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직군 및 항공업계 상황 상 재취업 사실상 힘들어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 /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 / 사진=연합뉴스

매각을 앞두고 군살빼기에 돌입한 아시아나항공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퇴직자들이 받을 억대 퇴직금 및 학자금 지원에 주목하지만, 업계에선 이들의 재취업 가능성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중순까지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대상은 일반직, 영업직, 공항서비스 직군 가운데 근속 15년 이상 직원이다. 퇴직자에겐 퇴직 위로금 및 자녀 학자금을 2년간 지원한다. 아시아나 15년 차 직원의 연봉을 감안하면 퇴직금은 약 1억5000만원이다.

언뜻 보면 나쁘지 않은 조건인 것처럼 보이지만 퇴직하게 될 경우 다시 직장을 얻어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 녹록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7일 한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희망퇴직을 받는 직종은 원래 그 자체로 수요가 많지 않아 재취업이 쉽지 않은데, 15년차 이상 고연봉자면 더욱 재취업이 어렵다”며 “영업직은 여행사에서 수요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도 해당 항공사가 시장에서 잘 나가야 네트워크를 이용하기 수월한 것”이라고 전했다.

다시 말해 회사를 나가게 되면, 퇴직금으로 향후 먹고 살 궁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퇴직자 나이가 한창 일할 나이임을 감안하면 퇴직 조건을 마냥 '희망적'이라고만 받아들이긴 힘들다.

그나마 현재 항공업계에서 재취업이 잘 되는 분야는 운항직, 정비직 등 기술관련 부문이지만 이번엔 희망퇴직 대상이 아니다. 특히 조종사들의 경우 워낙 항공사들의 수요가 많기 때문에 취업이 수월한 편이라는 전언이다.

그런데 아시아나 항공의 경우엔 심지어 운항직종 이라고 해도 다른 항공사 출신에 비해 재취업이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비행기 기종 때문이다. 대부분 국내 항공사들은 보잉사 기종을 기본으로 운영하는 반면, 아시아나 항공 계열은 에어버스 기종이 대부분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어버스와 보잉사 비행기는 겉보기엔 비슷하지만 운항을 하려면 각각 라이센스를 따로 따야 할 정도로 차이가 있다고 한다. 

한 국내 항공사 기장은 “에어버스 기종과 보잉사 기종은 콘셉트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한 기종만 경험한 조종사를 바로 현장에 투입을 할 수가 없다”며 “특히, 젊은 조종사들보다 오랫동안 한 기종만 했던 조종사들이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종법이 비슷하더라도 각 기종의 디테일한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면 위기상황 등에 아예 대응이 안 된다는 것이다. 다만 조종사 부족 현상을 감안하면 교육 및 보잉 기종 라이센스 취득 등을 거치면 조종사들의 재취업은 한결 사정이 나을 것이라는 게 항공업계 설명이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새로운 인수자를 찾기 위해 계속 군살을 빼야 할 입장이다. 그 일환으로 7일엔 오는 9월부터 일등석을 전면 폐지하고 대신 비즈니스 스위트 석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희망퇴직자는 오는 14일까지 받을 예정이지만, 자세한 진행상황 등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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