당 여야정협의체 건의”···“추경 처리 확답 전제돼야”
한국 “‘추경 효과’ 의심, 재해추경 분리 심의해야”···“패스트트랙 철회해야 국회 정상화”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여당이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총력을 쏟고 있다. 5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자유한국당‧민주평화당 등 야당들은 이에 제동을 걸고 있어 좀처럼 속도는 붙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정부 추경안의 6조7000억원 중 재해관련 추경인 2조2000억원만 분리해 심의하자는 입장을 밝히고 있고, 한국당은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어 국회는 공전 중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일제히 ‘추경 5월 처리’와 ‘국회 정상화’를 강조하며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제출한 추경의 신속한 처리를 위한 논의가 시급하다”며 “추경은 미세먼지와 재난 예방과 함께 대외 경제 여건 변화에 대응하고 국내 실물경제와 내수 진작을 위해 긴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대외경제의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민생에 온기를 느끼기 위해서는 여야를 넘어 초당적으로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며 “야당이 동의한다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에서 의제 제한 없이 시급한 현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문 대통령은 국회 파행이 지속되면서 여야 5당 대표 회동을 제안했고, 한국당은 ‘1대1 회동’을 역제안한 바 있다. 이에 청와대는 ‘선(先) 여야 5당 대표 회동‧후(後) 1대1 회동’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국당의 반응은 냉랭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의 제안은 이른바 ‘보여주기 식 회동’에 불과해 응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한국당의 반발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한국당 설득 작업을 이어가 시급한 추경안 처리를 조속히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도 각각 추경 관련 국회 연설, ‘물밑 설득’ 작업 등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도 정부와 발맞춰 야당 설득 작업에 매진하는 모습이 관측된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 대치로 추경과 시급한 민생법안이 발이 묶인 상황을 조속히 타개해야 한다”며 “어려운 경제 상황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의 임기 종료(5월 말)를 감안하면 이번 주 안에는 국회가 정상화되고 추경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한국당에서도 얘기한 재해 추경의 필요성을 감안하면 민생을 위한 ‘골든타임’을 속절없이 흘러가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교섭단체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여야정협의체를 청와대에 건의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다만 민주당은 대통령과 교섭단체 3당의 여야정협의체 개최를 위해서는 추경안 처리 등에 대한 한국당의 확답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민주당은 한국당이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추경 관련 ‘민생투어’도 계획 중이다. 대(對)국민 여론전을 통해 추경안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여론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당정은 추경과 관련해 민생현장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국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필요한 부분은 추경 논의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은 이와 같이 추경안 처리에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지만, 야당은 정부의 추경안에 여전히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한국당은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과 관련해 민주당의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국회에 복귀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하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저희도 국회를 열고 싶다”면서 “하지만 정국이 꼬이게 된 것에 관해서는 여당의 책임 있는 조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추경안과 관련해서도 그는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을 관철해놓고) 추경을 처리하자고 하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재해 피해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건 없는 명목뿐”이라며 “(국회를 정상화하려면) 민주당이 패스트트랙을 철회하는 게 답”이라고 강조했다.

송언석 한국당 의원도 “지난해에는 세수가 많이 남아 추경을 했지만 이번에는 재원이 없어 모두 국채를 발행하는 추경”이라며 “모든 부담을 다음 세대에 넘기는 뻔뻔한 추경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해마다 반복되는 추경 때문에 추경에 대한 효과가 의심스럽다. 추경 중독”이라며 “정부는 추경을 필요하다고 국민을 호도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우리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회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범여권으로 분류됐던 민주평화당도 재해추경을 분리해 심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정부‧여당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는 모습이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미세먼지 대책은 제대로 반영을 하더라도 경기부양 대책의 일환으로 세금을 그렇게 쓰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며 “미세먼지 예산과 경기부양 예산은 구분해서 검토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확장적 재정 운용만 계속해서는 나중에 스태그플레이션(경제불황 속에서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태)만 되지, 경기 부진을 벗어날 수는 없다”며 “재정은 상시적으로 먹으면 몸에 좋은 영양제가 아니고, 경기가 아주 뚜렷하게 악순환으로 들어가려 할 때 막기 위해 일시적으로 쓰는 치료제”라고 강조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세번째)은 지난 10일 오후 추가경정예산(추경)의 빠른 통과를 위한 협조를 구하기 위해 국회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 두번째)를 예방해 내용을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세번째)은 지난 10일 오후 추가경정예산(추경)의 빠른 통과를 위한 협조를 구하기 위해 국회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 두번째)를 예방해 내용을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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