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2007~2019년 징계처분 전수 분석···검사 총 95명 징계 중 해임·면직은 23명
‘뇌물수수’ 이르러야 해임 중징계···강제추행·모욕적 발언엔 감봉·견책 많아
‘막말 해임’ 논란, 전 법무부 인권과장 징계 수위와 비교해보니 형평성 떨어져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법무부는 지난 1월 부하직원들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하고 과도한 의전을 요구했다는 등의 이유로 오아무개 전 법무부 인권정책과장(부이사관·3급 공무원의 직급)을 ‘해임’했다. 오 전 과장은 자신의 부적절한 발언을 일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징계 사유가 해임까지 이를 사안은 아니라며 법적 다툼을 계속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오 전 과장이 ‘과도한 징계를 받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비검사 출신인 오 전 과장과 유사한 직급에 있는 검사에 대한 징계 사례를 살펴봤을 때 해임이라는 징계 양정은 매우 이례적인 처분이라는 주장이다.

시사저널e는 막말 등 발언 문제를 이유로 오 전 과장을 해임한 법무부 결정이 타당한지 확인하기 위해 과거 법무부가 비위 검사를 징계한 사례들을 분석해봤다. 검사가 임용 후 공무원 3급에 해당하는 대우를 받는다는 점에서 오 전 과장 사례와 비교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독립 관청으로서 높은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검사들의 경우 도리어 오 전 과장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징계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 강제추행·성희롱·폭언에도 검사들은 최대 ‘면직’···오 전 과장 ‘막말 해임’과 비교돼

검사의 징계는 검사징계법으로 명문화돼 있고 징계 내용은 법무부 공고 형식으로 공개된다. 본보가 대한민국 관보(2019년4월24일 기준)를 전수 조사한 결과, 2007년부터 올해 4월24일까지 총 95명의 검사가 징계를 받았다. 이 가운데 해임은 8명, 면직 15명, 정직 14명, 감봉 26명, 견책 32명 등이다. 검사의 징계는 해임·면직·정직·감봉·견책으로 구분된다.

오 전 과장과 유사한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 막말, 성희롱성 발언 등을 해 징계를 받은 검사들은 9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대부분 정직·감봉·견책 등 해임보다 가벼운 징계를 받았다. 폭언 등 부적절한 언행으로 해임된 검사가 1명 있었으나, 직장 내 피해자가 숨지는 특수한 경우였다.

A검사는 지난해 5월 점심시간을 넘기고 업무에 복귀해 업무 관련자에게 욕설 등 부적절한 언행을 해 지난 4월 견책을 받았다. 여자 검사에게 뽀뽀해 달라고 말하는 등 부적절한 언행을 한 B검사도 견책에 그쳤다. 

C검사의 경우 지난 2011년 5월 노래방에서 검사직무대리 실무 수습중인 여성들에게 블루스를 추자고 하는 등 부적절한 언행을 했지만 같은해 10월 감봉 2월의 징계를 받는데 그쳤다. D검사는 지난 2011년 8월~12월 만취상태로 폭행 범죄를 저질렀지만 지난 2012년 10월 감봉 2월의 징계를 받았다.

E검사는 지난 2012년 3월 저녁 식사 자리에서 여기자 등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해 징계위에 회부됐지만 같은해 4월 정직 3월의 징계를 받았다.

오 전 과장의 사례처럼 막말 등을 이유로 해임을 당한 검사는 1명이 있었다. 하지만 해당 검사의 경우 2년 가까이 부하직원들에게 폭언 등 모멸감을 주는 언행을 했고, 피해자가 숨지는 특수한 경우였다.

막말이나 성희롱성 발언이 아닌 직접적인 신체접촉을 해 강제추행죄에 이르는 행위를 하거나, 남성 부장검사가 여성 직원과 검사들에게 지속적으로 데이트신청을 하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했을 때도 해임보다는 징계 수위가 낮은 ‘면직’으로 처분됐다.

