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년比 70%↓···유가 상승 여파 발주 물량 축소
시장 커진 ‘아시아’, 글로벌 업체 간 경쟁률 치열
“현재 추세 이어지면 지난해 수주액보다 밑돌 수도”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건설사들이 올해 국내 건설시장 침체가 예상됨에 따라 해외 시장을 집중 공략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해외통’ 출신 임원들을 중심으로 인력 보강이 이뤄졌고, 해외 건설 수주 목표액도 지난해에 비해 대폭 늘렸다. 중동 발주 물량 증가와 아시아 인프라 투자 본격화 등이 기대 요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건설사들의 기대와 달리 해외 건설시장은 녹록지 않은 모습이다. 발주자 중심의 시장 환경으로 인해 수익성이 확보된 프로젝트 진입 조건은 더욱 까다로워졌고,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터키 등 후발주자들이 진입하면서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에 해외 수주 실적은 13년 만에 최악의 수준을 기록 중이다.

10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건설·플랜트 등 해외 수주액은(10일 기준) 75억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131억 달러) 대비 43% 가량 떨어진 금액이다. 이는 2006년(61억달러) 이후 13년 만에 나온 최저 성적표이기도 하다.

특히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텃밭이었던 중동 지역은 수주액이 급감했다. 올해 중동 수주액은 11억 달러로 지난해(37억 달러) 대비 70% 가량 줄었다. 유가 하락으로 중동 지역의 발주 물량이 줄어들고, 중국·유럽 등 후발주자들의 공세가 심해 국내 건설사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미·중 무역협상의 불확실성 탓에 유가가 하락하면서 재정 악화를 우려한 중동 지역들이 발주를 연기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여기에 아프리카에 머물러 있던 중국이 중동 플랜트 시장을 공격적으로 파고드는 추세다”고 말했다. 이어 “터키 등 유럽 플랜트업체들은 현지 인력 조달 등 글로벌화에 성공해 가격경쟁력이 강화됐다”며 “물량은 한정돼 있는데,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어 올해 목표치를 채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석탄·가스발전 분야의 경우 중국과 기술 격차가 크게 좁혀진 상황이다. 향후 중동 프로젝트 수주에서 중국 업체의 공격적인 수주는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건설사들의 새로운 먹거리 시장으로 떠올랐던 아시아 지역에서도 실적 부진이 두드러졌다. 수주액은 지난해 77억 달러에서 올해 50만 달러로 36% 가량 감소했다. 수주 건수 역시 9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6건) 보다 27% 줄어들었다. 시장이 커진 만큼 글로벌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아시아 지역은 타 지역에 비해 여전히 높은 경제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인프라 수요도 가장 많은 지역이다”며 “하지만 그로 인해 해외  건설 수요가 증가한 탓에 이 지역을 차지하기 위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대외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양질의 프로젝트 확보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건설사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강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과 유럽 경기침체 등 세계 경제상황이 불안한 정세를 보이고 있어 글로벌 해외 건설 발주 환경도 전년에 비해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나라 해외 건설 수주액은 전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 지난해 기록한 300억 달러를 밑돌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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