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 평가원장 후보군 작업, 고위직 A씨 ‘줄대기’설···마약안전기획관·대구청장도 주목

그래픽=시사저널e
그래픽=시사저널e

지난 3월 초순 임명된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취임 두 달 여만에 고위직 세 자리를 임명해야 한다. 세 자리 중 직급이 높은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에 내부 고위직을 승진 임명할 경우 추가 인사도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이 처장의 인사 판짜기가 어떻게 윤곽을 드러날지 주목된다.

4일 식약처에 따르면 현재 공석으로 유지되거나 공석이 예상되는 고위직 보직은 평가원장과 마약안전기획관, 대구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 등 3명으로 파악된다. 현재로선 3명에 불과하지만 승진에 따른 연쇄 인사로 인해 고위직 전보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평가원장의 경우 지난 1월 31일자로 이선희 전 원장이 갑작스럽게 퇴임하면서 3개월 넘게 공석으로 유지되고 있다. 평가원장 직무대리는 서경원 의약품심사부장이 지난 2월 19일부터 맡고 있다.

식품위해평가부와 의약품심사부, 바이오생약심사부, 의료기기심사부, 의료제품연구부, 독성평가연구부 등 6개 부서를 총괄하는 핵심 보직이 평가원장이다. 식품과 의약품은 물론 의료기기 업무까지 통달해야 한다. 특히 차관급인 식약처장에 이어 평가원장은 식약처 차장과 함께 고위공무원 가급(구 1급) 직위로 분류된다. 식약처에서 경력이 풍부하고 능력이 탁월한 고참 국장이 맡아야 하는 핵심보직이라는 의미다.  

당초 이 전 원장이 퇴임한 직후에는 평가원장을 개방형직위나 공모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식약처가 밝히기도 했다. 개방형직위는 민간인도 지원할 수 있는 직위를 지칭한다. 공모직은 공무원만 지원 가능한 직위다. 하지만 최근 식약처는 평가원장을 개방형직위나 공모직이 아닌 내부승진으로 방향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행정직과 연구직, 식품직 등을 중심으로 복수의 고참급 국장이 평가원장 후보군에 거론되고 있다. 

실제 최근 식약처 고위직 A씨가 평가원장을 염두에 두고 ‘운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운동이란 희망하는 보직을 받기 위해 여기저기 줄을 대는 행위를 지칭한다. 과거 식약처에서는 정기인사철 음해성 투서와 운동이 적지 않았다. 

가장 최근 평가원장을 역임한 3명을 보면 왕진호 전 원장과 손여원 전 원장, 이 전 원장으로 압축된다. 왕 전 원장은 행정직 출신이다. 반면 손 전 원장과 이 전 원장은 연구직 출신이다. 두 명은 약사 출신이기도 하다.    

문제는 류영진 전 식약처장이 퇴임 전인 지난 2월 정기인사를 통해 고위직 판을 짜놓은 상황에서 3개월 여만에 그 판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는 고충이 있다는 점이다. 국장들 재임기간이 3개월 안팎인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이에 그동안 평가원장이 공석으로 유지됐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요직인 평가원장을 더 이상 공석으로 둘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 처장이 후보군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누가 평가원장으로 승진하느냐에 따라 일부 후속 승진인사가 점쳐지기도 한다.  

또한 조만간 신설이 확정되는 마약안전기획관과 그동안 공석이었던 대구식약청장 등 이 처장이 임명할 고위직이 2개 더 있다.

마약안전기획관은 마약류 오남용 예방과 불법 마약류 감시체계 운영을 총괄하는 국장급 보직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마약안전기획관 신설을 골자로 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 개정령안’이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후 국무조정실에서 행정 처리 중이다. 식약처는 오는 10일 경 관련 규정이 정식 공포돼 시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약안전기획관에는 약무직이나 행정직 부이사관(3급) 중에서 1명이 발탁돼 승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오는 10일 경까지 신임 마약안전기획관이 확정되지 않을 경우 우영택 마약정책과장의 직무대리 발령이 유력시된다.     

부하직원에 대한 갑질행위 의혹으로 지난해 직위해제됐던 설효찬 전 대구청장이 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아 향후 이 처장 결단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설 전 청장을 다시 대구청장에 임명하거나 또는 다른 국장급 보직에 임명하는 방안도 예상할 수 있다.

반면 1959년생 동갑이며 같은 시기 국장급으로 승진했던 박정배 전 부산청장(현 국민연금공단 기획이사) 사례를 들어 설 전 청장에게 용퇴를 요청할 수도 있다. 이 결단도 역시 이 처장이 내려야 한다. 설 전 청장은 과거 식약처에서 학맥이 두터웠던 영남대 약대 출신 1세대들의 막내로 분류된다. 연구직 출신 부인도 현재 식약처에서 근무하고 있다.            

어떠한 경우든 고위직만 최소 3자리, 최대 6자리 인사 방정식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2개월 공직 경력을 갖고 있는 이 처장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단행할지 식약처 직원들이 관심을 집중시킬 전망이다.

복수의 식약처 관계자는 “과거 모 처장은 다른 능력도 부족했지만 직원들 특성을 파악하지 못해 인사를 특정인에게 맡겨놓기까지 했다”며 “조직의 수장은 공정하고 합리적 인사를 해도 본전인 경우가 수두룩한데 이 처장이 어떤 방향으로 할지 지켜보겠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