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크레인 줄 맞아 1명 중상, H빔 깔려 1명 사망···이번에도 비정규직

/사진=연합뉴스
크레인 붕괴사고로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당한 삼성중공업에서 2년 만에 또 다시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골리앗크레인 /사진=연합뉴스

삼성중공업을 향해 지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크레인 참사’ 후 꼭 2년여 만에 연이틀 인명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시차를 둔 사고의 피해자 모두가 비정규직이라는 점에서, 또 사고 발생에 대해 책임소재를 따지는 법원의 판결이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점에서 더욱 강도 높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크레인 참사는 2017년 5월 1일 800톤 골리앗크레인과 충돌한 32톤 타워크레인의 지지대가 무너지면서 비롯됐다. 지난 3일엔 작업 중이던 최아무개(43)씨가 크레인줄에 맞아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이튿날에는 용접작업 중이던 김아무개(53)씨가 떨어진 1.5톤 H빔에 깔려 현장에서 사망했다.

2년 전 사망한 6명과 이번 사고에서 나온 사상자 2명의 공통점은 모두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점이다. 크레인 참사 당시 초유의 15일 작업 중단 결정을 내렸던 통영 고용노동지청은 이번 사고 직후 부분적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사측의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확인 중이며 경찰 등 수사당국도 정확한 사고원인 규명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 사망사고 이후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 역시 상당한 논란을 부를 전망이다. 조선소 특성상 다수의 하청업체가 분업화된 일감을 맡아 각각 근무하는 형식이라 김용균씨 사례와 다소 연관성이 떨어져 보일 수 있으나, 사망자 전원이 비정규직이라는 점에서 여론의 뭇매를 피하긴 힘들어 보인다.

일각에선 참사 후 삼성중공업이 자구책으로 내놓은 ‘안전 실천 마스터플랜’이 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참사 후 3개월 만인 2017년 8월 발표된 해당 계획안을 통해 △안전관리 조직 확대 개편 △신(新)안전문화 조성 △크레인 충돌사고 예방 대책 마련 △정기안전점검·국제기준적용 등을 통한 잠재 위험요소 발굴 및 제거 등을 약속한 바 있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의 책임론도 불거지는 모양새다. 남 사장은 참사 직후 물러난 전임자의 뒤를 이어 거제조선소 소장(부사장)직을 맡았다. 후임자로 선임된 배경에는 그가 전무로 재임하던 시절 안전담당을 맡았던 것이 주효했다. 마스터플랜 수립 과정에서도 지대한 역할을 했으며, 원활한 사고 수습을 바탕으로 불과 1년 7개월 만에 사장으로 재차 승진해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더 큰 책임감이 요구되는 배경이다. 

이번 사고와 사고 후 대두된 각종 지적들에 대해,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안전 문제에서 고용 방식에 따른 차별이 있을 수 있겠느냐”면서 “(크레인 참사 후) 마스터플랜을 바탕으로 재발 방지에 각고의 노력을 펼친 뒤이기에 더욱 안타깝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재 부상자 상태를 수시로 살펴보고 있으며, 연휴 마지막 날인 어제까지도 환자 상태를 점검했는데, 수술 후 치료 중이었다”며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할 것이며 재발 방지 노력에 더욱 매진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에 법인 차원의 직접적 책임을 묻는 데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의적인 반응을 내비친 셈인데, 앞선 크레인 참사 책임소재를 가리는 과정에서 사법당국은 삼성중공업보다 하청업체, 조직보다 개인에 무게를 둬 판단했다. 해당 사고로 구속된 이는 하청업체 대표가 유일했으며, 그 역시 이후 보석으로 풀려났었다.

오늘(7일) 오전 창업지법 통영지원 형사2단독 재판부는 크레인 참사와 관련한 선고를 내렸다. 이번 재판을 앞두고 검찰은 전 삼성중공업 조선소장에게 징역 2년을, 크레인신호수와 삼성중공업 및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금고 또는 벌금형을 구형했다. 삼성중공업 측에는 3000만원의 벌금형을 내려 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이날 재판부는 삼성중공업에 검찰구형의 10분의 1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조선소장(벌금 300만원)과 같은 수준의 판결이다. 크레인신호수에겐 금고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이, 삼성중공업·협력업체 직원 13명에 대해서는 300만~700만원의 벌금형이 내려졌다.

해당 판결에 대해 노동계는 “사업장 안전관리·감독을 총괄해야 할 기업에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면, 어느 사업주가 노동자 안전에 신경 쓰겠느냐”며 분개해하는 모습이다. 이른바 ‘김용균법’이라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지난해 말 개정됐지만 일선 현장에서의 체감도가 여전히 낮음을 지적하며 관계 당국에 사업주에 좀 더 무거운 책임을 물어줄 것을 요구했다.

나현선 전국금속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최전선에서 근무하는 개인이나 사업장 일부를 담당하는 하청·협력업체보다 전체 사업장을 총괄 관리·감독하는 사업주에게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특히 크레인 참사의 경우 하청업체 직원들만 출근한 노동절에 발생해, 현장에 있던 많은 이들이 현재까지 트라우마로 고생하고 있다”고 일갈하며 이번 판결에 대해 강한 반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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