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감독 안소니 루소・조 루소)이 국내 관객 13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 시장에서 23억 달러를 벌어 들였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수익을 낸 영화로 등극했고, 미국에서만 6억 6천 4백만 달러(한화 7821억 9200만 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전편 ‘인피니티 워’ 이후, 지구의 마지막 희망이 된 살아남은 어벤져스 군단과 악당 빌런 타노스의 대결을 그린 영화가 크게 흥행에 성공한 것은 복합적이다. 블록버스터의 스펙터클이 선사하는 시각적인 즐거움, 역대 마블 시리즈 영웅들이 주는  친밀감, 어벤져스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라는 아쉬움, 고대 그리스 신화를 닮은 영웅들의 인간적인 고민  등이 한데 어우러진 듯하다.

시각적인 쾌감을 주는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의 속살은 뜻밖에도 가족이다.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언 맨은 아빠가 돼 어린 딸을 두고 또다시 전쟁을 하는 것을 꺼려하고, 신의 영역에 속하는 토르 역시 가족 앞에서는 한없이 약한 존재다. 한 번도 가족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블랙 위도도 어벤져스 멤버들이 그의 가족이었다고 털어 놓는다. 어벤져스를 떠났던 호크아이가 다시 전투에 나서게 되는 이유도 역시 가족의 소중함 때문이다.

개성 넘치는 각각의 마블 영웅들이 거대 악 타노스와의 대결을 앞두고  뭉친다는 것이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영웅이지만 범인(凡人) 처럼 서로 다투기도 하고, 고민하고, 다시 도전하는 게 마치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의 영웅과 신들이 희로애락의 감정을 표출하고 갈등하는 것 같다.

천만명 이상이 본 ‘어벤져스: 엔드게임’는 여전히 50%가까이 높은 예매율을 보이며 관객을 모으고 있다. 본 관객들이 다시 영화를 보기 때문이다. 앞서 천만 관객이 들었던 전편의 다른 영화도 비슷한 재 관람률을 기록한 바 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2018)는 8.2%, '어벤져스: 에이즈 오브 울트론'(2015)은 5.3%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전국 스크린의 90% 이상을 점유하면서 스크린 독점 논란도 다시 불붙었다. 정부도 ‘스크린 상한제’ 추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신임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최근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 돌풍으로 재점화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두고 영화시장 불공정행위 개선 의지를 밝힌 것이다. 스크린 점유 상한제는 대형 상업 영화가 스크린을 지나치게 독점하는 영화산업의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으로 특정 영화에 배정되는 스크린 수를 법으로 제한하려는 조치다.

영화뿐 만아니라 문화산업에서의 독과점은 바람직하지 않다. 관객들이 골라 볼수 있는 다양한 영화가 많이 나와 취향에 맞는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하는 편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일시적으로 관객이 증가한 듯 보이지만 결국 영화관람인구 저변이 죽어 산업전체가 쇠락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영상산업을 억제하는 네가티브한 정책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가 되선 곤란하다. 문체부는 최근 "상업영화 상영관에 '독립영화를 책임져라'고 하면 안 되고 정부가 상영관부터 홍보·마케팅, 컨설팅까지 지원해야 한다"며 시장 개입 앞서 정부의 책임을 강조한 것은  잘 한 일이다.

상업영화는 상업영화 대로 더 ‘웰 메이드( Well made)’ 하게 만들어 대중성을 확보해야 한다. 시장논리에 두면 된다. 대신 이른바 예술영화, 독립 영화등 비상업영화는 정부가 지원하고,  별도의 공간 (전문 상영관)확보를 해 줘야 한다. 이것이 상업영화와 비 상업영화 서로가 윈 윈 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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