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한·미, 북한 인도적 지원 외 ‘플러스 알파’ 도출 여부 주목
  • 이준영 기자(lovehope@sisajournal-e.com)
  • 승인 2019.05.0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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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비건 대표 방한···한반도 전문가들 “인도적 지원 외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승인·현실적 비핵화 로드맵 마련' 필요”
김연철 장관 8일 방북서 북측과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논의 여부 관심···개성공단 기업인 9일 방북 신청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밤 청와대 관저 소회의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밤 청와대 관저 소회의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방한을 계기로 한미가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대북 인도적 지원 외에 추가적으로 어떠한 부분을 합의 도출할지 주목받는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교착 상황을 풀기 위해 인도적 지원을 넘어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승인과 한미 간 현실적 비핵화 로드맵 초안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비건 대표는 8일 오후 한국에 도착한 후 9∼10일 양일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를 만날 계획이다. 북핵 수석대표협의와 비핵화·남북관계 워킹그룹회의 등이 예정됐다. 이를 통해 한미는 북한의 최근 단거리 발사체 발사, 북미 간 대화 재개 방안, 대북 인도적 지원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 밤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의 대북 식량지원 구상을 지지했다. 한미는 비건 대표 방한을 계기로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 “대북 인도적 지원, 북한 협력교류 상징적 시작점” 

북한 식량난은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달 북한 현지조사 후 ‘북한의 식량안보 평가’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북한 인구의 40%에 해당하는 1010만 명이 식량 부족 상태라고 밝혔다. 북한의 식량 사정이 최근 10년 새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며 136만톤의 식량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이에 따라 정부는 비건 대표와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국제기구를 거치지 않는 직접적 지원 모두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

한미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이 나오면 이는 단순 지원 차원을 넘어설 것이란 평가다. 남북 교류 협력과 북미 대화 재개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문인철 서울연구원 박사는 “한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북한과 협력 교류를 활성화 하겠다는 상징적 시작으로 볼 수 있다. 인도적 지원은 제재 해제는 아니더라도 제재의 부분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동안 인도적 지원 가운데 의료 장비나 대동강 수질 개선을 위한 장비 지원 등은 대북 제재에 걸리는 부분이었다. 인도적 지원 틀 안에서 이러한 사안들이 부분적 제재 완화 형태로 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 박사는 “나아가 북한 민생과 관련된 제재 부분도 단계적, 제한적으로 완화될 수 있다. 이 경우 북미 교착 상태가 풀릴 소지가 있다”며 “이런 점에서 인도적 지원은 당장의 경제 협력은 아니지만 교착 상태를 풀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정부의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승인 가능성을 주목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은 지난달 30일 시설 점검을 위한 9차 방북을 정부에 신청했다. 방북 신청 날짜는 오는 9일이다. 당시 기업인들은 정부가 더 이상 미국 눈치를 보지 말고 공단 방문 승인을 결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설점검을 위한 공단 방문은 대북제재와 무관하다는 이유였다.

◇ 전문가들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승인·현실적 비핵화 로드맵 마련” 주문

문 박사는 “정부가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을 승인하면, 우리 정부가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북한에 주는 신호가 될 수 있다. 현재 북한은 남한이 미국에 종속돼 제대로 역할을 못한다는 시각으로 비판하고 있다”며 “자산 점검을 위한 개성공단 방북 승인은 교착된 남북 관계를 푸는데 실마리가 되고 북한의 불만도 완화할 수 있다. 이는 미국에게도 나쁜 것이 아니다. 추후 개성공단 재개는 협상 사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오늘 남북연락사무소에 방북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북측과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여부와 관련해 협의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인의 개성공단 방북 승인은 미국 설득 뿐 아니라 북한과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개성공단 기업인의 방북 신청에 대해) 숙고하고 있다. 숙고해서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건 방한 계기로 한미가 북한과 협의할 수 있는 비핵화 로드맵 초안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밝혔다.

정 본부장은 “비건 대표 방한을 계기로 한미 양국은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해 보다 현실성 있는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은 대북 제재를 완화했을 경우 북한이 비핵화에 소극적으로 나오는 것을 우려한다. 반면 북한은 제재완화 없이는 비핵화를 진척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기에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가 균형을 이루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북미 어느 한쪽도 일방적으로 비핵화와 상응조치 과정을 중단하는 것을 차단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북한으로 하여금 비핵화의 구체적 로드맵에 대해 포괄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번에 비건 대표와 이도훈 본부장이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제시할 비핵화 합의안 초안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 7일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 2주년 정책 컨퍼런스’에서 “미국이 제재완화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제재완화에서 안전보장 요구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체제안전보장은 군사적 문제이기에 비핵화 협상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그러므로 한미는 북한이 이렇게 전략을 수정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문재인 정부가 나서서 북미가 제재완화와 비핵화를 교환하도록 중재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데 문 정부의 중재 역량이 떨어졌다. 남북관계가 한미 워킹그룹에서 결정되는 상황이 되면서 북한에 대한 중재 역량이 약화됐다”며 “중재 역량을 높이기 위해 정부의 남북 관계 자율성을 위한 과감한 접근과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와 번영 정책 구상을 확실하게 뒷받침하는 통일부와 외교부의 총력 체계도 부족하다”며 “지금은 평화와 경제 번영의 한반도를 만드는 분수령이다. 이에 정부는 중재 역량을 높이기 위해 남북관계 자율성을 강화하고, 통일부와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보다 앞장서서 남북관계가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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