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병원, 교묘하게 규정 빠져나가···편법은 처벌·처분 없지만 비난받아야 마땅

“외람되지만 누구나 현장에 와서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병원이 직영약국을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최근 기자가 서울시 영등포구에 소재한 특정병원과 주변 문전약국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해당 병원 직원에게 한 말이다. 

지난 2003년 당시 해당 병원 이사장은 본관 옆 2층 건물을 본인 아들(현 병원장)에게 증여하고 뒤편에 있던 문전약국을 이 건물로 이전했다. 당시 병원 창고로 활용하던 2층 건물과 본관을 연결했던 구름다리가 철거되는 과정에서 주변 약국들로부터 병원직영약국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약사법 관련 조항에 병원과 약국이 구름다리로 연결돼 있으면 약국 개설 허가가 불가능하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다리를 철거한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불법과 편법 사이다. 불법의 경우 행정관청이 규정에 따라 처벌이나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편법의 경우는 이같은 처분 등이 아예 불가능하다. 바로 이같은 법과 규정을 교묘하게 피해 허가 받은 병원직영약국이 늘어도 행정관청은 손 놓고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자가 이번 취재 과정에서 영등포보건소에 전화를 하니 담당 공무원은 이미 이 사례를 인지하고 있었다. 지난해 주변 약국으로부터 민원이 제기돼 현장을 방문해 조사도 했고, 충분하게 파악해 놓은 상태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민원은 결국 수용되지 않았다. 불법이 아닌 편법 사례인 것이 중요한 이유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왜 병원직영약국과 병원직영도매가 중요하고 이 사례들을 주목해야 하는가? 의약분업 취지를 위반한 것도 정책적으로 중요하긴 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미 갑의 위치를 점유한 병원이 약국과 도매까지 장악하면 슈퍼갑이 될 수도 있고 설사 갑질을 안 한다 하더라도 주변에 불편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기자는 생각한다.  교묘하게 현행 규정을 빠져나가 약국을 개설하고 직영 또는 반직영으로 운영하더라도 수사권이 없는 보건소 등 행정관청은 이를 적발하기 힘든 현실이다.

병원직영도매 역시 마찬가지다. 규정 위반을 막기 위해 병원이 49% 지분만 보유하고 사실상 직영도매를 운영하면 현실적으로 불법 판단이 힘들다. 지난해 구로경찰서가 모 도매업체의 약사법 위반 혐의를 내사했지만 결국 발견하지 못한 것은 당초부터 일부 예상됐던 일이다. 이미 약사법 관련 조항을 분석하고 이를 빠져나가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했을 텐데 어느 누가 법리적으로 이길 수 있겠는가. 

일부 기관은 용어 자체도 틀렸다고 이의를 제기한다. 병원직영도매가 아니고 병원지분도매, 대학지분도매라는 주장이다. 정확히는 병원이 아니라 대학교가, 그것도 과반이 안 되니 단순 지분 소유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용어 문제가 아니다. 직영약국이나 도매를 운영하는 해당 병원들은 을중의 을인 제약사 영업사원들에게 욕먹을 짓은 그만 했으면 한다. 편법을 저지르면 처벌이나 처분 대신 욕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해당 병원들은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모르는 척을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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