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임원들 구속으로 그룹 차원 삼성바이오 개입 정황 드러나···경영 원활히 할 컨트롤타워 재건 더 힘들어질 듯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 사진=연합뉴스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와 관련해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소속 임원들의 구속이다. 그룹 차원의 개입 정황을 보여주기 때문인데, 이와 관련해 사업지원TF가 과거 미래전략실(미전실)과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 사업지원TF는 국정농단 사태로 물의를 빚은 미래전략실 해체 후 만들어진 컨트롤타워 조직이다. 각 계열사의 사업을 조율하던 미래전략실은 사업지원TF와 EPC경쟁력강화TF, 금융경쟁력제고TF 등 3개 TF로 나뉘게 됐다. 각자 관할하는 계열사에 차이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중심이 되는 곳이 삼성전자 등 전자계열을 맡고 있는 사업지원TF다.

사업지원TF는 미래전략실 기능 중 핵심이었던 기획 부문 등이 빠져 있다는 점에서 100% 과거와 같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진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한 삼성 계열 인사는 “사업지원TF는 미래전략실의 주요 기능이 모두 빠진 조직”이라며 “대신 인수합병 등 주요 의사결정과 관련해 일정 부분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번에 검찰이 사업지원TF 상무 2명을 구속시킨 것이 주목받는 까닭은 전자계열사 업무를 주관하는 사업지원TF가 왜 삼성바이오로직스 일에 관여를 했는지를 밝혀줄 실마리가 되기 때문이다. 사업지원TF는 앞서 언급한 대로 경영진단·기획 등 다양한 기능을 하던 미래전략실과는 달리 재무 등 기본적인 역할만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 사업지원TF의 임원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직원들의 컴퓨터에서 ‘JY’(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지칭하는 이니셜) ‘합병’ ‘미전실’ 등의 단어를 삭제하도록 한 것은 사업지원TF 본연의 업무라기 보다는 과거 미래전략실의 행동과 가깝다.

현재 구속된 삼성전자TF 소속 임원들의 진술에 따라 검찰 수사가 해당 조직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업지원TF의 팀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정현호 사장이 맡고 있다. 만일 사업지원TF가 윗선의 부당한 지시사항을 계열사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과거 미래전략실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삼성은 이번 수사로 또 한 번 컨트롤타워가 흔들릴지 모르는 위기에 처하게 됐다. 그동안 일각에선 TF로 운영되는 컨트롤타워 시스템도 불완전하다는 지적과 함께 그룹 경영을 좀 더 안정되게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컨트롤타워 재건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었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지금 운영하는 사업지원TF마저 오히려 불안한 상태에 놓이게 됐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