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쟁점들 이달 내 논의될 것으로 보여···“진전 없을 경우 파업 등 최후통첩”
“국내 자동차 시장 생산기지로서의 메리트 잃은 지 오래, 얼른 인지해야”

한국GM 노조 금속결의대회. / 사진=한국GM 노조
지난해 11월 열렸던 한국GM 노조 금속결의대회. / 사진=한국GM 노조

완성차업계 노사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5월이 하투(夏鬪) 여부를 결정 짓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13일 임단협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하고 이달 말 교섭을 진행할 계획이고, 르노삼성 노조는 14일 사측의 새로운 협상 대표와 임단협 교섭을 재개한다. 일부 노조의 경우 향후 교섭에서도 진전이 없을 경우 파업 등 최후 통첩을 계획하고 있다.

10일 르노삼성 노조에 따르면, 이 회사 노조는 오는 14일 사측과 임단협 교섭을 재개하고 윤철수 신임 인사본부장과 첫 인사를 나눈다. 이번 교섭에선 ‘향후 교섭 일정’, ‘상호 간 인사’가 주된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재정 르노삼성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14일은 실질적인 교섭보다는 서로 통성명 등 바뀐 사측 대표와 인사하고 향후 교섭 계획을 잡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교섭 이후 새로운 교섭 날짜를 잡고, 만일 그때도 변화가 없다면 전면파업 등 최후통첩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노사 역시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임단협 교섭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오는 13일 임단협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하고 이달 말 혹은 6월 초 교섭에 들어간다.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가결된 ‘2019 임단협 요구안’엔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 ▲성과급 당기순이익의 30% 지급 ▲상여금 통상임금에 적용 ▲해고자 원직 복직와 고소 고발 및 손해배상 철회 ▲노조 추천 노동이사 1명 선임 등이 포함됐다. 이 중 성과급 당기순이익의 30% 지급, 노조 추천 노동이사 1명 선임 등이 교섭의 주요 쟁점이다.

현대차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6450억원이다. 직전년도의 3분의 1 수준이다. 일각에선 당기순이익이 떨어진 상황에서 5만명 수준인 현대차 노조원들에게 약900만원씩 배분하라는 노조의 안건은 ‘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순이익 30% 성과급은 관례적인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실제로 수용된 적 없다. 매년 20% 미만으로 받아왔다”고 말했다.

한국GM은 사측과 13차례 단체교섭을 진행하면서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단체협약 개정 등에서 의견 차이를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차별성과급 도입, 조합원 인사이동 시 노조 협의 절차 삭제, 노조 활동 시간 제공 폐지 등 10여개 조항이 쟁점으로 남아 있어 파업 가능성은 여전하다.

노사 갈등을 봉합할 주요 교섭이 대부분 이달 내 이뤄지는 셈이다. 만일 교섭에서 진전이 없을 경우 결국 올해도 하투(夏鬪)가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임금 및 단체협상을 둘러싼 노조와 회사 갈등이 매년 여름 심화하는 탓에 노조의 여름 파업을 하투(夏鬪)라고 부른다.

만일 여름 파업이 진행될 경우 한국 자동차 생산량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밑바닥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95만4908대로 국제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업계선 한국이 생산기지로서의 메리트를 잃은 상황에서 파업까지 진행될 경우 겉잡을 수 없는 산업 생태계 붕괴가 진행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GM이 군산 공장을 지을 때가 1997년인데 이후 추가적인 공장 설립은 없었다. 그때와 지금의 한국 자동차 생태계를 비교하면 지금은 생산기지로서의 메리트를 모두 잃은 상황”이라면서 “사측도 그렇지만, 노조도 업계 상황이 과거와 달라졌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수소·전기차 등 미래차로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자동차 업계가 변하고 있는데, 노사 간 갈등이 매년 지속되면 국내 자동차업계는 흐름에 뒤처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자동차산업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데, 노사 간 갈등은 매년 지속되고 있다. 지금은 힘을 합쳐 변화를 이끌어야 할 때”라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르노삼성 스페인 공장 등의 사례를 보면서 노조도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가 언급한 스페인 공장은 바야돌리드 공장이다. 2005년 이후 148개 공장 가운데 생산량 꼴찌 수준으로 떨어지자 2009년부터 3년간 임금동결 및 특근·야근 수당을 평일과 동일하게 받는 등의 노력을 해왔다. 결국 2016년엔 148개 국제 자동차 공장 중에서 생산성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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