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운영 등 암호화폐 관리환경도 따져봐야

비트코인은 지난 2010년 처음 피자와 교환이 이뤄지면서 물질적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다. 이후 암호화폐를 물건뿐 아니라 법정화폐와도 교환하게 됐다. 암호화폐는 이로써 가치를 갖게 됐고 이를 측정하는 방법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다.

암호화폐는 실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으며, 그 자체로는 금액으로 확인되는 경제적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암호화폐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은 교환의 대상이 되는 재화 혹은 서비스의 가치를 교환 순간에 가격으로 대응하는 것을 기초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를 실생활에서 이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각 암호화폐 가격의 기초가 되는 비트코인 가격이 변동되면, 교환비율로 표시되는 나머지 암호화폐들의 가치도 연동돼 움직이기 때문이다.

암호화폐로 커피를 구매하는 상황을 예로 들어본다면, 오전에 커피한잔과 교환하라고 보관한 암호화폐가 커피를 사러 나설 때는 커피 두잔의 가치를 가졌다가 막상 구매하려고 할 때는 커피한잔을 살 수 없는 가격이 되기도 한다. 빈 손으로 돌아왔는데 암호화폐 가치는 다시 커피 한잔 수준으로 올라간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앞서 언급한 한계점은 수요와 공급 시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실생활에서 사용이 가능하도록 고정된 가치를 보장해주는 수단이 필요하다.

이에 마치 과거 금본위제 화폐 시절 35달러로 1온스의 금만큼의 가치를 보장했던 것처럼, 실물화폐를 담보하는 암호화폐인 ‘테더’가 발행됐다. 즉 실물 화폐 가치를 담보하는 형태의 암호화폐가 만들어진 것이다. 암호화폐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블록체인 상 소유가 기록됐다면 실물 1달러만큼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테더가 발행돼 가치를 보장하게 되면서, 블록체인 이용자들은 변동하는 암호화폐 대신, 테더를 보유해 자국 거래소가 아닌, 해외 거래소에서도 용이하게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게 됐다.

개선된 사용성 덕분에 테더 발행으로 사용자 유입이 늘었고, 지금과 같은 블록체인 산업의 양적증가를 이끌어내었다. 테더 외에도 실물화폐와 직접 대응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암호화폐들도 다수 발행됐다.

실물화폐를 담보하는 성격의 암호화폐 외에도, 암호화폐를 담보하여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도 나타나게 됐다. 간단한 관점에서 발행한 암호화폐 가격이 1달러보다 내려간다면 발행사가 이를 구매해 가격을 1달러로 맞추고, 반대로 가격이 1달러보다 올라갈 경우 발행사가 이를 판매하여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는 개념이다.

가치 유지를 위한 두 방법은 합리적인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후자인 암호화폐를 담보해 1달러 가치 유지를 위해 암호화폐 발행사가 개입하거나, 스마트컨트랙트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치명적인 한계점이 있다. 발행사가 보전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거래가 일어나는 상황이라면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가치가 올라가는 경우라면 발행사가 암호화폐를 더 발행하는 방법으로 막을 수 있으나, 반대로 내려가는 경우라면 발행사가 1달러보다 낮아진 가격을 높이기 위해 손실을 보전해 줘야 한다. 하지만 보전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설 경우, 매수호가를 채워줄 수 없기 때문에 가격은 더 이상 유지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1달러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발행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 중 몇몇은 가치 유지에 실패하해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를 당했다.

다음으로 처음 제시했던 실물화폐를 담보로 하는 프로젝트 역시 한계점이 있다. 실물화폐와 1:1로 연동돼 발행되기 때문에 코인자체를 소유하고 있는 기록이 블록체인에 있다면 청산되더라도 실물 1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으로 이용자들은 안심했다. 하지만 발행사가 실제로 암호화폐 발행분 만큼의 실물화폐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시장에 큰 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이런 문제는 정기적으로 암호화폐 발행량과 실물화폐 보유량 실사를 통해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음을 증명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는 암호화폐 발행사에서 실제 발행량 만큼의 실물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검증이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대표적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의 발행사인 비트파이넥스가 회계 감사를 거부한 적이 있으며, 최근에는 8억5000만달러의 손실을 숨기고 있어 파산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 때문인지 한 때 테더의 가격이 1달러 이하로 내려가기도 했다.

다시 말해, 블록체인 산업과 암호화폐 시장의 기반이 돼버린 스테이블 코인들이 그 가치를 유지하는 것에 실패한다면, 암호화폐의 가치를 일관성 있게 측정할 수 없는 상황이 다시 찾아오게 될 수 있다. 이는 블록체인 산업과 시장 이용자들의 대량 이탈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실물화폐 가치와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들은 달러화와 연동돼 있어 국내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 시장은 암호화폐를 어디로든 송금할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국가별로 구분되지 않고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대기업들이 블록체인 산업에 진출하고 있고, 일부 국내외 기업들이 개발하는 블록체인 서비스 암호화폐들이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거래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국내 이용자들 외에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기업들도 스테이블 코인 쇼크가 발생한다면 그 영향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이는 실물 기반의 블록체인 생태계 형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블록체인 산업을 제도권으로 편입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에는 앞서 언급한 잠재적 취약점들도 사전에 파악돼야 한다. 블록체인 딱지를 붙였다고 해서 모든 것에 면죄부를 주고 이를 맹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추후 실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제도권 차원에서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산업의 긍정 발전을 촉진하는 건강한 산업 인프라 구축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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