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네이버, 캐릭터 사업으로 성공가도 달려

엔씨소프트느 최근 스푼즈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 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는 최근 스푼즈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 사진=엔씨소프트

애니메이션 업계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캐릭터 시장에 최근 IT업계가 연이어 진출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캐릭터가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하며 비교적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게임업체도 캐릭터 대중화에 나섰다. 캐릭터가 대중에게 확산되면 마케팅 효과가 클 뿐 아니라 국내 캐릭터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출 증대도 가능해 ‘두마리 토끼’를 노린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는 국내 캐릭터 사업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캐릭터 시장 성장과 함께 새로 진출하는 게임 등 IT업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게임업계, 캐릭터 사업에서 가능성을 엿보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캐릭터 브랜드 ‘스푼즈(Spoonz)’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열었다. 단기간 운영한 레트로 컨셉 ‘스푼즈 마켓’(홍대)과 ‘미니 팝업스토어’(잠실), ‘팝업스토어’(신촌, 건대입구) 이후 정식 스토어 운영은 처음이다. 

스푼즈는 엔씨 게임 캐릭터에서 모티브를 얻어 새롭게 만든 캐릭터 브랜드다. 총 5종의 캐릭터(비티(BT), 신디, 디아볼, 핑, 슬라임)로 구성된다. 가상의 섬 ‘스푼아일랜드’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앞서 엔씨는 지난 4월 아이돌 그룹 ‘뉴이스트’와 광고 모델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김정하 스푼즈실 실장은 “지난해 5월 ‘아트토이컬쳐’에서 첫 선을 보인 스푼즈는 지난 1년 동안 팝업스토어 운영과 여러 브랜드 제휴를 통해 콘텐츠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며 “이번 스푼즈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발판 삼아 더욱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넷마블은 지난해 4월 초 서울 홍대 인근에 위치한 엘큐브에 게임업계 최초로 오프라인 상설 매장인 ‘넷마블스토어’를 오픈한 바 있다. 이곳에서 넷마블을 대표하는 ‘모두의마블’, ‘세븐나이츠’ 등의 게임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상품과 ㅋㅋ, 토리, 밥, 레옹 등으로 구성된 넷마블프렌즈 캐릭터 상품들이 판매됐다. 지난해 12월부터는 명동 롯데 영프라자로 확장 이전한 상태다. 

넷마블은 지난 2013년부터 ‘모두의마블’, ‘몬스터 길들이기’, ‘세븐나이츠’, ‘마블 퓨처파이트’ 등 자사 게임 IP를 활용해 오프라인 보드게임, 아트북, 피규어, 캐릭터 카드 및 컬러만화를 출시하는 등 라이선스 사업을 활발히 진행해오고 있다. 아울러 상품제작에 이어 스톤에이지 IP를 활용한 애니메이션도 선보이며 게임 IP를 다양한 문화 콘텐츠 영역으로 연결해 가고 있다.

넥슨 또한 자사 게임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팝업 스토어를 비롯해 유저들이 넥슨 게임 캐릭터, 음악, 스토리를 활용해 제작한 2차 창작물을 전시 판매하는 ‘네코제’ 등 다각도로 캐릭터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아울러 넥슨은 지난해부터는 네코제스토어를 운영, 최근 2호점을 열었다. 네코제스토어는 유저 아티스트들이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마비노기 등 넥슨 IP를 활용해 직접 만든 2차 창작물을 판매하는 오프라인 상설매장이다. 조정현 넥슨 IP사업팀 팀장은 “네코제스토어만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트렌드에 민감하고 개성을 추구하는 유저 아티스트들이 넥슨 IP를 재해석해 만든 상품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게임사들이 캐릭터 사업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크게 매출 증대 및 사업다각화, 마케팅 효과, 이용자들의 충성도 강화 등이다. 특히 인기 캐릭터 상품의 경우 출시와 동시에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는 게임을 하지 않는 유저들에게 게임을 알릴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넷마블스토어의 경우 지난해 4월 오픈 이후 한달 만에 6만명이 방문하고 두달여 만에 약 13만명이 다녀가는 성과를 기록하기도 했다.

