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vs 토종, 급성장한 시장에 주도권 경쟁

사진=넷플릭스 웹페이지 캡쳐
사진=넷플릭스 웹페이지 캡처

직장인 김수정(29·가명)씨는 퇴근 후 매일 저녁 넷플릭스 영화 및 드라마를 감상하고 있다. 김씨는 “TV를 보지 않게 된 지 꽤 됐다”며 “스마트폰과 PC를 이용해 주로 넷플릭스 콘텐츠를 감상한다. 친구 및 직장 동료 대부분도 현재 넷플릭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방송통신 시장에서 연일 주목을 받고 있는 플랫폼이 있다. 바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는 이제 인터넷(IP)TV·케이블과 같은 유료방송마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향후 국내 시장을 둘러싼 토종 OTT업체들과 글로벌 OTT업체들간 치열한 접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OTT 영향력의 증가로 인한 코드커팅(Cord-Cutting) 현상을 우려하기도 한다. 코드커팅이란 케이블TV나 위성TV 같은 유선방송을 이용했던 것에서 별도의 선이 필요 없는 온라인 기반 동영상 서비스로 이동해가는 시청 행태를 뜻한다. 

◇국내 시장에 불어닥친 넷플릭스 신드롬

지난 2016년 넷플릭스가 처음 한국에 상륙했을 때만 해도, 방송통신업계는 넷플릭스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았다. OTT에 대한 이해도 낮았고, 무엇보다 국내 맞춤형 콘텐츠가 적어 소수의 미국 드라마 마니아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넷플릭스는 한국 맞춤형 콘텐츠로 국내 이용자들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 독점 공개다. 최근에는 한국형 좀비 사극 ‘킹덤’도 선보였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국내 넷플릭스 웹·앱 순 방문자는 240만2000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1년 전(79만9000명)보다 3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업계는 지난 1월 선보인 킹덤 효과가 컸다고 분석했다. 킹덤은 주지훈, 배두나, 류승룡 등의 출연으로 관심을 받았으며, 회당 20억원 제작비를 들여 고퀄리티 영상미를 자랑한다. 실제로 넷플릭스와 IPTV 분야에서 제휴 중인 LG유플러스의 경우 킹덤 공개 후 일일 유치 고객이 3배 이상 늘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최근 가수 아이유 주연의 영화 ‘페르소나’와 지수, 정채연, 진영 주연의 ‘첫사랑은 처음이라서’와 같은 한국 드라마를 선보였다. 향후에도 한국 드라마를 계속해서 공개할 예정이다.

넷플릭스의 또 다른 강점은 저렴한 요금제다. 현재 정식 출시된 넷플릭스 요금제는 △베이직 9500원 △스탠다드 1만2000원 △프리미엄 1만4500원 등 3종이다. 그동안 VOD 한편에 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불했던 소비자 입장에서 한달에 만원 가량의 돈으로 수천 편에 달하는 영화와 드라마를 볼 수 있다. 넷플릭스를 더 선호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토종 OTT vs 글로벌 OTT…최후 승자는 누가 될까

OTT 시장이 점차 커지자, 최근에는 디즈니, 애플과 같은 글로벌 공룡들도 OTT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는 최근 독자적인 OTT플랫폼 ‘디즈니 플러스’ 출시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11월 미국을 시작으로 아시아, 유럽, 라틴 아메리카로 서비스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애플도 지난 3월 OTT 서비스인 ‘애플 TV 플러스’를 공개했다. 올 가을 100여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며 다양한 오리지널 TV 프로그램, 영화, 다큐멘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글로벌 OTT들의 공세가 거세지자, 최근 토종 OTT들도 반격에 나섰다. 국내 OTT 시장의 경우 초반에는 국내 지상파·유료방송 사업자, 이동통신사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됐으나, 이후 네이버·카카오·왓챠 등 IT기업들이 후발주자로 OTT사업에 진입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대표적인 OTT 플랫폼으로는 지상파 방송 3사(KBS, MBC, SBS)가 공동출자해 만든 OTT 서비스 ‘푹(POOQ)’,  CJ E&M이 서비스중인 ‘티빙(TVING)’, SK브로드밴드 ‘옥수수’, KT ‘올레TV모바일’, 네이버 ‘네이버TV’, 카카오 ‘카카오TV’, 왓챠 ‘왓챠플레이’ 등이 있다.

최근 SK텔레콤은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 사업을 분할하고, 이를 푹과 통합하기로 했다. 향후 별도 통합 법인을 설립해 하나의 서비스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옥수수와 푹이 통합하면 단숨에 국내 최대 OTT로 급부상하게 된다. 기존 옥수수 가입자 900만명과 푹 가입자 400만명이 합쳐져 총 가입자 1300만명 이상의 초대형 OTT가 탄생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업체들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KT는 최근 올레 tv 모바일에서 시청할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3개 작품을 새롭게 선보였다. ‘탐나는 그녀들의 사생활’, ‘너를 싫어하는 방법’, ‘로맨스를 팔로우하기 시작했습니다’ 등 3개 작품이다. 아울러 KT는 OTT 서비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IPTV 콘텐츠 강화에도 나선 상황이다.

KT는 최근 열린 ‘올레tv’ 가입자 800만명 달성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구매율이 높은 20~30대를 겨냥한 ‘올레 tv 초이스’를 선보였다. 올레 tv 초이스는 국내 영화관에서 개봉하지 않은 미국 할리우드 화제작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서비스다. 이를 위해 KT는 워너 브러더스, 소니픽쳐스, NBC유니버설, 브에나비스타 인터내셔널, 파라마운트픽쳐스, 이십세기폭스 할리우드 6대 메이저 스튜디오와 손을 잡았다. 

아울러 KT는 국내 시장에서 넷플릭스를 보완재적 성격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최광철 KT 미디어상품담당 상무는 “미국은 유료방송 가격과 OTT 가격 차가 크지만 국내는 그렇지 않다”며 “넷플릭스는 보완재로, 코드커팅의 대상은 아니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다만 KT는 디즈니 등 글로벌 OTT업체와의 제휴 가능성은 열어뒀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OTT 업체들과의 경쟁을 위해선 오리지널 콘텐츠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앞서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힐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킹덤을 비롯한 오리지널 콘텐츠의 힘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해미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책임은 “국내의 경우 시장 확보 리스크로 인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여전히 소극적인 상태”라며 “국내외 시장규모 차이에서 발생하는 전략차이라 볼 수 있지만 경계를 넘어선 플랫폼 전쟁이 격화함에 따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기업들도 자체 콘텐츠 제작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와 사업전략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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