F검사는 지난 2017년 6월 서울 중구의 한 노래방에서 검사 출신 여변호사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하고, 2018년 1월 영등포구에 위치한 노래방에서 후배 여검사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지만 2018년 8월 면직됐다. G검사의 경우는 2016년 9월 한 지검 형사부장으로 근무하며 같은 청 소속 실무관에게 반복적으로 사적인 만남을 제안했고, 2017년 5월~6월 여검사에게 사적인 만남을 제안하는 문자와 전화를 했으나 2017년 7월 면직됐다.

지난 2017년 10월 평검사 회식 자리에서 여검사의 손을 만지고, 2016년~2017년 여검사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언행을 반복적으로 한 H검사도 감봉 1년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이에 반해 오 전 과장은 직접적인 신체접촉은 없었고 ‘나라의 노예들이 너무 풀어졌다’는 등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해임됐다. 징계 사유 중 하나인 성희롱적 발언도 맥락상 논란의 여지가 있다.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는 비위 사실에도 최대 면직에 그친 다른 검사들의 사례와 비교했을 때, 오 전 과장에 대한 징계가 형평성을 잃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 ‘뇌물수수 사유’ 이르러야 통상 ‘해임’···‘감봉→해임’ 징계양정 3단계 상승 의문 남아

그렇다면 해임에 이른 사례들은 어땠을까. 검사가 해임 또는 면직에 이른 나머지 사례들을 살펴보면 범죄 혐의가 짙은 뇌물수수죄를 저질렀거나 뇌물수수죄 성립이 가능한 사례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밖에 피의자와 부적절한 성관계를 했을 때도 이 같은 중징계가 내려졌다.

I검사는 지난 2014년 1억원을 수수해 2017년 5월 해임됐다. J검사 역시 지난 2016년 3월~9월 수사대상자였던 사람과 4000만원 상당의 금전거래를 하고 증거인멸을 교사해 2016년 11월 해임됐다. 검사장 출신 K검사는 대기업으로부터 9억5000여만원의 각종 편의와 금품 등을 받았다는 이유로 지난 2016년 8월 해임됐다. 지난 2013년 2월 해임된 L검사는 자신이 수사 중인 피의자와 수차례 성관계를 해 해임됐다.

오 전 과장에 대한 징계가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 이유는 징계 수위 만은 아니다. 애당초 감봉이었던 징계양정이 해임으로 변경되면서 의구심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오 전 과장의 막말 논란이 불거진 뒤 감찰에 착수한 법무부 감찰관실은 ‘비위 정도가 약한 경과실에 해당한다’라며 감봉 1개월의 징계가 적정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무부 장관은 오 전 과장의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는 등 여파를 고려해 감봉 3개월을 결정하고, 인사혁신처 산하 중앙징계위원회에 공문서상으로 경징계 청구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중앙징계위는 이보다 징계 수위가 높은 해임을 의결했다.

징계양정을 살펴봤을 때 경징계인 감봉에서 중징계인 해임으로의 변경은 무려 3단계가 상승한 것이다. 2009년~2010년 법무부 인권정책과장을 지냈던 김종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징계 청구권자의 의견이 징계위 의결 단계에서 낮아지거나 같은 수준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도리어 징계 수위가 높아지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으로 알고 있다”라며 “검사들의 징계 사례들과 비교했을 때에도 오 전 과장에 대한 해임은 과한 결정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오 전 과장은 소청심사 과정에서도 징계양정이 다른 유사사례와 비교했을때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 전 과장 측은 소송 사례를 분석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불복 절차를 계속해갈 계획이다.

한편, 오 전 과장은 부하 직원들에게 “나라의 노예들이 너무 많이 풀어졌다”라는 막말을 하고 “잘 생기고 키 크고 몸 좋은 애들이 (우리 부서에) 오지 않는다” “남자들끼리 친해지는 3가지 방법” 등의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이유 등으로 해임됐다.

이에 오 전 과장은 일부 표현 등이 과장됐고, 앞뒤 맥락이 삭제돼 언론에 보도까지 됐다는 입장이다. ‘노예’라는 단어는 대화중 상대방의 말을 이어가다 생긴 오해이고, ‘친해지는 법’은 부적절한 사례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게 오 전 과장의 주장이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최근 12년간 법무부의 검찰 징계 현황 (*대한민국 관보에 게재된 자료를 취합해 시사저널e가 자체 분류한 것임)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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