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 관리자 자기소개글에 ‘불량 드라이버 척결’, ‘오들오들 떤다’는 문장이 적합한 걸까

자동차는 드라이버 없이 움직이지 않는다. 승차 공유, 차량 공유 어떤 것이든 탑승자만 있어선 서비스가 이뤄질 수 없다. 자동차를 활용한 공유 서비스가 새로운 이동 기준이라면, 변화의 한 축은 드라이버의 몫이다.

택시업계와 스타트업계가 승차 공유 서비스를 두고 한창 갈등하던 지난해 10월, 새로운 이동 기준을 외치며 타다가 오픈 베타했다. 기자간담회에서 그들은 당당했다. 카니발 차량을 이용해 규제를 피하고, 시간대 별 차량 수요 공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표 내용은 설득력 있었다.

타다는 서비스 출시 3달 만에 보유 차량을 2배 이상 늘렸다. 새로운 이동 기준을 제시하겠다던 그들의 목표가 허무맹랑하지 않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규모 확장과 동시에 이전엔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하나 둘 드러났다.

지난주 타다 드라이버로부터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사진 두 장과 “사측이 드라이버를 존중하지 않는다. 여러 제도뿐 아니라 이런 모습에서도 타다가 드라이버를 대하는 태도가 보인다”는 짤막한 내용이 포함된 메일이었다.

사진은 타다 드라이버 관리자로 일하고 있는 VCNC 직원의 자기소개 글이었다. VCNC는 쏘카의 자회사로 타다를 만든 업체이다. 자기소개 글엔 “드라이버들을 밀착관리하며, 불량 드라이버 척결을 위해 오늘도 그는 열일합니다···”, “눈썹을 한번 꿈틀거리면 오들오들 떤다는 믿거나 말거나 소문···” 등의 문장이 눈에 띄었다.

눈을 의심했다. 드라이버 관리자가 드라이버를 대상으로 ‘척결’, ‘오들오들 떤다’ 등의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현재 해당 글은 드라이버들의 반발로 일부 수정됐다. 하지만 사과는 없었다.

사진을 보고 나서 타다의 제도들을 다시 살펴봤다. 대부분 탑승자를 위한 것이었다.

핵심 제도인 별점 시스템은 탑승자가 드라이버를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타다는 이를 바탕으로 드라이버를 관리한다. 5.0 기준에 한 달 평균 별점이 4.8 미만이면 서비스 교육, 3개월간 평균 4.8미만이면 해고하는 방식이다. 세상엔 별별 사람이 있다. 드라이버의 잘못 여부와 상관없이 낮은 별점을 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드라이버는 탑승자가 준 별점을 받아들일 뿐이다.

지난 2월 간담회에서 박재욱 VCNC 대표는 “타다는 차량 공유의 시대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차량 공유의 시대, 새로운 이동 기준 뭐든 좋다. 다만, 공유의 시대가 열린 데엔 드라이버의 몫도 있다. 취재를 하면서 만났던 드라이버들은 많은 걸 바라지 않았다. 그들의 제보는 늘 존중으로 시작해 존중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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