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장 국회 정상화 응해야” vs 한국당 “패스트트랙 철회 전까지 장외투쟁”
바른미래당 내홍도 심화···혼탁한 정국 속 민생·경제법안 처리 ‘빨간불’

2일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 입원 치료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 병문안을 마친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바른미래당 김관영,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 입원 치료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 병문안을 마친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바른미래당 김관영,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선거제 개혁안, 공수처 신설 법안, 검경수사권 조정 등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가운데 여야간 갈등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장외투쟁을 시작한 자유한국당을 향해 국회 정상화에 협조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한국당은 오히려 장외투쟁을 본격화하고 ‘장기전’도 예고하고 있다.

또한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당내 균열이 생긴 바른미래당도 내홍이 진화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혼란스러운 정국이 연출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에 발목 잡혀 있는 민생‧경제 법안 등의 처리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민주당은 2일 한국당의 장외투쟁 방침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산적한 민생‧경제 법안 등의 처리를 위한 국회 복귀를 촉구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추경안 심사와 노동관계법 등 시급한 민생경제 법안이 너무나 많다”며 “오늘 당장 국회 정상화에 응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여야가 정쟁을 벌일 수도 있고 다투고 싸울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국회 안에서 이루어져야한다”면서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 국회의원과 정당의 소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패스트트랙은 국민을 위한 정치 개혁, 사법 개혁을 실현하기 위한 적법한 절차”라며 “그런데도 대화와 협상을 끝까지 거부하는 것은 제1야당의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한국당이 동물 국회로도 모자라 장외투쟁 운운하며 국민을 겁박해 참으로 안타깝고 개탄스럽다. 국회 정상화가 민생”이라며 “한국당은 ‘가출 정치’를 그만두고 이제 그만 국회로 복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정책위의장은 또한 “국회 파행을 중단하고 민생현안 해결에 동참해야 한다”며 추경 ‘타이밍’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민주당의 촉구에도 한국당은 본격적인 장외투쟁을 시작했다. 한국당 지도부는 이날 청와대 앞에서의 최고위원회의를 시작으로 서울, 대전, 대구, 부산 등 지역에서 잇따라 ‘문재인 정부 규탄대회’를 개최하는 등 장외투쟁의 강도를 높였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이라도 패스트트랙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국회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패스트트랙 처리 주문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 국회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나 원내대표는 “이번 정권 들어 역사를 왜곡하고, 야당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며, 어떠한 비판도 묵살하는 태도는 독재라는 비판을 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면서 “한국당은 독재 야욕을 꺾고 자유와 법치를 지킬 것”이라며 장외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황교안 대표도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권이 대오각성하고 정상적 국정 운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국민의 분노가 청와대 담장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규탄대회’를 시작하기 앞서 자신의 SNS에 “경제파탄과 좌파독재를 막아내기 위한 투쟁이 시작됐다. 정의로운 투쟁을 함께 해 달라”며 본격적인 장외투쟁을 통해 정부‧여당을 압박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이날 집단 삭발식도 가졌다. 김태흠·윤영석·이장우·성일종 의원과 이창수 충남도당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삭발식을 갖고 “한국당의 삭발식은 폭주하는 거대 권력의 횡포에 맞서는 비폭력 저항을 상징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패스트트랙 법안 지정은 이 정권이 좌파독재의 길로 가겠다는 선언이자, 좌파독재의 고속도로를 만든 것”이라며 “오늘 삭발식은 사생취의(捨生取義·목숨을 버리고 의리를 좇음)의 결기로 문재인 좌파독재를 막는 데 불쏘시개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이와 같이 ‘강 대 강’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바른미래당의 내홍도 심화되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을 강행한 것에 대해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이날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정치권에서는 국회가 다시 ‘식물국회’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여야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서로 간의 고소‧고발도 있는 만큼 국회 일정 합의조차도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추경을 비롯해 혁신성장 등을 위한 민생‧경제법안들의 신속한 처리는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당 측 한 인사도 “여당은 국회로 복귀하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데, 이와 같은 태도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수용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청와대와 여당의 사과가 전제되고, 패스트트랙에 대한 우리 당의 입장이 어느 정도 관철이 돼야 국회도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스트트랙 지정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경부선 투쟁'에 나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일 오후 대구시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STOP! 대구시민이 심판합니다' 행사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패스트트랙 지정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경부선 투쟁'에 나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일 오후 대구시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STOP! 대구시민이 심판합니다' 행사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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