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겐 서류 작성 쉽지 않아

일시적으로 규제를 풀어주는 내용을 담고있는 규제 샌드박스가 정보기술(IT) 관련 기업들의 기대를 받으며 시행된 지 100일이 훌쩍 지났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규제 샌드박스의 1차 관문인 서류를 통과하는 것마저 쉽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월 처음 규제 샌드박스가 시행되자 연일 문의가 빗발쳤다. 급기야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 긴급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여러 차례 긴급 설명회가 열렸지만 매번 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기자도 규제 샌드박스 설명회에 참석해서야 개괄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법률, 행정 용어가 많다보니 관련 분야에 익숙지 않은 업체들이 글로 이해하기엔 어려움이 있어보였다.

그나마 수도권에 거주한 이들은 발 빠르게 설명회에 참가했지만 지방에 위치한 업체들은 설명회 참가마저 쉽지 않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에서 도움을 주고 있지만 그마저도 인력이 부족해 사각지대는 여전했다.

지난 8일에는 규제 샌드박스의 성과와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규제 혁신의 성과와 과제 컨퍼런스’가 열렸다. 여기서 다양한 사례들이 발표됐다. 한 유전자 검사기관은 규제 샌드박스의 실증특례를 통해 특정 지역에 한해 유전자 항목을 더 많이 검사할 수 있게 됐다. 이 소식을 접하자 다른 유전자 검사기관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고 발표자는 전했다.

다른 유전자 검사기관도 접수를 통해 불편한 부분을 개선 받을 수 있지만 이들은 이 제도를 제대로 몰랐던 것이다. 같은 조건이더라도 각 업체에서 개별로 신청을 해야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한 기관만 허용한 것이 아니라 신청한 기관만 허용한 것임을 이들은 몰랐다. 그만큼 규제 샌드박스 홍보나 이해가 아직은 부족한 실정이었다.

규제 샌드박스를 준비하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규제 샌드박스 내용이 어려워서 전담 직원을 두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법률 검토 없이는 서류 제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사전검토위원회에서는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데 대다수 신청서가 미비하다고 전했다. 첫 관문인 서류부터 막히면 다른 관문은 통과가 더 어렵게 된다.

전문 법무팀이 있고 관련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중견기업의 경우 그나마 비교적 서류 작업이 쉬운 편이다. 하지만 적은 인원이 모여 일하는 스타트업의 경우 이런 서류 작성에 서툴뿐더러 관련 자문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규제 샌드박스 관련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해 다른 직원을 통해 취재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규제 샌드박스의 도입 취지를 살리려면 규제 샌드박스부터 손질이 필요해 보인다. 과잉 서류와 조건들을 다시 살펴 스타트업들의 서류 장벽을 낮춰야 하겠다. 심의를 통과하는 것도 어려운데 서류부터 발목 잡혀서는 혁신 기술이나 서비스가 나오기 더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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