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전반적 물가상승률에 비해 턱 없이 높아, 일방적 부담 전가”···대웅 등 일부 제약사 “필수 원·부자재 가격 조정으로 불가피한 선택”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올 초부터 진행된 일부 제약사들의 일반의약품 공급가 인상에 대해 소비자들이 인상 폭이 크다며 볼멘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제약사들은 일반약 제조에 필수적인 원·부자재 가격 인상 등에 따라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소비자들은 전반적 물가상승률을 훨씬 넘는다며 일방적으로 제약사가 부담을 전가하다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4개월 여 동안 일부 제약사가 일반약의 약국 공급가 인상을 진행했다. 실제 동화약품은 지난 1월 후시딘연고 약국공급가를 11~15% 인상했다. 5g의 경우 15%, 10g은 11% 가격을 올렸다. 이어 동화는 지난 4월 까스활명수도 공급가를 20% 인상했다. 

광동제약도 지난 1월 쌍화탕과 우황청심원 공급가를 각각 15%와 12~20% 인상했다. 우황청심원 공급가 인상률 차이는 우황 및 사향 함유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광동제약은 쌍화탕의 경우 원료 및 부자재 가격 조정에 따라 지난 2015년 이후 4년 만에 인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황청심원도 2017년 이후 원료가 폭등으로 인한 불가피한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동국제약도 이같은 일반약 공급가 인상 흐름에 동참했다. 지난 2월 18일 마데카솔케어 6g과 10g 공급가를 각각 12% 올렸다. 현대약품은 현대물파스 공급가를 올렸다. 지난 4월 1일 45ml 공급가를 12% 인상했다. 이어 이달 1일 88ml 가격을 9%로 상향 조정했다.

한독도 지난 4월 1일 훼스탈플러스 공급가를 2000원에서 2300원으로 15% 상향 조정했다. 한독은 블라스타 등 포장 개선과 원료의약품 가격 인상이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한독 관계자는 “훼스탈플러스는 최근 10년 동안 기존 가격을 유지해왔다”고 강조했다.

대웅제약은 임팩타민 프리미엄 공급가를 지난 1일 15%가량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팩타민 프리미엄은 120정과 300정이 있다. 명인제약도 지난 1일부로 ‘이가탄F’ 100정 공급가를 174% 가량 인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제약사들이 일반약 공급가를 인상하는 것은 그동안 있어왔던 일이다. 단, 올해의 경우 인상 품목이 예년보다 많고 인상폭이 큰 편에 속한다는 지적도 불거진다. 해당 제약사들은 일반약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원·부자재와 원료의약품, 포장 등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해당 품목들 공급가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모 제약사 직원은 “전반적 물가상승 등 여파로 그동안 누적됐던 공급가 인상 요인을 고려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 생각은 다르다.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상승률과 큰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물가동향에 따르면 올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6% 올라 올해 들어 4개월 연속 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론 이같은 통계수치가 체감 물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지난달 택시료는 10.1%, 치킨은 7.2%, 외식 물가는 2.0% 상승한 바 있다. 이같은 정부 발표와 개별 사례를 종합해도 10~20%의 일반약 공급가 인상은 소비자들에게 지나치게 부담이 된다는 논리다. 

일반약을 가끔 구매한다는 소비자 A씨는 “얼마 전 약국을 찾아 모 품목을 사려 했는데 10% 넘는 인상률에 놀란 적이 있다”며 “약사에게 물어보니 제약사 공급가가 올라 약사 본인도 부담된다고 털어 놓더라”고 전했다. 

서울시 강서구에 거주하는 B씨는 “일반약 공급가 인상 소식을 들은 후 약국에서 약사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궁금한 사항을 물어봤다”며 “다른 이야기는 다 하는 약사도 그 부분은 언급을 안 하는데, 다행히 소비자가격 인상률은 10%가 안 됐다”고 말했다.

약국과 제약사 사정을 아는 편이라고 자부하는 소비자 C씨는 “원가 상승을 공급가 인상의 사유로 제시하는 제약사 입장은 다소 이해가 가지만 최대 20%나 인상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지 않겠느냐”며 “제약사가 일방적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웅제약과 명인제약이 지난 5월 1일자로 공급가를 인상한 상황에서 추후 다른 제약사들도 일반약 공급가 인상을 추진할지 소비자들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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