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 캔슬링 선능 탁월해 교통 소음 줄여···높은 가격대‧통화 품질은 아쉬워

소니
소니 무선 노이즈캔슬링 헤드셋 WH-1000XM3 /사진=윤시지 기자

 

하루 3시간씩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다 보면 ‘차 아니면 집을 사자’는 생각이 절박하게 들곤 한다. 출퇴근 시간이 아까운 건 둘째 치고, 밀고 들어오는 온갖 소음에 치여 심신이 닳는 기분이 들어서다. 그래서 전철에 오르기 전엔 이어폰으로 귀부터 틀어막는 게 습관이 됐다. 거슬리는 열차 소음을 듣지 않기 위해 음악을 재생하지 않고 귀마개처럼 이어폰만 꽂고 있는 경우도 더러 생겼다.

최근 9일 간 착용해 본 소니의 무선 노이즈캔슬링 헤드셋 WH-1000XM3는 이 같은 교통 스트레스를 덜어줬다. 출퇴근길에 도사린 소음이 줄여 귓가에 들리는 음악에 더 깊게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앞세워 무선 헤드폰에 대한 진입 장벽을 깰지 주목된다. 

◇출퇴근길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노이즈 캔슬링

평일 오전 서울 노량진역에 출발하는 중앙보훈병원역행 9호선 급행열차는 소음의 온상지다. 밀고 들어오는 출근 인파 틈에서 고통어린 탄식이 터져 나오는 것은 물론, 열차가 달리기 시작하면 덜컹거리는 열차 소음에 귀가 멍해진다. 최근 열차 안에서 소음 측정 애플리케이션으로 측정했을 때 순간적으로 70dB(데시벨)에 가깝게 기록되기도 했다. 혼잡한 차도의 소음 수준이다.

노이즈캔슬링은 이 같은 교통 소음의 볼륨을 낮췄다. 그러면서 음악에 대한 몰입감은 키웠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은 단순한 귀마개와는 다른 원리로 작동된다. 항공기 조종사들의 청력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기술인만큼 더 근본적으로 소음을 차단한다. 헤드폰 안팎에 위치한 센서가 주변소음을 판단하고 반대파를 내보내 소음을 상쇄하는 원리로, 소니는 자체 개발한 노이즈 캔슬링 프로세서 QN1을 이 헤드폰에 탑재했다. 전작 대비 연산력이 4배 빨라졌다.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은 완벽한 '무음'을 선사한다기 보다는, 백색소음에 가까운 잔잔한 소음만 허용했다. 헤드폰의 전원을 켜고 음악 재생 없이 노이즈 컨트롤만 작동하면, 주변 소음이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 이야기를 하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정도다. 음악을 재생하지 않은 상태에선 다소 귀가 먹먹한 느낌도 있었지만, 음악을 재생하면 주변 소리가 줄어든 까닭에 몰입감이 커졌다. 

오래 쓰면 머리가 눌릴까봐 출퇴근길에만 짧게 착용하려고 했지만 노이즈캔슬링이 주는 안온감은 점차 일상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를 제외하고 이동 중엔 거의 헤드폰을 벗지 못 했다. 오후가 될수록 뒷머리가 뜨고 앞머리가 쫙쫙 갈라져도 노이즈 캔슬링을 포기할 수 없었다. 헤드폰을 벗게 되면 갑작스럽게 커지는 주변 소음에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목이 칼칼한 미세먼지처럼, 일상적으로는 모르고 살았던 미세 소음이 들이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간혹 공공장소나 카페와 같은 시끄러운 환경에서 급하게 기사를 작성할 때도 노이즈캔슬링은 유용했다. 함께 카페에 갔던 동료 기자는 잠깐 헤드폰을 써보겠다면서 빌려 갔다가 2시간 가까이 돌려주지 않았다. 차마 헤드폰을 벗을 수 없었다는 그는 “마치 삼림욕 하는 기분”이라며 감상을 전하기도 했다.

소니 커넥터 어플 화면 / 캡처=윤시지 기자
소니 헤드폰 커넥터 어플 화면 / 캡처=윤시지 기자

 

이 헤드폰은 사용자의 이동 상태에 따라 자동적으로 헤드폰이 주변 소리 차단 정도를 조정한다. 사용자는 소니 헤드폰 커넥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정지 상태, 걷는 중, 뛰는 중, 차량 이동 등 4가지 모드에 맞춰 소음 차단 정도를 20단계로 설정할 수 있다. 사용자가 가만히 서 있을 땐 ‘정지 상태’ 모드였다가, 차량으로 이동이 감지될 경우 ‘차량 이동’ 모드로 소음 차단 수준이 바뀌는 식이다. 모드 전환 속도는 1분 내외로 빨랐다.

편리한 조작감도 장점이다.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헤드폰 겉면을 손으로 터치해 음량과 재생 조작이 가능했다. 손바닥으로 헤드폰 오른쪽 하우징을 터치하면 음악 소리가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퀵 어텐션’ 기능도 유용했다. 사용 기간 동안 헤드폰 충전은 두 번 했다. 이 헤드폰은 3시간 완전충전하면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켜둔 채 최대 30시간 연속 음악을 재생할 수 있다. 음악만 들을 경우 34시간 연속 재생이 가능하다.

소니 무선 노이즈캔슬링 헤드셋 WH-1000XM3 및 케이스 /사진=윤시지 기자

 

◇무선 헤드폰 진입장벽 깰까

다만 통화 품질이 다소 아쉬웠다. 이 제품은 전작과 달리 이어컵 하단에 멀티 마이크로폰을 탑재해 소음 속에서도 통화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그러나 일반 이어폰의 마이크보다 성능이나 편의성이 다소 떨어져 아쉬웠다. 실제로 헤드폰을 착용한 채 전화를 걸자, 상대로부터 “들리긴 들리는데 거의 내 목소리만 울린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후 헤드폰으로 연결한 통화를 녹음을 통해 확인해보니 발신자의 음성보다 웅웅거리는 외부 소음이 더 크게 들린 것을 확인했다. 이에 사용 기간 내내 전화가 걸려올 때마다 헤드폰을 벗고 스마트폰으로 직접 통화해야 했다. 

WH-1000XM3는 고가 헤드폰이라는 진입 장벽이 뚜렷하다. 가격은 49만9000원으로 30만원이 넘는 고가 제품군에 속한다. 제품 수요층은 다소 다르지만, 무선 이어폰 사용자들은 255g에 달하는 헤드폰 무게, 두툼한 케이스를 불편하게 여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헤드폰이라는 하드웨어를 통해 노이즈 캔슬링 성능을 보다 극대화할 수 있는 점은 여타 제품군과 차별점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소니 관계자는 "무선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도 성능이 좋지만, 아무래도 헤드폰과 하드웨어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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