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채용비리’ 내부자만 재판에···부정 청탁자는 또 처벌 피하나
‘KT 채용비리’ 내부자만 재판에···부정 청탁자는 또 처벌 피하나
  • 주재한 기자(jjh@sisajournal-e.com)
  • 승인 2019.05.1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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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이석채 전 회장 등 3명 기소···12건 부정채용 확인
청탁한 유력자들 수사는 지지부진···처벌 사례 거의 없어
위력·직권남용 등 입증 어려워···“청탁자가 죄질 더 나쁜데” 지적
지난달 30일 이석채 전 KT 회장이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이석채 전 KT 회장이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석채 전 KT 회장 등 이 회사 채용비리에 가담한 내부자 3명이 재판에 넘겨졌으나, 정작 부정 청탁자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위력이나 직권남용을 입증해야 하는 현행법상 한계로 청탁자가 면죄부를 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전날 이 전 회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김상효 전 인재경영실장(구속기소)과 김아무개 전 인사담당상무보(불구속기소)에게도 같은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이 전 회장은 2012년 상반기 대졸신입사원 공채에서 3명, 같은 해 하반기 공채에서 4명, 같은 해 홈고객부문 공채에서 4명 등 총 11명을 부정 채용하도록 해 인사담당 실무자들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실장과 김 상무보는 2012년 공채에서 1명을 부정 채용한 혐의다.

그러나 KT 내부에서는 채용 청탁자인 ‘유력자’들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부실 수사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 청탁자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사람 중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거나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고발한 KT새노조는 검찰이 채용비리 의혹 발단자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 조차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김 의원 외에도 성시철 전 한국공항공사 사장, 정영태 전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총장, 김종선 전 KTDS 사장 등이 청탁자로 지목된 상태다.

청탁자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이들의 범죄를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상 채용비리 사건에서 피의자들에게는 형법상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된다. 업무방해는 위력이나 허위사실 유포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해야 구성요건이 충족된다. 즉, 청탁자는 채용 담당자가 정상적인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거나 속였을 때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

그런데 청탁자의 압력을 입증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채용 담당자의 범죄는 증거가 남는 반면, 청탁자나 청탁자의 청탁을 받고 담당자에게 이를 지시한 지시자의 범죄는 증거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청탁자의 청탁은 발언으로 물증이 남기가 어렵고, 민원과 청탁을 뚜렷이 구분 짓기도 곤란하기 때문이다. 지시자 역시 특정인을 뽑으라는 명시적인 표현을 하지 않거나 ‘참고만 하라는 취지였다’라고 발을 빼는 경우도 많다.

검찰은 청탁자가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무원일 경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하기도한다. 그러나 이 역시 청탁자에게 남용할 직원이 있었다거나 직무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실제 공공기관 채용비리 사건 중 청탁자가 처벌된 사례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2014년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선임연구원이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국제기구 사무국의 채용 과정에 개입해 아들을 취업시켰다가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례 정도가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압박해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일한 인턴 직원을 공단에 채용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등)로 기소된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의 경우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1·2심은 “산하기관에 채용을 요구한 행위가 국회의원의 일반적 직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국회의원의 직권이 남용된 사례로 볼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KT새노조 측은 “국민 눈높이로 보자면 이번 KT채용비리 사건에서 가장 나쁜 사람은 채용비리를 저지른 KT 임원들이 아니라 채용을 청탁한 이른바 유력자들”이라며 “청탁자는 아무도 기소되지 않았고, 소환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채용비리 근절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이에 서울남부지검은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등 청탁자로 지목된 인물들에 대한 수사도 계속 이어가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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