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폰 등 포준 500대기업 60% 본사 소재지···쿠팡 모회사, 하림 美법인도 위치

델라웨어(Delaware) 지도/ 사진=셔터스톡
델라웨어(Delaware) 지도. / 사진=셔터스톡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SK이노베이션의 셀·팩·샘플 등의 제품 수입 전면금지를 요청하고, 델라웨어주(州) 지방법원에 각각 영업비밀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감행하면서 업계 안팎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소송전이 펼쳐질 델라웨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LG가 소송을 제기한 델라웨어는 SK이노베이션 전지사업 현지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 Battery America)‘의 본점이 소재한 곳이다. 미국 주가 50개에 달한다 하더라도 상당수 주들의 비교적 익숙한 지명들이 많은데 반해, 델라웨어란 지명은 유독 국내에서 생경한 것이 사실이다.

미국에서는 각 주마다 해당 지역을 지칭하는 문구들이 있다. 자동차 번호판은 물론 지역 내 곳곳에 이 같은 문구들이 쉽게 눈에 띄는데 가령 뉴욕주와 플로리다주의 경우 각각 ‘엠파이어 스테이트’(Empire State), ‘선샤인 스테이트’(Sunshine State)라 불린다. 델라웨어주의 별칭은 ‘더 퍼스트 스테이트’(The First State)다.

‘첫 번째 주’라는 의미가 붙게 된 배경에는 델라웨어주의 역사가 반영됐다. 오늘날 미국의 기틀이 된 합중국에 가장 먼저 가입한 주라는 이유에서다. 자연히 미국 헌법을 가장 먼저 승인한 주가 됐다. 상징성이 있는 주임에도 생경한 까닭은 이곳이 50개 주들 중 두 번째로 작은 주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미국 내에서도 인지도가 가장 낮은 주로 손꼽힌다.

미국 동부해안의 중앙에 자리 잡은 델라웨어는 북쪽으로 필라델피아가 속한 펜실베이니아주와 남쪽으론 볼티모어가 속한 메릴랜드주와 경계를 맞대고 있다. 워싱턴DC와 차로 1시간 반, 뉴욕 맨해튼과 차로 2시간 반 거리다. 지리적으로 미국의 정치·경제 중심지인 두 도시 중앙에 위치한 셈이다.

사실, 델라웨어는 기업인들에겐 유명한 도시다. 소위 ‘기업의 천국’이라 불린다. 미국 경제지 포춘(Fortune)은 매년 500대 기업을 선정하는데, 이들 중 60% 안팎의 기업들이 델라웨어에 본사를 두고 있다. 미국은 물론 세계에서도 가장 기업 친화적 법률이 제정되고 발전돼 온 까닭에 미국 내 주요 카드사, 대기업의 본사들이 이곳에 적을 두고 있는 것이다.

기업가에 유리한 세법이 적용돼 본사들을 두고 있지만, 이들 업체들 상당수는 델라웨어에 사무실만을 둔 채 다른 지역을 사업거점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내에서 조세회피처로 불리는 이유다. 그렇다고 모든 업체들이 그렇지는 않다. 세계최대 화학회사 ‘듀폰(DuPont)’은 델라웨어에 본사 및 주요 생산시설을 뒀다. 아마존의 경우 대형물류창고를 이곳에 설립했다. 

듀폰을 비롯해 미국 내 주요 카드사, 각조 기업들의 본사가 이곳에 집중된 만큼 세수도 풍부하다. 이 때문인지 델라웨어는 50개 주들 중에서도 몇 안 되는 ‘판매세’(Sales Tax)가 100% 면세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미국은 물건을 최종 결재할 때 각 주의 세율에 따라 판매세가 부과된다. 인접한 대도시주민들이 델라웨어에 소재한 몰 등으로 원정쇼핑을 올 정도다.

규모에 비해 부유한 주로 손꼽힌다. 2016년 미국 인구조사국 통계자료에 따르면 델라웨어의 인구는 96만여명이다. 전체 주들 중 45위에 불과하다. 소득수준은 15위다. 세수가 풍부하고 판매세를 면해주는 탓에 물가가 저렴하며, 대도시와 인접해 있어 뉴욕 등 대도시 출신 은퇴자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알려진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미국 배터리사업 현지법인을 델라웨어로 점찍는 과정에서 세계 1위 화학사가 자리하고 기업하기 좋은 세제혜택 등을 감안했을 것”이라며 “이 밖에도 쿠팡의 모회사 포워드벤처스와 하림의 미국법인 본점도 델라웨어에 소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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