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특색 있는 행사 고민해야

 

10일 기자가 방문한 일산 킨텍스 제2전시관 입구에는 아침 일찍부터 플레이엑스포(PlayX4) 입장을 기다리는 관람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평일 아침임에도 불구, 전시장 안에는 이미 수백명의 관람객들이 각종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플레이엑스포(PlayX4)는 게임은 물론 즐길 수 있는 모든 콘텐츠를 포괄하는 ‘플레이(Play)’와 전시회를 뜻하는 엑스포(expo)의 발음이 담긴 ‘X4’를 조합한 합성어다. 즐거움이 배가된 체험형 미래 게임 전시회라는 의미도 담겨있다. 현재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고 있다. 

플레이엑스포는 2009년 ‘경기기능성게임페스티벌’로 시작해 2013년 ‘굿게임쇼 코리아’를 거쳐 지난 2016년부터 플레이엑스포로 변모했다. 지난 10년간 총 50만9593명이 관람하고 총 3570개사가 참가하며 국내 주요 게임전시회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은 상황이다.

◇올해로 11주년 맞이한 플레이엑스포

플레이엑스포는 가상현실(VR), 시뮬레이터, 드론, 로봇, 동작인식 기반 게임 등 각종 신기술이 결합된 차세대 융·복합 게임쇼를 지향한다. 가장 큰 특징은 VR·증강현실(AR) 게임부터 추억의 게임까지 게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는 점이다. 

오는 12일까지 계속되는 행사는 크게 ▲국내게임 개발사의 국내외 시장진출을 지원하는 수출상담회 비투비(B2B) ▲일반 관람객을 위한 전시회 비투씨(B2C) ▲글로벌 게임사의 다양한 게임신작 소개 ▲각종 e스포츠 대회 ▲ 2차 창작물 축제 네코제x블리자드 ▲트위치 스트리머 팬미팅 등으로 구성됐다.

 

관람객들이 아케이드 게임을 즐기고 있다. / 사진=원태영 기자
관람객들이 아케이드 게임을 즐기고 있다. / 사진=원태영 기자

현재 국내 최대 게임 행사는 부산에서 개최되고 있는 ‘지스타’다. 지난해 열린 지스타 2018에서는 약 24만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넥슨, 넷마블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 역시 지스타에서 미공개 신작을 매년 공개하고 있다. 

플레이엑스포는 지스타와 비교해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플레이엑스포 관람객은 약 7만7000명이다. 경콘진이 제시한 올해 목표는 10만명이다. 아직은 지스타와 비교해 규모면에서 한참 부족한 상태다.

◇ ‘지스타와는 다른 분위기’…종합게임쇼 느낌 ‘물씬’

종합게임쇼라는 표현만 놓고 봤을 때, 더 어울리는 게임쇼는 지스타가 아닌 플레이엑스포다. 지스타 역시 종합게임쇼를 지향하고 있지만, 국내 게임시장이 모바일게임 위주로 바뀌면서 사실상 행사장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대형 게임사 위주로 부스가 꾸며지는 지스타 특성상, 각 게임사들이 내놓는 게임에 맞게 시연대를 구성할 수 밖에 없다.

반면 플레이엑스포는 PC 온라인게임을 비롯해, 아케이드 게임, 콘솔 게임, 고전 게임 등 거의 모든 종류의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지스타와 비교해 각 부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오히려 시연할 수 있는 게임 가짓수는 훨씬 많았다. 지스타에 참여를 꺼린 콘솔 게임업체들이 대거 참여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세계 콘솔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는 어드벤처, 액션, 리듬, 슈팅, 스포츠 등 다양한 장르의 플레이스테이션4 타이틀을 준비했으며, ‘KINGDOM HEARTS III(킹덤 하츠 III)’ 한국어 자막 버전을 비롯해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타이틀 3종을 공개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콘솔게임 개발사이자 배급사인 세가(SEGA)는 역시 오는 21일 발매 예정인 ‘팀 소닉 레이싱’과 오는 6월 발매 예정인 ‘용과 같이5 : 꿈을 이루는 자’를 이번 행사에서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다양한 e스포츠 경기 역시 볼거리다. 메인무대와 특설경기장에는 ‘오버워치컨텐더스 코리아 시즌1 플레이오프’, ‘철권 월드 투어 한국 마스터 티어 결승전’, ‘리그오브 레전드 여성부 쇼매치’ 등 다양한 분야의 e스포츠 대회가 열린다. 오는 11, 12일에는 넥슨과 블리자드 게임을 주제로 한 다양한 창작물을 전시되는 ‘네코제×블리자드’가 킨텍스 제2전시장 후면 야외광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대학생 이모씨(26)는 “지난해 지스타에 갔을 때, 모바일게임이 거의 전부라 시연하는 재미가 없었다”며 “플레이엑스포는 다양한 오락실 게임이 많아 지스타보다 오히려 즐길 거리가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도 이번 행사에 참가했다. / 사진=원태영 기자
LG유플러스도 이번 행사에 참가했다. / 사진=원태영 기자

◇ 아직은 부족한 플레이엑스포만의 특색

그렇다면 플레이엑스포가 향후 더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플레이엑스포가 다양한 게임 전시를 통해 종합게임쇼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칭찬할 만 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관람객을 행사장으로 끌어들이긴 쉽지 않다. 게임은 오락실이나 PC방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플레이엑스포에서만 얻을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지스타의 경우, 매년 다양한 미공개 신작을 공개한다. 사실상 유저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사들의 미공개 신작을 먼저 경험하기 위해 지스타를 찾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부산이라는 지리적 한계에도 불구, 매년 지스타 관람객이 늘어나고 있는 배경이다. 

플레이엑스포 역시 매년 관람객이 늘어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굳이 방문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플레이엑스포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행사나 각종 이벤트를 더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e스포츠 경기나 코스프레, 유명 인플루언서 초대 등은 다른 곳에서도 모두 하고 있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플레이엑스포 메인스폰서를 게임사가 아닌 통신사가 맡았다”며 “현재 플레이엑스포가 처한 상황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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