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신한금융은 이익 늘었으나 증가율 감소
“신탁상품 투자수익 감소 우려에 신규 가입 줄어”
금융당국의 신탁 규제로 여전히 은행권 신탁 활용도 낮아

4대 시중은행의 로고. / 사진=연합뉴스
4대 시중은행의 로고. / 사진=연합뉴스

KB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의 올해 1분기 신탁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신탁이익은 증가했지만 증가율은 전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은행권의 비이자이익을 높일 블루오션으로 여겨지던 신탁사업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하나·신한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의 올해 1분기 신탁이익은 총 3096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3366억원)보다 8% 감소했다. 

특히 은행권 신탁시장의 절대강자인 KB금융의 신탁이익은 12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그룹의 비이자이익은 612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2% 감소했다.

우리은행의 1분기 신탁이익도 41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3% 감소했다. 이에 우리은행의 비이자이익은 신탁이익 등의 감소로 전년 대비 14.9% 줄어든 2690억원을 기록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신탁이익은 1년 전보다 증가했지만 증가율은 크게 낮아졌다. 신한금융의 신탁이익은 63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5.9% 늘어났다. 이는 작년 1분기의 전년 대비 신탁이익 증가율인 59.2%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하나금융의 신탁이익도 6% 증가한 753억원에 그쳤다. 올해 신탁이익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의 전년 대비 증가율인 10.9%보다 4.9%포인트 낮아진 상황이다. 

4대 금융사의 신탁이익. / 표=이다인 디자이너
4대 금융사의 신탁이익. / 표=이다인 디자이너

은행권의 신탁이익이 감소하거나 증가율이 낮아진 원인은 신탁의 주요 상품이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연계특정금전신탁(ELT) 등 주식과 연관이 많아 최근 증시 하락 등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신규 가입자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에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신탁 신규 가입 증가세가 꺾였다”며 “증시가 불안하다 보니 고객들이 신탁상품에 가입하지 않고 관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들어 주식이 하락세를 벗어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상반기 신탁 수수료 이익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부터 주식시장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 신탁이익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은행권의 신탁이익을 늘리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 자본시장법 아래에서 은행이 수탁할 수 있는 재신의 범위는 금전·증권·부동산 등 7가지에 국한돼 있다. 

은행권은 수탁 재산 범위를 부채·영업·담보권·보험금청구권 등까지 확장할 수 있는 경로가 막혀 있고 불특정 다수에 대한 광고, 홍보도 금지돼 있어 종합자산관리로서 신탁사업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신탁 규제로 인해 은행이 신탁상품을 개발하는 데 상당한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수탁자의 재산을 자율적으로 투자 운용할 수 있게 해준다면 은행의 신탁업은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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