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9일 단거리 미사일 추정체 발사···“인도적 지원만으로 북미대화 재개 한계 드러나”
북미 공동 수용 가능한 조치 필요성 대두···“韓, ‘비핵화·상응조치’ 로드맵 초안 마련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 사진=연합뉴스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 추정체 발사 의도에 대해 한국과 미국에 안전보장과 제재완화를 요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미가 논의하고 있는 대북 인도적 식량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미가 현실적 비핵화 로드맵을 마련하고 대북 민생 경제로 확장될 수 있는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한은 지난 9일 오후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된 발사체 2발을 동해 방향으로 발사했다. 지난 4일 대구경 방사포와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발사한 지 5일 만에 단거리 미사일 추정 발사체를 발사한 것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북한의 9일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 우리 군은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했다.

북한이 연이어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 단거리 미사일 추정체를 발사한 시기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한국을 방문한 때다. 비건 대표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0일 비핵화·남북관계 워킹그룹 회의와 북핵협상 수석대표 협의를 한다.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과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비건 방한 시기 북한의 연이은 발사체 발사 의도에 대해 안보 보장과 제재완화를 요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대북 인도적 식량 지원은 자신들의 본질적 요구가 아니라고 표현했다는 것이다.

문인철 서울연구원 박사는 “북한의 의도는 인도적 식량 지원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남한이나 외국과의 경제 협력을 위한 대북 제재 해제를 더 강하게 요구한 차원이다. 비건 대표가 온 상황에서 이러한 북한의 의견을 받아들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박사는 “지금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경제 계획 실적이 나와야 할 때다. 김 위원장은 2016년에 경제개발 5개년 전략을 제시했고 이는 2020년에 마감된다”며 “아직 이렇다 할 경제적 성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기에 식량 지원은 김 위원장 입장에서 의미가 없다. 이에 경협을 위한 대북 제재를 해제 해달라는 시위를 한 것”이라고 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비건 대표 방한 시기에 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식량문제로 초점을 흐리지 말라는 것”이라며 “본질적 문제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연이은 발사체 발사 의도가 안전보장 요구도 포함한 것으로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은 이번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향후 남북 및 북미 대화에서 그들이 위협으로 느끼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중단을 이끌어내고 대북 안전보장 문제 이슈를 쟁점화하려는 전략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박사는 “미사일 발사 의도는 안전보장 요구도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적 보장을 통해 북한 체제가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김 위원장에게는 북한 정권 유지도 필요하다. 경제도 경제지만 군사안보 차원에서 체제보장도 필요로 한다”고 했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러한 북한의 행위에 대한 대응책으로 한미가 현실적 비핵화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북 민생 경제로 확장될 수 있는 인도적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문 박사는 “이러한 시기일수록 북한에 인도적 식량 지원을 해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는 같이 간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지점이기 때문이다”며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고 해서 인도적 지원과 남북관계 개선을 스스로 닫아버리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미사일 발사와 인도적 지원을 연계시키면 오히려 북핵 문제에 남북관계 등이 종속돼 버리는 결과가 돼 버린다”며 “또 인도적 지원은 북한 정권이 아니라 북한 인민들의 문제다. 북한의 식량난은 심각한 상황이다. 미사일 발사와 인도적 지원은 별개의 문제다”고 했다.

이에 문 박사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면 북한 민생과 관련된 부분 가운데 대북 제재에 걸린 품목들이 유연화 될 수 있다”며 “이를 한미가 상의하고 북한이 이해할 수 있게끔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한국 정부는 한반도 상황을 조속히 안정시키고 북한이 다시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나올 수 있도록 북미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한 포괄적 공정표를 가까운 미래에 완성해야 할 것”이라며 “대북 인도적 지원만으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우호적 환경을 만드는 데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국내의 모든 외교, 안보, 북한, 미국 전문가들과 핵과학자 및 핵기술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태스크포스’를 청와대나 외교부 산하에 만들어야한다”며 “이를 통해 북한과 미국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비핵화·상응조치’ 로드맵과 일정표 초안을 만드는 것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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