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호 장례와 화장문화 연구포럼 대표 “현 2개 화장장 체제론 포화 상태” 주장
주민들 설득·대화에 시간 소요되는만큼, 조속한 착수 필요성 역설···후보지 공모방식 추진 제기

박태호 장례와 화장문화 연구포럼 공동대표. / 사진=시사저널e
박태호 장례와 화장문화 연구포럼 공동대표. / 사진=시사저널e

“서울시는 시민들의 화장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제3화장장을 조속히 건립해야 합니다.”

박태호 장례와 화장문화 연구포럼 공동대표는 기자와 만나기 전 전화 통화에서도 유난히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이제는 명실상부한 화장문화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으니 하고 싶은 말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이번 인터뷰 골자는 서울시가 하루빨리 제3화장장 건립에 본격 나서야 한다는 박 대표의 평소 지론이다.

“현재 서울시 서초구 원지동에 있는 서울추모공원은 지난 2001년 건립이 확정돼 2012년 초 오픈했습니다. 서울시가 건립을 주도한 서울시립승화원은 지난 1973년 이전 건립된 화장장입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소재한 승화원은 통상 백제화장장으로 불리우는 곳입니다.”

이처럼 현재 서울시가 건립한 두 개 화장장이 서울과 경기도에 있지만 박 대표를 포함한 화장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제3화장장 건립을 제기했다고 한다. 지난 2012년경부터였다.

“제가 제3화장장 건립을 논의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그만큼 최종 확정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화장장 건립을 검토하는 후보지역 주민들을 설득하고 대화하는데 일반인 예상을 뛰어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전국적으로 이같은 작업이 5년 이내 끝난 적이 없습니다.”

이처럼 주민들 설득과 대화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하더라도 왜 지금부터 서울시가 제3화장장 건립을 검토해야 하는 것일까? 그같은 궁금증에 대한 답변을 박 대표가 설명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서울시 연간 사망자 숫자는 4만5300여명입니다. 1일 평균 사망자 수는 124명입니다. 서울시가 건립한 2개 화장장의 1일 최고 화장능력 149구에 바짝 다가선 숫잡니다. 특히 124명은 평균이라는 점을 봐야 합니다. 사람 사망을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도 포화상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박 대표는 이미 지난 2014년 경부터 서울시민의 화장 불편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상을 가거나 주변에서 상을 치를 때 자세하게 보십시오. 상주는 경황이 없고 대개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가 화장장에 연락해 예약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상황이니 일반 시민들은 아무래도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서울시 2개 화장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연간 서울시 사망자 중 3000구가 넘는 시신이 경기도 등 서울 외곽으로 빠져나가 화장을 치르게 된다고 한다. “현재 경기도도 여유가 없습니다. 수원과 성남, 용인 등 3개 시가 화장장을 운영하는 상태입니다. 이들 시립 화장장은 무리하게 가동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2012년 경부터 각종 세미나나 공청회, 토론회 등에서 지속적으로 제3 화장장 건립을 주장해왔다. 서울시는 지난 2017년 전담 TF를 구성하는 등 일부 검토를 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담 TF 역시 지난해 여름 마지막 회의를 하는 등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박 대표는 토로했다.

“서울시는 화장장이 최고 기피시설이어서 핵발전소 못지않은 이슈로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과거 서울시의 도시화가 덜 진행된 상태에서 했어야 하는데 일견 아쉬움도 있습니다. 특히 화장장이 들어오면 땅값이 떨어진다고 주민들이 난리치니 공무원 입장에서도 회피할 수밖에 없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요.”

그렇다면 박 대표와 연구포럼은 어떤 방안을 갖고 제3화장장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 생각을 들어봤다. “제3화장장 건립 관련, 모든 사항은 홈페이지를 통해 완전하게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단, 법률에 의해 보호되는 개인 정보는 제외합니다. 후보지는 공개적 신청 접수를 원칙으로 합니다. 적정 부지 조사도 병행합니다. 동의 없는 착공이 없다는 것을 절대적 가치로 합니다. 법률과 시 재정이 허락하는 한 해당 지역의 어떤 요망사항도 수용하도록 합니다.”

건립 착수 시기와 관련, 박 대표는 서울추모공원의 경우 건립하기까지 14년이 소요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복수의 국내외 화장장 건립 사례를 보면, 최소 5년 이상 기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 착수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화장시설 건립으로 인한 갈등은 부지 선정 이후 발생하기 때문에 부지 확정 시기는 정치 사회적 제반 여건을 충분히 고려한 후 결정하자는 주장이다.

“건립 대상지역이 핵심사항으로 판단됩니다. 도시 균형발전과 이용 시민 편의를 위해 현재 화장장 위치를 감안한 분산 배치가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서울시청으로부터 자동차로 1시간 이내 접근 가능한 지역 중 건립 후보지를 물색하는 차선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에서 화장장 문제가 심각한 경기 북부지역을 우선 검토대상 지역으로 설정해 두고, 광역적으로 접근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특히 논란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되는 건립 장소 선정과 관련, 박 대표는 신문 광고와 지역 관계관 회의 등을 통한 완전한 공모방식 추진을 주장했다. 가능하면 수도권 전 지역을 대상으로 해 서울시장이 직접 주재하는 설명회 또는 간담회 등을 다수 진행해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후보지는 설정된 평가 기준에 따라 계량 평가해 2~3배 수 후보지를 선정해 시장에게 추천한다. 추천된 후보지에 대해 시 기술진 검토와 고위급 의견 청취 과정을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 물론 후보지역 지자체 및 주민과 직접 대화를 진행하고, 최종적으로 제3화장장 건립 입지를 결정하는 수순을 구상했다.

“이같은 내용을 정리해 지난 3월 중순 서울시에 공식 건의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초기 검토가 진행 중이며 화장장 건립은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는 회신만 저에게 보냈습니다.” 

박 대표는 당초 서울시에서 근무했던 공무원 출신이다. 지난 1991년 초반 사회과 장묘담당으로 발령 받아 관련 업무를 진행했다. 그가 처음으로 제2화장장 건립을 주장한 것은 사회과 근무 말기였던 1994년 8월이었다. 이어 같은 해 말 다른 부서로 옮겼다가 1995년 말 장례 업무에 복귀한 그는 화장에 관심이 많았던 고건 시장 시절 장묘문화개선 추진계획을 확정해 시행하는 등 많은 업무를 진행했다. 

지난 2007년 공무원을 퇴직한 박 대표는 사단법인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에도 참여했다. 이 단체를 계승한 것이 현재 장례와 화장문화 연구포럼이다. 다른 두 명 공동대표와 함께 대표로 일하고 있다.

“서울시 등 대도시 화장장은 이제 질적으로 양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승화원도 지난 1986년 새로 지었으니 30년이 넘었습니다. 지역 주민들 반대가 많다고 누구나 꺼리지만 마냥 손을 놓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일단 시작부터 해야 합니다.”

현재 대한장례지도사협회 연구위원으로도 활동하는 박 대표는 하루 종일 화장과 장례문화 관련 자료를 검색하고 자료를 만드는 일도 열심이다.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화장장 후보 지역 땅값을 일부 보상해주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의 연구가 언제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