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경영 정상화에 산은 1조원 투입
매각 시 원금 회수 쉽지 않아
산은 “매수자 나타나면 내일이라도 협상 가능”

KDB생명보험 본사 / 사진=연합뉴스
KDB생명보험 본사 / 사진=연합뉴스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이 올해 자회사 KDB생명보험의 네 번째 매각에 나서면서 매각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은은 KDB생명의 적자 해결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해 10여 년간 1조원 이상의 혈세를 쏟아부었다. 이에 KDB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이 개선되는 등 매각에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시장에선 생보업권의 장기 불황과 KDB생명의 높은 매각가로 인해 여전히 산은이 매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올해 자회사 KDB생명을 매각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은은 지난해 말 기준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와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를 통해 KDB생명 지분 92.73%를 보유 중이다. 지난 2월에는 두 펀드의 만기를 1년 더 연장했다. 산은이 2014년부터 KDB생명 매각을 시도했지만 매각이 번번이 무산되면서 두 펀드의 만기도 계속 연장돼 왔다. 이에 산은은 KDB생명 매각을 통한 공적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채 자금만 계속 투입하고 있어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산은은 지난 2010년 3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지원하기 위해 6500억원을 들여 옛 금호생명을 인수했다. 같은 해 6월 사명을 KDB생명으로 변경했다. 이후 산은은 KDB생명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자금수혈과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에 나섰다. KDB생명은 2016년 10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7년에는 당기순손실이 767억원으로 7배 이상 커졌다. 같은 해 RBC 비율은 108.4%에 머무르며 금감원 권고기준인 150% 밑으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보험업법상 RBC 비율은 최소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통상 200%를 넘어야 안정권으로 본다. 

이에 KDB생명은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해 1월 산은의 참여로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완료했다. 같은 해 5월 2억 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9월 2200억원 규모의 국내 후순위채권을 발행했다. 이후 KDB생명 RBC 비율은 지난해 12월 215%로 상승했다. 지난해 말 당기순이익은 6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속적인 자금 투입이 산은의 KDB 매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원금 회복을 생각한다면 매각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과거 세 번의 매각에서 핵심 변수도 매각가였다”고 말했다. 

KDB생명 당기순이익. / 그래프=이다인 디저이너
KDB생명 당기순이익. / 그래프=이다인 디저이너

산은은 2010년 KDB생명을 인수한 후 KDB생명의 체질 개선을 위해 지금까지 약 1조원가량을 투자했다. 업계에선 산은이 본전을 찾으려 한다면 네 번째 매각에 성공할 가능성은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 반대로 KDB생명을 너무 헐값에 매각해도 국민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산은이 2014년 두 차례, 2016년 한 차례 등 세 번에 걸쳐 KDB생명 매각에 나섰지만 번번이 무산됐던 이유도 매수자를 찾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산은의 투자금 회수가 매각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최근 KDB생명의 적정 매각가가 9000억원 이하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어 산은의 투자금 회수 기대를 낮춰야만 매각에 성공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생명보험사들이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해 추가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데다 KDB생명이 영업력이 아닌 증자를 통해 RBC 비율을 높였기 때문에 차후 이 비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인수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업권상 수익성 개선 가능성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산은이 높은 가격을 요구하면 매각이 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산은은 손해를 보더라도 이번 네 번째 매각에는 성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해 9월 취임 1주년을 맞아 KDB생명 매각과 관련해 “손해를 보더라도 매각하는 게 정답”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최대한 빨리 민간에 매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우리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생보사 인수를 고려 중이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보험사와 증권사 등 덩치가 큰 금융사 인수는 내년 이후에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KB금융도 KDB생명의 규모와 업계에 대한 영향력이 작다는 이유 등으로 지금까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일각에선 KDB생명 매각이 본격 논의되면 롯데손보처럼 사모펀드(PEF)가 나설 수 있다고 예상한다.  

산은 관계자는 “매수자가 나타나면 내일이라도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며 “매각가는 협의를 통해 적정한 수준에서 합의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KDB생명 관계자는 “매각은 (산업)은행의 결정 사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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