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거래 시스템 문제 발생···연휴 전날 올리는 공시도 여전
투자자 유ㆍ무형적인 손실 입지만 입증 쉽지 않아
“반복되는 문제 줄이기 위해선 사후적 처벌 강화해야”

국내 자본시장에서 투자자들을 분노케 하는 일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거래 오류가 발생하는가 하면 일부 상장사에선 이른바 ‘올빼미 공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문제는 유·무형적으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이같은 일들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이러한 행태를 줄이기 위해선 이들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 도입된 지 오래됐는데···툭하면 발생하는 MTS·HTS 오류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의 HTS인 ‘카이로스’는 전날 증시 시작 이후 거래가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미래에셋대우의 MTS인 ‘M-Stock’은 개장 이후 1시간 넘게 매수·매도 주문의 체결이 지연됐다. 

이로 인해 일부 투자자들은 적시에 주식 거래를 하지 못했다. 특히 전날은 미·중 무역협상 결렬 우려가 커지면서 장 초반부터 국내 증시 주가가 크게 내려가던 상황이었다. 이에 대응하려던 투자자들로선 가장 중요한 시점에 매매 타이밍을 잃게 된 것이다. 일부 이용자들의 경우엔 매수 주문이 들어가지 않자 계속해 주문을 시도했는데 전산망이 정상화되면서 의도치 않게 미수(주식을 외상으로 사는 제도) 주문이 체결되는 일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문제는 증권업계에서 이같은 사례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월에는 KB증권의 HTS인 ‘H-able’과 MTS인 ‘M-able’에서 ‘관심종목’이 조회되지 않는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관심종목의 현재가뿐만 아니라 관심종목의 목록도 표출되지 않았다. HTS는 곧바로 정상화됐지만 MTS에서는 30분 가량 해당 문제가 반복됐다. 지난달에는 한화투자증권의 HTS와 MTS에서 체결 통보가 지연되는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에는 미래에셋대우의 차세대 전산시스템이 적용된 HTS와 MTS에서 접속 지연 현상이 발생했다. 같은 달 대신증권 MTS에서도 접속이 되지 않는 문제가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데이터베이스 오류로 약 30분간 주식워런트증권 유동성 공급자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키움증권에서는 지난해 2월 초 HTS와 MTS에서 주식 매수 및 매도가 다소 지연되는 문제가 나왔다. NH투자증권 역시 지난해 초 MTS 전산장애로 문제가 된 바 있다. 

최근 들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기술적인 요구가 더욱 높아졌다고는 하나 HTS가 1997년, MTS가 2009년에 처음 도입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문제의 반복은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분석된다. 이번 미래에셋대우 MTS 오류 사태를 겪은 한 이용자는 “다른 증권사 매매 프로그램 오류 때문에 옮겨 왔는데 미래에셋대우 프로그램도 연례행사처럼 오류가 반복되고 있다”며 “또 어디로 또 옮겨가야 할지 고민이다”라고 토로했을 정도다. 

◇ 투자자 울리는 ‘올빼미 공시’ 논란도 여전

상장사들의 올빼미 공시도 투자자들을 울리는 문제거리다. 올빼미 공시는 미리 공시할 수 있음에도 주식거래가 모두 끝나고 난 뒤 늦은 시간에 중요한 내용을 은근슬쩍 공시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연휴 직전 매매일이나 연말 폐장일 오후 늦게 공시하는 행태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이 시기는 투자자들의 시장 관심이 줄어드는 시점인 까닭이다.

최근에는 코오롱티슈진의 공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3일 오후 5시 38분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INVOSSA)와 관련해 문제가 되는 2액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임을 확인하고 코오롱생명과학에 통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주성분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한 것과 다른 성분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는데, 해당 사실을 언제 인지했느냐가 중요한 쟁점이었다. 

더불어 비슷한 시각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재개 승인 전까지 임상 중지 등의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티슈진 측은 미국 FDA 공문을 3일 새벽에 받았지만 이를 곧바로 공시하지 않은 것이다. 코오롱티슈진 측은 이를 두고 영문 서류를 번역하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이밖에 코스피 상장사인 롯데케미칼과 락앤락, 코스닥 상장사인 소리바다도 올빼미 공시 의심을 사고 있다. 지난 3일 롯데케미칼과 락앤락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고 실적을 공시했다. 같은 날 소리바다도 대규모 전환청구권 행사와 관련된 공시를 했다. 

과거로 돌아가면 한미약품은 지난해 1월 14일 설 연휴를 앞두고 2015년 파트너사 릴리에 6억9000만 달러에 기술수출했던 BTK 면역치료제(HM71224)의 임상 2상 시험이 중단됐다는 사실을 밝혀 올빼미 공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한미약품은 개천절 징검다리 휴일 직전인 2016년 9월 30일에도 베링거인겔하임의 한미약품 항암신약(올무니팁) 기술이전 계약 취소 공시를 낸 바 있다.

◇ “투자자 보호 위해선 강력한 제재 필요”

이처럼 일반 투자자들에게 유·무형적인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연례 행사처럼 발생하면서 강력한 제재와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이 입는 유·무형적인 피해와 견줬을 때 증권사들이나 상장사들이 감당해야 할 처벌 수준이 낮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지난 2017년 1월 미래에셋대우의 MTS에서 접속 문제가 발생해 고객 피해(약 2억8000만원)가 발생했지만 과태료는 5000만원에 불과했다. 고객 피해에 주식을 사려다가 사지 못한 경우 등 입증하기 쉽지 않은 무형적 손해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산 문제나 올빼미 공시의 경우 법이나 규정을 위반했다는 기준점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히는 이를 손놓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증권사의 전산 내부통제를 강화하게 하고 상장사들의 공시 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문제를 일으켰을 경우 사후적인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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