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주 여행을 했다. 미국 워싱턴과 뉴욕, 캐나다 퀘벡을 둘러 봤다. 이 여정은 미국영화 속 명소의 순례길 다름 아니다. 나이아가라 폭포, 백악관, 워싱턴 기념탑, 링컨 동상, 브루클린 덤보(Dumbo) 등은 미국영화 촬영의 보고(寶庫) 다.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걸쳐 있는 나이아가라폭포는 장관이었다. 쉼없이 그 많은 수량을 쏟아부는 폭포가 경이스러울 정도다. 발터 벤야민이 말한 아우라(Aura)를 느낄 수 있었다. 풍부한 자연경관을 갖고 있는 미국과 캐나다는 참으로 복 받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나이아가라’가 생각났다. 1953년에 제작한, 마릴린 몬로 주연의 영화는 60년대 미국인들의 대표적인 신혼 여행지인 나이아가라 폭포를 배경으로 신혼 부부가 그들이 묵어야 할 방에서 방을 빼지 않고 있는 투숙객 부부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몬로는 이 영화에서 팜프 파탈 연기를 선보여 일약 세계적인 섹시 스타에 올랐다. 몬로는 남편을 살해하여 나이아가라 폭포 에 던져 버리고 이 사실을 숨기려는 비정의 여주인공을 맡았다.

워싱턴은 선악의 대결구도로 전개되는 대부분의 미국 영화에서 아군의 작전부의 핵심이다. 명소로는 국회의사당과 백악관을 비롯하여 링컨기념관, 제퍼슨기념관, 워싱턴기념탑 등이 있으며, 특히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관(Korean War Veterans Memorial)이 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관엔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는 국가의 부름에 응한 미국의 아들과 딸들에게 미국은 경의를 표한다.” 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또 대리석 벽면에 적혀 있는 "FREEDOM IS NOT FREE" 문구를 보면서 자유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에 새삼 미 국민들에게 고마움과 숙연한 마음이 드는 곳이다.  중공군개입으로 미군이 철수하는 장면을 묘사한 동상들은 우리영화 ‘국제시장’의 함흥철수 장면을 연상케 했다. 영화는 관객 수 1천4백만 명을 기록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파란 하늘에 솟은 흰색의 뾰족한 워싱턴기념탑과 그 앞 넓은 연못 정원은 톰 행크스의 주연의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촬영지다. 베트남전 참전 용사 포레스트가 반전시위에 휩쓸려 엉겁결에 연설하다가 군중 속에 있던 여자 친구 제니를 연못 (리플렉팅 풀, Reflecting Pool)로 달려가 만나는 장면이 생각나는 곳이다.

불편한 다리, 남들보다 조금 떨어지는 지능을 가진 외톨이 소년 포레스트의 눈물겹지만 따뜻한 인생역정을 그린 영화는 “달려! 포레스트 달려!(Run! Forrest Run!)” 란 대사가 생생하다. 1994년 미국에서 개봉할 당시 3억 29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려 흥행1위에 올랐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에서 70만 관객을 모으며 당시 크게 히트했다.

뉴욕의 관광지 중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곳이 브루클린 덤보(Dumbo)다. 3시간20분짜리의 갱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배경으로도  유명한 덤보는 ‘Down Under the Manhattan Bridge Overpass’의 약자로 갤러리가 모여있는 다리 아래 지역을 뜻한다. 클래식한 빌딩 사이로 보이는 맨해튼 브릿지는 영화의 명소이다. 1984년 처음 극장개봉 당시 139분 버전은 평가가 좋지 못했으나 이후 229분 버전으로 비디오와 DVD가 출시되면서 영화는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이렇듯 할리우드는 미국의 명소를 로케이션해 관광지로 만들고 관광객을 불러 모으며 영화에 더해 관광수입까지 챙기고 있다. 이른바 원스 소스 멀티 유스 (OSMU) 방식중 하나인 테마파크화하는 것이다.

지금 서울을 포함한 전 세계 극장가는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흥행돌풍에 휩싸여 있다. 국내에선 개봉 7일만에 700만 돌파했으며 중국 일본등에서도 폭발적인 관객기록을 세우고 있다. 개봉 첫 주말 영화의 전 세계 티켓 판매 수입은 12억달러(약 1조3908억원)에 달했으며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3억5600만달러(약 4126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영화는 극장가뿐 아니라 월가도 강타했다. 제작사 월트 디즈니의 주가는  29일(현지시간) 장중 142달러37센트(약 16만5200원)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미국 영화산업이 무기산업, IT산업과 함께 미국의 3대 산업이 맞긴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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