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 13일(현지 시각) 중국산 수입품 부과 관세율 관련 세부사항 발표 방침
중국, 미국 대적할 ‘관세 실탄’ 부족···예의주시하며 대미 보복 자제
미·중 정상, 내달 말 G20 정상회담서 만나 무역전쟁 마무리지을 가능성 제기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美무역대표부(USTR)에서 이틀간의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마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가운데)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 사진=연합뉴스(EPA)
10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美무역대표부(USTR)에서 이틀간의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마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가운데)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 사진=연합뉴스(EPA)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미국이 예고한 대로 2000억 달러(한화 약 236조60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 인상을 감행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관세 부과에 즉각 보복 조치를 취해왔지만, 관세 보복을 위한 실탄이 미국에 비해 부족하고 무역 갈등이 다시 강대강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경제 상황이 지금보다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지난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제11차 미·중 고위급협상은 결국 결렬된 채 마무리돼 미·중 양국은 다시 관세 갈등 국면에 돌입했다. 미국은 기존 25%의 추가 관세가 적용되던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외에 10%가 적용됐던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일 0시 1분(미국 동부 시각 기준) 추가 관세율을 25%로 상향 조정했다.

◇中, 美 추가 관세 검토 발표에 ‘신중’

현재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 500억 달러 규모에 25%, 600억 달러 규모에 5~10% 차등 추가 관세를 물리고 있다. 과거 미국의 관세 공격에 즉각 대응했던 중국은 지금까지 보복 조치를 취하지 않고 언론 보도도 자제하고 있다. 실제 중국 지도부는 11차례에 이르는 미·중 고위급협상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미국의 압박에 마냥 끌려가는 상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중국 정부는 이번 관세 인상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 및 향후 파장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기존 25%의 관세가 부과되는 중국산 제품의 규모가 이전의 500억 달러에서 2500억 달러로 확대됐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남은 325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도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서류 작업 검토를 미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해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강력한 경제 타격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는 관세 실탄이 부족한 것도 한몫한다. 중국의 대(對)미 수입 규모는 1500억 달러 수준이고, 아직 관세를 부과하지 않은 수입품은 400억 달러에 불과하다. 만약 중국이 미국과 똑같이 미국산 제품 전부에 맞보복 조치를 취해도 미국의 공격에 비하면 턱없이 약하다.

중국은 올해 1분기 경제 성장률 6.4%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보다 다소 높은 회복세를 보였다. 중국이 마지막 고위급협상에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 것도 자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미국이 예고한 대로 나머지 325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까지 추가 관세를 물린다면 중국도 낙관할 수만은 없다.

아울러 올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지도부 2기가 본격 시작되고, 신(新)중국 창립 70주년을 맞아 중국의 위상을 대내외에 과시해야 하는 중요한 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맞보복을 자제하며 협상 분위기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 미국도 관세 인상을 감행하면서 중국에게 사실상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미국은 관세 인상 적용 기준을 10일 0시 1분(현지 시각) 이후 중국에서 출발한 중국산 제품이 해상 운송 등에 2~3주 걸리는 데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25% 관세가 적용되는 시점에 대해 시간적 여유를 준 셈이다. 또 미·중 양국은 구체적인 협상 재개 시점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협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남은 건 미·중 정상의 ‘톱다운’식 타협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다음 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무역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12일(현지 시각) 폭스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정상이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만날 가능성이 크다”며 추가적인 무역협상 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으나, 중국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USTR 대표와 스티븐 재무장관을 중국 베이징으로 초청했다”고 밝혔다.

양국이 추가적인 고위급협상 또는 물밑 접촉을 통해 합의안을 도출하면, G20 정상회의에서 극적인 서명식이 진행될 수 있으리라는 관측도 유력하게 제기된다.

커들로 위원장은 중국의 합의사항 입법화가 협상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불공정하고 불균형적이고 불법적인 무역 관행을 해결해야 한다”며 “지금으로서 난제는 합의사항을 중국의 입법화로 명문화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은 중국의 통상·산업 정책이 불공정하다며 자국 법률을 고치고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지식재산권 침해, 외국 기업의 기술이전 강요 등을 중국의 불공정 관행으로 꼽았다. 하지만 중국 협상단이 미국의 법률 개정 요구 철회를 요청해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커들로 위원장은 “더욱 확실한 조치가 필요하고, 그때까지 계속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며 “어떤 후퇴도 수용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막판 교착 상태에 빠진 미·중 무역전쟁 향방에 대해 “중국이 보복 조치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오늘 저녁이나 내일쯤 알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만나 톱다운 방식으로 담판을 이뤄내야 무역전쟁은 마무리될 것”이라며 “양국은 무역협상이 장기전으로 가게 되면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알고 있어 올해 마무리짓자는 데 합의를 이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양국 정상은 무역협상이 조기 타결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이루고 있지만, 만남이 다소 지체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며 “미·중 모두 상호 간의 적대적 발언을 자제하며 신중을 다하는 모습이다. 끝까지 기싸움을 펼치며 최종 타결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미국 무역대표부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13일(현지 시각)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할 관세율, 의견 수렴 절차 등 세부사항을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당국자 발언 외 미·중 무역 갈등 관련 보도 등은 통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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