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설비시설 등 형태로 존재하고 현금 비중은 매우 작아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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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대기업들이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된 바가 있죠. 한 시민단체가 재벌기업들의 사내유보금 추산액을 공개한 것을 바탕으로 기사들을 작성한 것인데요. 쉽게 말해 30대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으로 950조원씩 쌓아놓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내유보금이 말하는 것이 정말 현금일까요? 사내유보금이 의미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일까요?

우선 사내유보금이란 용어 자체가 오해를 불러일으킵니다. 사실상 정확한 회계상 용어는 아니지만 언제부턴가 많이 쓰이고 있는데요. 용어만 보면 마치 사내에 쌓아둔 현금처럼 보이지만 잘못된 표현이죠. 정확히 말하면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의 합을 의미합니다. 더 쉽게 설명하자면 기업이 벌어들인 돈 가운데 세금을 내고 주주들에게 배당을 해서 나눠주고 난 후 남은 이익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사내유보금이라는 것은 이름과 달리 대부분 현금이 아닌 건물이나 생산설비 등으로 돼 있습니다. 사내유보금을 단순히 돈으로 생각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사내유보금은 약 291조원 정도인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얼마일까요? 약 30조원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 경우만 봐도 사내유보금 현황을 제시하며 ‘현금을 쌓아뒀다’라고 하는 것은 사실 전혀 맞지 않은 표현이죠.

차라리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고 싶다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 모릅니다. ‘돈을 그만큼 많이 벌어들였으면 주주들에게 더 배당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이죠.

그런데 기업들이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꼭 나쁘게만 볼 수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로 현재 SK와 한화가 거론되고 있는데요. 두 기업 다 수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면 아예 거론자체가 되지 않았을 겁니다. 우리는 기업들에게 늘 ‘투자를 하라’고 하죠. 투자를 해야 국가경제가 살아난다면서요. 그런데 돈 없는 기업에게 투자를 하라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 기업이 무작정 돈을 쌓아두는 행위가 옳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기업이 돈을 벌면 그 성과를 내는데 기여한 일하는 사람들과 주주들에게 뭔가 열매가 돌아가야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니까요. 특히 현금만 쌓아 두고 오랜 기간 별 투자도 안하는 기업들의 경우 변명 여지가 적을 듯합니다. 다만 현금을 어느 정도 쌓아두는 것이 적정하냐의 문제는 너무도 풀기 어려운 과제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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