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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전, 이제는 ‘착한 독점’ 고민할 때
  • 김도현 기자(ok_kd@sisajournal-e.com)
  • 승인 2019.05.0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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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도매·소매 ‘전력독점’에서 벗어나 변화해야···김종갑 한전 사장 “영원할 수 없어”

생각해보면 ‘원조(元祖)’라는 간판만큼 과장된 광고는 없다. 의미를 되새긴다면 결코 흔할 수 없는 상호임에도 거리를 걷다보면 무수한 원조들과 마주하게 된다.

장충동족발, 의정부부대찌개 등 지역명과 음식명이 하나의 고유명사화 된 지역일수록 이 같은 경향은 짙다. 물론 개중에 진짜 원조는 필히 존재하겠지만 이 역시 일대서 우선적으로 특정 메뉴를 판매했을 뿐인 경우가 다반사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불쾌해 하지 않는다. 무수한 경쟁업체들 사이에서 나름의 차별화를 꾀한 것으로 여기는, 일종의 마케팅 수단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원조 마케팅 경쟁 속에서 해당 지역들은 명소가 됐다.

물론, 이 같은 지역들 대부분이 오늘날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경우가 상당수다. 새 위기를 타개할 해법 역시 ‘원조’를 끌어다 쓴 전략과 같이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는 것부터가 시작인지 모르겠다. 제한된 범위의 상권을 넘어 기업 혹은 산업에 이를 적용해보면, 경쟁이 갖는 힘은 도드라진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던 배경도, 중국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던 조선업계에 희망의 빛이 조금씩 드리울 수 있던 연유도 탄탄한 기술경쟁력을 지녔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이 같은 각 사의 경쟁력은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이루는데 분명한 토대가 됐다.

대내적으로는 편의성을 추구했다. 각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자 했던 노력들은 삶의 곳곳에 스몄다. 인터넷만 연결된다면 스마트폰을 이용해 부담 없이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가에서 팔을 흔드는 사람들은 사라졌으며, 자전거·자동차 등을 구입하지 않고도 필요한 시간만큼 이용할 수 있게 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업종에선 여전히 독점이 판을 친다. 산업과 국민생활의 기반이 되는 몇몇 분야의 경우 국가주도 아래 독점이 이뤄진다. 안정적 공급을 위한 대의명분 아래 이뤄지는 독점이지만, 소위 ‘고인물’이 돼 국민편익에 해가되는 독점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한국전력공사(한전)다. 

1999년 ‘전력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에 따라 2001년 4월부터 국내에도 전력생산 및 도매판매와 소매전력시장이 구분됐다. 이들을 연결한 전력거래소도 생겼다. 앞서 생산부터 도·소매를 장악했던 한전의 역할과 범위도 축소되는 듯 했으나 큰 차이는 없었다. 오히려 한전의 시장지배력을 강화시켰다.

한전은 100% 출자한 6개 발전자회사를 바탕으로 전력생산과 도매시장을, 이들 6개 업체들과 합작 투자해 설립한 전력거래소를 통해 유통까지 움켜쥐었다. 전력생산의 경우 일부 기업들이 참여했지만 여전히 거래소·소매사업 등은 한전의 지배 하에서 움직인다. 대의명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독점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생활편익마저 해쳤다는 점이다.

휴대폰을 생각해보자. 대다수 국민들이 적어도 1기 이상의 휴대폰을 사용한다. 이에 발맞춰 이동통신 업체들도 다양해졌다. 이른바 ‘빅3’뿐 아니라 이들의 망을 임대해 서비스하는 ‘알뜰폰’시장이 개척됐다. 각 업체들은 소비자 니즈에 발맞춰 다양한 요금제를 선보였다. 연령대를 감안했고, 전화통화·인터넷 등 사용빈도에 따른 요금제도 선보였다.

이에 비춰보면, 우리 전력시장의 요금체계는 참으로 단순하다. 일부 기업과 사업자에 별도의 요금제를 채택했을 뿐, 일반 가정의 요금제는 동일하다. 가정·가구의 구조적 변화가 빠른 속도로 이뤄짐에 따라 다양한 니즈들이 발생했으나 이를 충족하는 한전의 움직임은 전무했다. 

하절기의 경우 전력소비가 심하다. 특히 근래 들어 해년마다 이상고온현상으로 에어컨 사용빈도가 대폭 늘어났는데, 누진제가 적용되는 국내 전력요금제 특성 상 계량기 측정날짜에 따라 요금이 차등 적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는 측정날짜를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 한전이 점검할 때가, 해당 가구의 검침일이다. 한전 마음대로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최근 한 포럼에 참석해 “한전이 전력판매 시장을 독점하는 이 같은 상황이 영원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아쉬운 것은 다소 공허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이 발언의 앞서 김 사장은 “우리나라는 땅 면적이 작아 전력의 탈집중화가 활성화되기 어렵다”고 전제했다. ‘영원한 건 절대 없다’는 노랫말 가사 수준으로 해석됐다. 

무조건적인 민영화가 절대적인 답이란 뜻은 아니다. 다만, 김종갑 사장의 말대로 언젠가 풀리게 될 ‘빗장’이라면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도 중요하다. 볕이 뜨거워지면서, 외투를 벗어 팔에 걸친 이들이 늘기 시작했다. 전력소비가 늘어나는 시점이다. 공급이라는 당초 취지를 살리면서, 이제껏 기만해 온 소비자를 위한 정책을 선보이는 ‘착한 독점’, 한전이 당면한 과제다.

김도현 기자
산업부
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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