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지역 주유소 부지, 건물 신축에 이점···부동산 등 투자처 다변화, 주유소 감소 원인 분석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서울 강서구 소재 모 주유소는 2017년 9월 폐업했다. 중고차매매단지 인근에 위치하고 배후로 아파트단지들이 밀집한 대로변에 위치해 업계에서도 ‘목이 좋다’고 평가받던 곳이었다. 현재 이곳 부지를 포함한 일대에서는 지식산업센터가 지어지고 있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마곡지구가 완공됨에 따라 LG그룹·코오롱인더스트리 등 대기업이 속속 이전해왔는데, 이에 따른 높아진 사무실 수요를 발맞춘 변화로 평가했다.

#서울 관악구 소재 모 가전제품대리점은 2013년까지 주유소가 영업하던 자리다. 상시 차량유동이 많은 사거리 모퉁이에 자리했으며, 필지가 넓어 세차장·정비소 등이 함께 운영되던 대형주유소였다. 이곳 업주는 인근을 지역구로 둔 유명 국회의원의 부친으로 지역유지로 손꼽히는 인물이었다. 일대 부동산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주유소 폐업과 더불어 보유 중이던 토지 등 일체를 해당 가전업체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진다.  

주유소의 감소세가 도드라지는 양상이다. 6일 시사저널e가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자료를 바탕으로 2010년부터 현재까지 영업주유소 현황을 분석한 결과, 1569개 주유소가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10%를 웃도는 166개 주유소가 서울에서 자취를 감췄다.

2010년 말 기준 전국 영업주유소는 1만3107개다. 5월 현재 전국영업주유소 수는 1만1538개다. 이 기간동안 최소 1569개 주유소가 문을 닫은 셈이다. 같은 기간 서울 소재 영업주유소도 2010년 말 664개서 5월 현재 498개로 감소했다. 서울에서만 최소 166개 주유소가 폐업했는데, 10.6%에 달하는 수치다.

당초 주유소 폐업은 주로 지방 소도시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인구감소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소도시일수록 자동차 이용객이 감소하면서 주유소 수익성을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아울러 터널·고속화도로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따라 이동경로가 달라지면서 구도로의 주유소 폐업이 잦아진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해석이 틀리진 않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전체를 설명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감소현상을 설명하는데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서울지역 주유소 감소현상은 주유사업 수익성이 내리막길을 걷게 되고 동시에, 부동산 등 다른 투자수단이 부각되면서 빚어진 현상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도시지역 주유소들의 경우 대지가 넓고 반듯한 모양을 갖췄으며, 차량 및 유동인구가 많은 대로변에 위치한 경우가 다반사”라면서 “자연히 건물 등을 신축하는데 있어 유리한 입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주유소사업은 인건비부담 등 운영함에 있어 각종 애로점이 발생하는데, 임대사업의 경우 이 같은 부담들을 상당 수 덜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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