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단체, 간담회 등 통해 의견 수렴···일부 단체들 “대기업 악용·벤처투자 축소될 수 있어”

정부가 비상장벤처 차등의결권 도입을 밝힌 가운데, 중소벤처업계 또한 물밑작업에 들어갔다. 벤처기업 성장을 위해 차등의결권 도입에 무게가 실리고 있음에도 일각에서는 벤처투자 규모 축소와 대기업 악용을 우려하며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차등의결권은 주식마다 차등을 두고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1주 당 1의결권이 아닌 1주에 100개 같은 다수 의결권을 보유할 수 있다. 특히 비상장 벤처기업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면 인수합병(M&A)등의 상황에서 창업자들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보장해 줄 수 있다.

지난 3월 유니콘기업(상장전 기업가치 1조원)을 만들기 위한 제2벤처붐 전략이 발표되면서 차등의결권은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기획재정부는 혁신 벤처기업들이 자본시장에 부담없이 들어울 수 있도록 벤처 차등의결권 등을 골자로 한 벤처특별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도 벤처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힘을 보탰다.

이에 정부와 관련 벤처단체들도 차등의결권에 대한 물밑작업에 들어갔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중소기업연구원에 벤처 차등의결권 관련 용역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기업협회 등 벤처, 스타트업 단체들도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차등의결권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벤처업계는 해외자금 유치와 경영권 안정을 위해서 차등의결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니콘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지원이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 있어서도 글로벌 벤처캐피털(VC)들의 대규모 자금 유치가 도움이 된다. 차등의결권으로 주주 지배권이 안정되면 창업가가 투자를 유치하기가 쉽다는 주장이다. 자금력이 약하지만 혁신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에게 유리하다.

또한 경영권 강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동안 몇몇 스타트업들이 서비스를 유치하고 나서 매출 하락으로 인해 경영권을 박탈한 경우가 있었다. 벤처업계는 창업가에게 더 많은 의결권이 부여된다면 장기적으로 혁신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현재 배달의민족, 토스 등 유니콘이라고 평가받는 스타트업들은 해외자금을 유치했다. 국내외 자금을 유치하는 스타트업들이 늘어날수록 차등의결권을 통해 경영권을 안정화시켜야 한다”라며 “창업가들은 혁신과 경영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차등의결권은 벤처생태계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이 차등의결권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 중국 스타트업들도 차등의결권 도입에 나서고 있다. 바이두, 알리바바 등 중국 혁신기업들도 차등의결권 확보를 위해 미국 거래소에 상장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차등의결권이 대기업 악용과 국내 벤처투자시장 축소를 우려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과 VC심사역들은 벤처 차등의결권이 과도하게 경영권을 보호해 M&A와 벤처투자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는 차등의결권이 결국 벤처기업에 한해서 허용된다 하더라도, 앞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돼 대기업이 악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 VC 심사역은 “자금이 없는 벤처기업들을 위한 취지는 공감하지만 비상장 기업들에게 차등의결권이 부여된다면 VC입장에서는 투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수도 있다. 또한 도태될 벤처기업까지 보호하는 법안이 될수도 있다"며 "상장 전에만 복수의결권을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확실한 것은 벤처 차등의결권만이 유니콘기업 육성 방법이 아니다. 과도하게 적용되지 않도록 (정부나 업계에서) 신경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 지난 3월 제2벤처붐 확산을 발표하고 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26일 비욘드팁스 행사에 참여해 유니콘 육성을 강조하고있다. / 사진=청와대, 중소벤처기업부.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문재인 대통령(왼쪽) 지난 3월 제2벤처붐 확산을 발표하고 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26일 비욘드팁스 행사에 참여해 유니콘 육성을 강조하고있다. / 사진=청와대, 중소벤처기업부.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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