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지웰 푸르지오, 시행사 연대보증 지원으로 계약률 높이기 유도 불구 41세대 미계약
오는 15일부터 무순위 청약 돌입

분당 지웰 푸르지오가 미계약분 41세대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오는 15일 진행한다. / 사진=연합뉴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분당 지웰 푸르지오가 미계약분 41세대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오는 15일 진행한다. / 사진=연합뉴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분양시장 침체국면 확산에 건설업계가 너 나 없이 고전하고 있다. 한국의 트럼프라 불리는 정춘보 신영 회장이 심혈을 기울인 분당 지웰 푸르지오도 정당계약에서 분양물량 전부를 소진하는데 실패했다.

14일 금융결제원 인터넷 주택 청약사이트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신영 계열사 ㈜대농이 시행, 대우건설이 분당 수내동 1-1번지에 짓는 분당 지웰 푸르지오는 전체 166세대 가운데 41세대가 잔여물량으로 남았다. 주인을 찾는 매물은 전용면적 기준 ▲84㎡ 2가구 ▲119㎡가 39가구다. 중대형 평형인 전용 119㎡에서 대거 미계약분이 나왔다.

신영은 해당 사업장 분양대행 전면에 나서며 분양성과에 공을 들였다. 분양가는 세대 모두 9억 원을 초과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이 불가하지만 시행사는 연대보증으로 분양가의 40%까지 대출을 지원하며 계약률 높이기를 유도했다. 특히 사업장이 위치한 수내동의 13개 단지 평균 준공연도는 1992년으로 대다수가 준공 30년을 바라보고 있어 새 아파트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많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럼에도 전체 분양물량의 25%가 미계약으로 남았다.

업계에서는 수요층이 충분했지만 집값이 계속 오를지 확신하지 못하면서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풀이한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며 수요자들이 지역 랜드마크가 될 가능성이 있고 시세 상승기엔 가격 오름폭이 일반적으로 크게 나타나는 대형 브랜드를 선택하는 보수적 투자를 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입지 좋고 브랜드 인지도 높은 사업장에서 미계약이 나온 것은 충격”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단지 입지는 우수하다는 평이 이어진다. 지하철 분당선 수내역과 서현역이 모두 도보권에 위치한 더블 역세권 단지인데다, 단지와 맞닿은 광역버스 정류장을 이용하면 강남역까지 30분 내외로 도달 가능하다. 사업지 전면으로는 탄천이 흐르고 후면에는 분당중앙공원이 자리한다. 롯데백화점을 비롯한 수내역 상권과 AK플라자는 물론, 수도권 최대규모 현대백화점 판교점까지는 차량 5분 내외다.

다만 입지가 우수한 곳에 지어진 만큼 높은 분양가는 분양 성적에 독이 됐다. 윤지해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해당 사업장은 상업용지에 지어진 주상복합이어서 택지 매입비용이 일반 아파트에 비해 비싸다. 또 주상복합은 일반 아파트보다 땅을 깊게 파야 해 공사비가 많이 드는데 이는 분양가에 반영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입지적으로 주거 편의성은 우수하지만 고분양가, 높은 관리비, 이에 비해 낮은 전용면적 등이 미계약 속출의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이후 수도권에서 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사업주체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수한 입지나 브랜드 네이밍이 더 이상 1순위 완판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분양을 빠르게 마무리해야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는 건설사나 시행사, 조합으로썬 분양가격 책정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예정 시기보다 분양이 미뤄지는 단지도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계약분에 대한 무순위 청약은 오는 15일 금융결제원 사이트에서 이뤄진다. 입주자공고일 기준 만 19세 이상의 서울, 인천 및 경기도 지역에 거주하는 자는 청약통장 없이도 신청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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