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난 4월 하순 이후 숨고르기···3% 넘게 빠져
‘위험자산 줄여야’ 신중론과 ‘익숙한 이슈’ 긍정론 혼재

7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9.33포인트(0.88%) 하락한 2176.99에 마감했다. / 그래프=키움HTS.
7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9.33포인트(0.88%) 하락한 2176.99에 마감했다. / 그래프=키움HTS.

올들어 상승세를 이어가던 국내 증시가 최근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국내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잡음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다수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단기적으로는 횡보 혹은 약세를 보일 것이라 예측한다. 다만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될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동결 의지를 내보이고 인하를 시사한다면 다시금 투심이 회복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 미·중 무역분쟁 가능성 재점화로 불확실성 커져

코스피가 지난달 하순 이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장중 2252.05까지 올랐던 지수는 이날 2176.99까지 3.33% 내렸다. 올해를 2050.55로 시작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수는 여전히 높은 위치에 있다. 하지만 최근 하락세만 놓고 보면 상황이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국내 증시의 약세 전환 배경에는 우선 국내 경기에 대한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3% 하락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반도체 업종의 부진이 심해지면서 수출은 5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로 돌아섰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향후 경기 전망도 좋지 못한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향후 경기 전망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전달보다 0.1포인트 떨어져 10개월 연속 전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하향 조정했고, 외국계 증권사인 JP모건과 노무라증권은 각각 2.4%와 1.8%로 낮춰 잡았다. 심지어 ING그룹은 기존 2.3%에서 1.5%로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문제는 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돌발 악재들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이슈가 다시 촉발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이하 현지 시각) 자신의 트위터 글을 통해 중국이 기존 협상에서 약속한 사항 일부에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릴 것”이라고 돌연 밝혔다. 지난해 12월부터 누그러졌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가능성이 재점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전날 중국 증시에서는 상하이종합지수가 5.58% 급락한 2096.46으로 마감하는 등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모습이었다. 미국 뉴욕증시는 그나마 무역 협상장에 중국 대표가 계획대로 파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6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전거래일 대비 0.25% 내리는 데 그쳤다. 한국 증시도 전날 휴장일로 부정적 영향을 고스란히 받진 않았지만 7일 1% 가까이 하락했다. 

◇ ‘상황 좋지 않아’ 고개드는 신중론···‘익숙한 이슈’ 긍정론도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증시 전망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신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 속에 달러 강세, 원화 약세 구도가 공고해진다면 한국 증시의 하락 압력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포트폴리오 안정성을 높여가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미 외환시장에서는 원화 약세 국면이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3.5원 내린 1166.5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장중 연고점인 달러당 1174원까지 치솟는 등 변동 폭이 확대된 모습을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1월 2일만 하더라도 1115원으로 시작했었다. 

유진투자증권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내년 미국 대선과 연준의 추가 정책 가능성을 감안할 때 하락 추세 반전으로 보기는 이르지만 국내 주식시장은 악재에 조금 더 민감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경험한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라며 “무역협상 기대가 주가 상승의 주요 동력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그동안 상승 폭의 3분의 1 정도 하락 리스크가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지나친 우려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한 증권업계 전문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잡음이 있지만 협상 힘겨루기에 따른 과정 중 하나로 봐야 한다. 서로 매듭짓고자 하는 바가 크기에 미·중 무역협상은 타결될 수밖에 없다”며 “경기와 관련해서도 이미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익숙한 이슈이고 하반기에는 상황도 나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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