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측 “고양 창릉지구, 지난해 개발도면 유출 지역과 50% 가까이 일치하지만 문제없다”
기존 신도시 주민들 18일 2차 집회예고···3기신도시 추가 발표 반발 여론 당분간 이어질 듯

3기 신도시 입지로 새로 선정된 경기도 고양 창릉동 일정 규모 이상의 땅은 앞으로 2년 동안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만 거래할 수 있다. 사진은 고양 창릉동. / 사진=연합뉴스
3기 신도시 입지로 새로 선정된 경기도 고양 창릉동 일정 규모 이상의 땅은 앞으로 2년 동안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만 거래할 수 있다. 사진은 고양 창릉동. / 사진=연합뉴스

 

#경기도에 사는 70대 A씨는 지난해 5월과 6월 만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두 차례에 거쳐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에 있는 임야와 전을 각각 18억, 20억5000만 원에 매입했다. 용두동 일대는 90% 이상이 그린벨트 지역으로 개발행위가 제한돼 있어 거래가 뜸한데다 특히 이 같은 덩치 큰 물건은 환금성이 더욱 떨어지므로 가뭄에 콩 나는 수준임에도 대출을 활용해 통 큰 매수를 결정했다. A씨가 매입한 부지지역은 매입 후 1년이 채 되지 않아 3기신도시 고양 창릉지구(창릉동, 용두동, 화전동)로 지정됐다. 수용지역이 아닌 개발지 인근이라면 시세급등은 확실시된다.

3기신도시 추가지역 발표 이후 부동산업계 안팎에서 신도시로 지정된 지역 일대의 최근 토지거래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개발지역을 극비 사안으로써 철통보안에 부치다 유출 방지를 위해 선제 발표했다지만 고양 창릉지구 내에서는 이미 개발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소문과 함께 투자자들이 한차례 거쳐 갔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실제 지난해 10월 해당지역은 신도시 개발도면 유출을 이유로 언론에 보도됐는데 당시만 해도 박상우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국정감사에서 3기신도시로 검토한 지역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7개월 만에 추가신도시로 지정됐다. 과거 원흥지구 일대로 불리던 곳에 창릉지구라는 새 이름을 붙였지만 용두동, 화전동 등 개발지역은 상당부분 일치한다는 게 이 일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LH 측에서도 유출정보와 개발지역이 일정부분 일치한다는 것에 대해 인정했다. LH 관계자는 “지난해 유출된 도면상 개발지역과 신도시로 지정된 구역이 50% 가까이 중복되긴 하지만 김현미 장관이 직접 얘기했듯 유의미한 수준의 투기는 없는 걸로 판단해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3기신도시로 검토하던 지역이 아니었는데 결정된 배경으로는 “애초부터 3기신도시로 연관지어 개발한 게 아니라 통상 해오던 업무인 택지지구 발굴 작업지가 결정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도면 유출 뿐 아니라 고양시를 둘러싼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도 신도시 지역 선정 정당성에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 2월 말, 제30차 미분양관리지역으로 고양시를 지정했다.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선정하는 것은 아파트 공급과잉이 심하니 당분간 신규 공급을 쉽게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미분양 폭탄을 예방하겠다는 의미다. 그런데 HUG는 발표 하루 만에 지정을 철회했다. HUG는 해당지역이 미분양관리지역이기는 해도 여전히 청약 과열과 집값 상승 우려가 있는 청약조정지역 대상이어서 지정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당시 HUG가 국토부의 입김에 못 이겨 미분양관리지역 지정을 철회한 것으로 해석했다. 지금에 와서는 ‘대규모 물량공급이 진행될 3기신도시 발표를 염두에 둔 행보였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 같은 이유로 1기신도시 일산과 2기신도시 파주 운정지구 신도시 주민들의 여론 반발은 점점 더 인근 지역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해당 지역주민들의 단체행동은 3기신도시 지정으로 인한 낡은 신도시 지역 슬럼화 가속과 이에 따른 집값하락 등 지역이기주의로 볼 수도 있지만, 설익은 주먹구구식 정책에 대한 반발이라는 지적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산과 파주 운정 주민들은 지난 12일에 이어 오는 18일에도 연합해 일산 호수공원 인근에서 2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일산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서울 집값 잡기 과제에 정부가 경기 서북지역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동문서답식 정책으로 대응하면서 애먼 사람들의 삶의 터전 안위가 위태로워졌다”고 우려했다. 검단신도시 주민과 입주예정자 모임인 입주자총연합회는 인근 인천 계양과 부천 대장지구까지 3기신도시로 추가된 데 대한 대응책 마련 차원에서 박남춘 인천시장 면담을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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