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고위급협상 첫날 종료···10일까지 협상 이어가며 관세부과 시점 사실상 연기
트럼프 행정부, 25% 관세 대상 2500억달러로 확대···“선박 이동 시간 고려, 3~4주 더 소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모습.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모습.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미국이 대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했다. 다만 관세 부과 시점을 조정해 10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0시1분 이전에 미국을 향해 출발한 중국 화물에 대해서는 기존대로 10%의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이끄는 미측 대표단과 류허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중국 측 대표단은 9일 오후 5시쯤부터 워싱턴 USTR 청사에서 협상을 진행했다.

로이터 통신은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 국경보호국(CBP) 대변인의 발언을 인용해 “10일 오전 0시1분 이전에 미국을 향해 출발한 중국 화물에 대해서는 기존대로 10%의 관세를 적용한다”며 “관세 부과의 기준 시점을 도착지(미국)가 아닌 출발지(중국)로 하고 중국 화물이 미국에 도착할 때까지 관세 인상 효과를 지연시켜 중국과의 협상 시간을 벌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중국산 화물이 선박편으로 통상 미국에 들어오는 데 3~4주가 걸리기는 만큼 미중 협상단은 그만큼 시간을 벌게된 것”이라고 전했다.

미 행정부는 이날 오전 0시1분(미 동부시간)부터 2000억달러(한화 약 235조6000억원) 규모의 5700여개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10% 관세 부과가 시자된 중국산 수입품이 그 대상이다.

미국 소비자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컴퓨터·부품, 휴대전화·통신장비, 가구, 자동차 부품, 의류, 장난감 등 광범위한 소비재 등도 포함된다. 이에 따라 미국이 25%의 관세율을 적용하는 중국산 수입품 규모는 총 2500억 달러가 됐다.

그동안 미국은 지난해 7월 340억 달러, 8월 16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미국은 그 당시 반도체를 비롯해 중국의 첨단 제조업 육성 프로그램 ‘중국제조 2025’를 겨냥한 제품들을 포함했다. 

첫날 일정을 마무리한 미중 무역협상 대표단은 10일(현지시간, 한국시간 11일) 다시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백악관은 성명을 내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내일 아침 류허 중국 부총리를 만나 협상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 측은 중국에 대해 합의 이행 법제화 등 핵심 이슈에서 약속을 깼다며 비난을 하고 있고, 중국은 미국에 유감을 표시하며 반격 조치를 예고하는 등 양국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협상이 당초 기대했던 협상기간 연장, 최종타결 등 성과를 내지 못하면 무역전쟁은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결렬되면 2000억 달러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외에도 조만간 325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전 “시 주석의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며 시 주석과 통화할 수 있다고 밝혔고, 류 부총리는 “진정성을 가지고 왔다. 합리적이고 솔직한 대화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관세는 내가 수년간 말해온 대안”이라며 “우리는 1년에 수백억 달러를 (관세로) 받을 것이고, 그것은 매우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협상 막판까지 중국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미중 무역협상 흐름상 미국이 공격수, 중국이 방어하는 입장인데 결국 관세를 부과한 것을 보면 미중 무역전쟁은 장기전으로 확전될 것 같다”며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양 정상이 만나 톱다운 방식으로 담판을 지어야 최종 타결이 이뤄질 듯 하다”고 내다봤다.

최 평론가는 “중국은 그동안 실무접촉에서 언급됐던 제도화 부분을 미국의 압박에 못이겨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중국은 오히려 무역전쟁을 끝내고 싶어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미국의 입장을 수용해 장기전을 마무리 지을 가능성이 크다. 시진핑 주석의 결정에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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