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동통신 실적 부진···비통신 부문으로 만회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는 5G 시대를 맞아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5G는 그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됐던 통신사 지형이 변화할 수 있는 계기다. 어제까지 1위가, 내일도 1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이에 각 통신사 CEO들의 지금까지 성적과 경영 전략 등을 분석, 이를 통해 통신 시장을 둘러싼 3사의 향후 전망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SK그룹 내에서도 주목받는 인물이다. SK그룹 영업이익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SK하이닉스 인수 성과를 평가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2000년대 초반 '소버린 사태' 등 그룹 위기 당시에도 발로 뛰며 '해결사'로서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도 받는다. 박 사장이 지난 2017년 그룹 핵심계열사인 SK텔레콤 대표이사를 맡게 됐을 때도 '당연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5G 시대에 박정호 사장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5G 시대 '격차 확대'는 박 사장의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5G 서비스 개시 첫달 SK텔레콤 성적은 실망스러웠다. 시장 초기이라고는 하지만 5G 시대 미래 먹거리도 두드러지지 않는다. '엔지니어가 아니지만 IT기술과 시장을 바라보는 통찰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박 사장 향후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SK텔레콤은 명실상부한 국내 이동통신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지난해 말 기준 SK텔레콤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은 47.2%에 이른다. 그 뒤를 이어 KT가 31.6%를,  LG유플러스는 21.2%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지난 4월 상용화를 시작한 5G에서도 SK텔레콤이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이는 박 사장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사장은 1963년생으로,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마산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1989년 선경(현 SK네트웍스)에 입사해 SK텔레콤과 SK주식회사C&C, SK 등 그룹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특히 박 사장은 SK 내에서 유명한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지난 2012년 SK하이닉스 반도체 인수를 주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한때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SK주식회사 C&C 대표이사 시절에는 사업을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중심으로 재편하기도 했다. 이후 2017년부터 SK텔레콤 사장을 맡아 회사를 이끌고 있다.

◇5G 시대, ‘5:3:2’ 비율 지켜낼 수 있을까

현재 SK텔레콤의 가장 큰 고민은 5G 시장 점유율이다. 앞서 국내 이동통신시장은 10년이 넘도록 5:3:2(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순)의 가입자 비율을 보여 왔다. 이는 4G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비율에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바로 지난 4월 상용화에 돌입한 5G의 등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5G 상용화 한달을 맞이해 지난달 29일 기준 가입자 수를 공개했다. 가입자는 총 26만명으로 이 가운데 KT의 가입자가 10만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기부는 이통사별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KT가 10만명(38.5%), SK텔레콤은 9만명(34.6%), LG유플러스 7만명(26.9%)의 5G 가입자를 유치한 것으로 추산했다. 오랫동안 지속돼 왔던 5:3:2 비율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최근 5G 가입자 40만명 돌파를 기점으로, 다시 SK텔레콤이 1위 자리를 탈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통신사간 가입자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이 순위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SK텔레콤의 1분기 실적 역시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은 지난 7일 연결 기준으로 올해 1분기 매출 4조3349억원, 영업이익 322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비 매출은 3.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0.9% 감소한 수치다. 

특히 이동통신(MNO) 매출은 2조4100억원으로 지난해(2조5700억원) 대비 6.1%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KT와 LG유플러스가 비교적 무난한 실적을 기록한 것과 대조되는 상황이다. KT의 MNO 매출은 전년 대비 0.5% 감소한 1조7325억원을 기록했으며 LG유플러스는 전년 대비 0.8% 증가한 1조3447억원을 기록했다. SK텔레콤에서 KT와 LG유플러스로 가입자가 빠져나간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업다각화 나서는 박정호 사장

이동통신 관련 수익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속에서 박 사장은 사업다각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보안, 음원, 커머스 등 신사업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MNO ▲미디어 ▲커머스 ▲보안을 4대 핵심사업으로 재편하면서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바 있다. 기존 이동통신 중심에서 종합 ICT 회사로 도약하겠단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의 요금 할인 압박 및 시장 포화 등으로 성장 한계에 직면한 통신사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우선 미디어 사업에서는 IPTV 가입자 성장과 모바일 OTT사업 확대, 신규 콘텐츠 및 서비스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송사업자와 5G 기반의 뉴미디어 사업 협력을 모색할 계획이다. 1분기 IPTV 매출은 가입자와 콘텐츠 이용 확대로 3156억원을 기록, 지난해 대비 17.9% 증가했다. IPTV 가입자도 11만9000명 순증하며 누적 가입자 485만명을 달성했다. 

현재 SK텔레콤은 티브로드 인수 및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티브로드 인수를 통해 약 800만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오는 7월 출범 예정인 지상파3사의 푹과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 통합법인 설립에 따른 토종 OTT연합 역시 미디어 사업 강화의 일환이다. 

보안 사업 매출 역시 ADT 캡스 가입자 확대 및 신규 사업 성장과 SK인포섹 연결 효과로 전년 동기 대비 27.2% 증가한 2765억원을 기록했다. 커머스 사업은 분기 기준으로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했다. 11번가는 손익개선을 통해 1분기 매출 1569억원, 영업이익 43억원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10년 넘도록 이어진 SK텔레콤의 독주체제가 5G 시대에 들어서 깨지기 시작했다”며 “다른 통신사들도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상황에서 치열한 시장 점유율 싸움이 예상된다. 다만 비통신 분야에선 SK텔레콤이 어느정도 선방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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