◇인기 캐릭터로 등극한 ‘라이언 전무’

카카오와 네이버는 이미 캐릭터 시장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카카오의 경우 현재 자회사 카카오IX가 카카오프렌즈 IP를 활용한 캐릭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프렌즈는 지난 2017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실시한 캐릭터 선호도 조사 결과에서 수년간 정상을 지켜온 ‘뽀로로’를 제치고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특히 인기 캐릭터 라이언의 경우 그간의 공로를 인정 받아 지난 2017년 카카오 정기 인사 때 임원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전무’로 승진하며 ‘라 전무’라 불리고 있다.

카카오IX의 매출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2016년 매출액은 2015년보다 6.8배 급등한 705억원을 기록했으며, 2017년에는 2016년보다 38% 증가한 976억원, 지난해에는 매출 1051억월을 올리며 지난 2015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카카오IX는 카카오프렌즈 IP를 활용해 최근 일본 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카카오프렌즈 첫 번째 해외매장을 일본 도쿄에 오픈했으며, 최근에는 일본 패션브랜드 위고(WEGO)와 제휴, 일본 도쿄, 후쿠오카, 오사카 등 일본의 주요 거점 도시 8곳에 카카오프렌즈를 동시 입점했다.

일본에 진출한 카카오프렌즈 매장 / 사진=카카오IX
일본에 진출한 카카오프렌즈 매장 / 사진=카카오IX

네이버 역시 자회사 라인의 라인프렌즈를 앞세워 전 세계 캐릭터 시장 공략에 나섰다. 라인프렌즈는 2015년 독립 법인으로 분사해 서울, 뉴욕, 상하이, 베이징, 홍콩 등 11개국에 132개 매장(2019년 1월 기준)을 열었다. 라인의 경우 메신저 라인이 동남아 등에서 국민 메신저로 등극하며 관련 캐릭터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라인프렌즈와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이 협업해 만든 캐릭터 ‘BT21’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BT21은 BTS 각 멤버들이 라인프렌즈와 함께 만든 8종의 캐릭터다. 7종은 각자 멤버가 아이디어를 내고, 나머지 1종의 캐릭터는 함께 아이디어를 모아 디자이너와 협력해 만들었다. 라인프렌즈는 방탄소년단과 협업 효과를 본 후 중국 아이돌 '왕위엔'과 손잡고 ‘ROY6’라는 캐릭터 6종을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2015년 376억원이던 라인프렌즈 매출은 지난해 1973억원으로 5배 이상 성장했다.

◇쑥쑥 커가는 캐릭터 시장…키덜트 영향도 ‘한 몫’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캐릭터 산업 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 11조57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5년 2조700억원에서 11년 만에 5배 급증한 수치다. 특히 카카오프렌즈, 라인프렌즈 등 모바일 메신저들의 캐릭터가 급부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캐릭터 시장의 성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키덜트(kidult)’다. 키즈(kids)와 어덜트(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는 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지칭한다. 키덜트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어린이 같은 어른’ 혹은 ‘철없는 어른’이라는 부정적 의미를 지녔으나, 현재는 문화의 한 트렌드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2017년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20~24세의 88.4%가 캐릭터 상품을 산 경험이 있었으며, 25~29세 경험자는 그보다 높은 94.2%로 나타났다. 30대와 40대도 86.6%와 77.1%로 비교적 높은 비율을 보였다. 

특히 카카오프렌즈와 라인프렌즈의 경우, 유아 및 아동 위주의 콘텐츠와 캐릭터 상품이 대부분이었던 시장에서 성인층까지 캐릭터 상품의 직접적인 소비자로 편입시키며 국내에 키덜트 열풍을 일으키는데 큰 공을 세웠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게임사들이 캐릭터 사업에 나서는 것 역시 키덜트의 확산과 무관하지 않다”며 “직장인이 된 30~40대가 경제적인 여유를 가지면서, 캐릭터 상품 구입에 많은 돈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게임사들 역시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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