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뉴타운 지정 이후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들어서
신규 입주단지 시세, 분양가 대비 2배 ‘껑충’
“반포·잠원·압구정 등과 함께 한강 주거벨트 형성할 듯”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서울 동작구 흑석동이 ‘노후 주거지역’이라는 이미지를 하나둘 벗겨내는 모습이다. 수년간 진행된 재개발 사업을 통해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서면서 ‘상전벽해’ 수준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강남 접근성이 뛰어나고, 한강변 라인에 위치한 입지 덕분에 흑석동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개발이 완료되면 반포·잠원·압구정 등과 한강변 주거벨트를 형성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서울 대표 ‘달동네’···재개발 사업 통해 ‘상전벽해’

서울 동작구와 서초구의 경계에 위치한 흑석동은 박정희 정부 시절 동부이촌동, 반포동, 압구정동, 잠실동 등과 함께 한강 공유수면 매립 사업에 의해 탄생한 지역이다. 가파른 언덕을 따라 노후 불량주택들이 밀집한 탓에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로 불려왔다. 하지만 흑석동은 2005년 8월 ‘흑석뉴타운’ 지구로 지정된 이후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흑석뉴타운은 흑석동 일대 27만여평의 땅에 1만2000여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11개 구역 중 5개 구역이 사업을 완료했다. 2011년 9월 흑석5구역을 재건축한 흑석한강센트레빌 1차를 시작으로 2012년 흑석한강푸르지오(4구역), 흑석한강센트레빌 2차(6구역)가 들어섰다. 이어 아크로리버하임(7구역)과 롯데캐슬에듀포레(8구역)이 지난해 11월 입주를 마쳤다.

재개발 사업으로 주거환경이 개선되고 한강 조망이 가능한 희소성 덕분에 흑석동 땅값은 갈수록 오르는 추세다. 가장 최근 입주한 아크로리버하임은 전용 59㎡가 분양가(6억원대) 대비 2배인 12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전용 84㎡의 호가는 15억원을 넘어섰다. 9호선 흑석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고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는 점이 몸값을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입주한 롯데캐슬에듀포레 역시 5억원대 후반에 분양된 전용 84㎡가 지난해 말 12억원에 거래된 바 있다.

한강 조망 외에도 뛰어난 강남 접근성은 흑석동 집값의 상승요인으로 꼽힌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동작구와 서초구의 경계에 위치해 서초구와 생활권을 공유할 수 있는데다 9호선 개통·연장으로 강남과 직접 연결되면서 가격 상승에 힘을 받았다”며 “여기에 용산·여의도 등 주요지역으로 이동이 편하고 한강과 국립현충원 등 자연환경도 좋아 신흥 주거지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5개 구역, 사업 박차···“개발 완료되면, 반포·잠원 등과 함께 한강 주거벨트 형성 기대”

앞서 공급된 단지들이 흥행하면서 현재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1~3·9·11구역도 주목받고 있다. 1·2구역은 조합설립 위원회 승인을 받았으며 ▲3구역 관리처분인가 ▲9구역 사업시행인가 ▲11구역 조합설립인가 등을 각각 받았다. 10구역은 사업성 부족과 주민들의 반대로 사업구역이 해제된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다.

2017년 8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3구역은 철거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가파른 언덕 지형에 위치하고 지하철역에서 멀어 입지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건설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GS건설이 시공을 맡았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또 ‘흑석자이’로 공급될 3구역은 1772세대에 달하는 대단지로 흑석동 일대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앞서 공급된 단지들이 흥행하면서 현재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1~3·9·11구역도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흑석11구역 전경 / 사진=길해성 기자

9구역은 지난해 5월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롯데건설의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인 ‘시그니처 캐슬’이 적용될 예정이다.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바로 옆에 위치한 9구역은 지하철 9호선 흑석역과도 걸어서 10분 내외다. 용산과도 마주보고 있는 위치에 있어 여의도, 용산, 강남권 업무지구로의 접근성이 높다는 평가다. 해당 구역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수십억원대 건물을 사들여 주목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서울 최초 신탁 방식으로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는 11구역은 총 1457세대 규모로 고층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 신탁사인 한국토지신탁이 정비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신속하고 투명한 사업 전개가 기대되지만 최초의 신탁 재개발이라 시행착오를 겪을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1·2구역은 아직 조합설립 추진위원회 단계에 머물러 있다. 흑석역과 대로를 끼고 있어 입지가 뛰어나지만 상가가 많고 빗물펌프장 이전, 공원부지 체납 등 갈등이 심해서다. 2구역은 개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때 직권해제 투표까지 했지만 과반 이상의 반대로 사업이 재개됐다. 11구역처럼 신탁 방식 재개발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의견이다.

흑석동은 개발이 마무리되면 반포·잠원·압구정 등과 함께 한강변 주거벨트를 형성할 전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흑성동 중심부에 위치한 9구역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면서, 한강변에서 가장 가까운 1·2구역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모든 개발이 완료되면 강남 접근성, 한강 조망 등을 내세워 반포·압구정 등을 잇는 한강 이남의 대표 주거지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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