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에 발목 잡힌 네이버···고른 성장 기록한 카카오

네이버와 카카오가 올해 1분기 실적에서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국내 포털 양대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올해 1분기 실적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네이버는 매출 증가에도 불구, 영업이익 하락세가 6분기 연속 지속됐다. 공격적인 신사업 및 기술 투자가 실적 악화 원인이 됐다. 반면 카카오는 플랫폼과 콘텐츠의 고른 성장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신사업에 발목 잡힌 네이버···한성숙 “3년 내 괄목할 만한 성과 내겠다”

네이버는 1분기 매출 1조5019억원 영업이익 206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같은기간 대비 15.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9.7% 줄었다. 6분기째 영업이익 감소가 이어졌다. 네이버는 지난 2017년 3분기 영업이익 3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매 분기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네이버의 이같은 부진은 해외 자회사와 신사업 부문 막대한 투자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 자회사 라인은 현지 핀테크 등 신사업 부문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의 연결재무제표에 라인 실적 악화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1분기 라인(기타 사업부문 포함) 영업손실 규모는 1025억원이다.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 160억원을 기록한 이후 적자 폭이 커졌다. 라인은 올해 핀테크 사업 적자 규모가 600억엔(한화 약 6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컨퍼런스 콜에서 “라인의 전략적 사업 투자 및 채용이 확대됐다”며 “핀테크 부문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올해는 시장 선점의 중요한 시기라 판단해 연초 대비 큰 마케팅 투자가 필요할 듯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연결 영업이익에 단기적으로 큰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네이버의 1분기 연구개발비(연결 기준)도 4035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3296억원, 전분기 3770억원보다 더 크게 증가했다. 영업비용 역시 1조30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0%나 증가했다. 항목별 영업비용을 보면 플랫폼개발·운영 2184억원(17.5% 증가), 인프라 758억원(31.6% 증가), 라인 및 기타플랫폼 6676억원(34.3% 증가) 등으로 라인과 기타 플랫폼, 인프라 등 영업비용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는 올해 성장 동력 중 하나인 동영상 콘텐츠 분야에서도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새롭게 개편한 모바일 앱에 ‘동영상 판’을 별도로 신설할 예정이다. 커머스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 적용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특히 라인의 적자행진에도 불구, 간편결제 시장 선점을 위한 일본 현지 투자를 계속할 계획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일본의 간편결제 시장은 일본 정부의 ‘현금 없는 사회’라는 비전 아래 큰 성장이 기대 된다”며 “라인을 기반으로 한 시장 선점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해 연초 계획보다 더욱 적극적인 투자와 마케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과거 국내 검색 포털 1위 달성, 모바일 플랫폼으로의 성공적인 변화, 라인의 성공에 이은 또 다른 도약을 이루고자 한다”며 “성장과 보상철학을 기반으로 적어도 3년 이내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기업가치를 크게 향상코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 콘텐츠·플랫폼 고른 성장···비즈보드 성공 관건

카카오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7063억원, 영업이익 27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영업이익은 166% 증가했다. 최근 매출 분류를 플랫폼 부문과 콘텐츠 부문으로 재편한 카카오는 두 부문에서 고른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폼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성장한 3131억원, 콘텐츠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3932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카카오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544%, 전년동기 대비 166% 증가한 277억원이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해 4분기 각종 서비스 매출 및 거래액 증가에 따른 지급 수수료 증가, 연말 상여금 지급, 신사업 확장 등을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 영향으로 6688억원의 연결 영업비용이 발생한 바 있다. 이에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43억원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했다. 이에 카카오는 올해부터 신규 채용을 줄이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섰고 그 결과 개선된 영업이익을 기록할 수 있었다.

카카오는 올해부터 그 동안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카카오톡이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 의미있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완결성을 고도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그 첫번째 결과물로 선보인 것이 최근 베타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비즈보드’다.

비즈보드는 카카오톡 채팅 목록 상단에 위치한 광고로, 채팅 목록탭 내에서 구매, 예약, 회원가입 등의 액션을 몇 번의 터치로 수행한다. 베타테스트 기간을 거쳐 조만간 정식 버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신규 광고 상품인 카카오톡 비즈보드는 메가트래픽과 카카오의 기술력을 결합한 상품으로 카카오만이 제공 가능하다”며 “카카오만의 차별적 경쟁력이 있다고 확신하며 신규 광고주를 디지털 광고로 더 유입하고 국내 광고시장의 판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네이버·카카오 2분기에도 희비 엇갈릴까

현재 증권업계에서는 오는 2분기에도 네이버와 카카오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의 적자 영향으로 당분간 실적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카카오는 비즈보드 등 카카오톡을 통한 광고 매출이 크게 증가하며 본격적인 성장세에 돌입할 전망이다. 

현재 일본에서 핀테크 시장을 둘러싼 치열한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라인 역시 적자에도 불구, 마케팅 비용 등의 투자를 줄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연결로 묶인 네이버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9년까지 비용증가에 따른 네이버의 실적악화가 지속된다고 하는 우려감이 여전히 시장에 팽배한 상황”이라며 “다만 라인은 2019년 중 일본을 포함한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인터넷은행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2020년부터는 성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카카오는 2분기부터 본격적인 성장세에 돌입할 전망이다. 특히 비즈보드를 통한 광고 매출 확대가 점쳐지고 있다. 아울러 최근 카카오는 기업 대상 영업(B2B)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AI랩을 사내독립기업으로 출범, 백상엽 전 LG CNS 미래전략사업부장 사장을 AI랩 수장으로 영입했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 광고 상품 출시로 광고 인벤토리와 광고단가 모두 상승할 것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광고 매출 성장세 부각될 것”이라며 “더불어 메신저 내에서 간편결제뿐만 아니라 판매, 상담, 고객서비스까지 연계할 수 있는 비즈니스 솔루션을 출시해 B2B 분야에서 신사업 기회를 창출하고 있어 올해 광고 매출액 성장률 가이던스인 20% 달성은 무리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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