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영업적자 원인 의견 분분···한전, 연료비·전력구입비 상승 등 이유로 꼽아
신재생에너지 구매 비용 상승·경직된 에너지 정책 때문 주장도 제기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 사진=연합뉴스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한국전력공사가 대규모 당기순손실과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그 원인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연료비 지출과 전력구입비 상승이 주된 요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기저에는 정부의 에너지정책 전환, 이른바 탈원전 정책이 깔려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공개한 ‘2018년도 공공기관 경영정보’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지난해 1조174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1조4413억원 흑자를 기록한 2017년보다 순이익이 2조6159억원 줄었다. 영업이익도 2080억원 손실을 기록, 2012년 이후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4조9531억원 흑자를 낸 전년과 비교하면 이익이 무려 5조1611억원 감소했다.

연료비 지출과 전력구입비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2019년 1분기 한전 정기공시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한전의 연료비 지출은 전년보다 3조6132억원, 전력구입비는 4조1429억원이 증가했다. 

연료비 지출과 전력구입비가 크게 늘어난 이유를 놓고는 분석이 엇갈린다. 일단 정부는 유가 인상 등 국제 연료가격의 상승과 원전 정비일수 증가에 따른 원전 이용률 하락을 내세우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 연료가격은 전년 대비 유가가 30%, LNG가 16.2%, 유연탄 21%가 각각 올랐다. 이로 인해 지난해 한전의 연료비 지출과 전력구입비가 크게 늘어났다는 게 정부 측 주장이다. 

탈원전 정책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현재 탈원전으로 줄어든 원자로는 월성1호기 하나 뿐이라 아직 그 영향이 나타날 때가 아니고 2024년까지 원전 설비규모는 오히려 증가하기 때문에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원전 정비일수 증가에 대해서는 과거 부실시공에 따른 보정조치로 증가한 것이지 에너지 전환 정책과는 관련 없다는 설명이다.

반면 한전의 적자 전환이 탈원전 정책의 간접적 영향이란 의견도 있다.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규제기관이 과도한 규제를 하면서 원전 가동률을 줄였고 이로인해 전력 공급에 참여할 수 있는 원전이 줄어들면서 한전의 실적 악화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또 탈원전 정책으로 발전 사업자들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발급받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면서 한전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이행계획에 따라 발전 설비 용량 500MW 이상의 대형 발전사들에게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PRS) 의무 비율만큼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게끔 했다. 이를 채우지 못한 발전사들은 인증서 거래시장에서 REC를 구입해 모자란 할당량을 채우도록 했다. 이에 따라 탈원전 정책을 한전 적자의 이유로 거론하는 쪽에서는 지난해 한전의 발전 자회사들이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느라 ‘무더기 적자’를 기록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탈원전 정책이 에너지 정책의 유연성을 가로막았고 그 결과가 실적으로 나타났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연료의 값이 비싸지면 다른 연료로 대체해 비용을 완충시켜야 하는데 정부가 이같은 여지를 막아버렸다는 것이다.

원자력발전 업계 관계자는 “한 연료의 시장성이 떨어지면 다른 연료를 활용하는 식으로 에너지 정책을 조절해야 하는데 정부가 화력 발전과 원자력 발전을 꽉 막아버리면서 완충 기능이 없어져 버렸다”고 말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 가동률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보조금이 늘어난 것 모두 탈원전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며 “이로인해 에너지 정책의 안정성도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또 “이번 한전 실적악화가 탈원전의 예행 연습이 된 것은 분명하다”며 앞으로 원전이 줄어들면 발생할 일이 지금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의 실적 악화가 올해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관건은 지난달 강원도 일대에 발생한 산불의 책임 소재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원은 특고압 전선이 바람에 떨어지면서 전기적 방전이 생겼고 그 결과 전선에 불꽃이 발생하면서 산불이 발생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전이 일정 부분 관리 과실 책임을 져야 할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앞서 김종갑 한전 사장은 지난달 24일 강원도 고성군 재난안전대책을 찾아가 “피해 주민, 지자체 등과 협의해 한전이 어떤 조치를 해야 할지 논의하겠다. 형사적 책임이 없더라도 민사적으로 해야 할 역할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민사상 보상을 시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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