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경쟁률 급락···잔여세대 분양도 대거 미달
3월 미분양 물량 770가구···한 달 새 15배 넘게 증가
“고분양가·대출규제로 가격 접근성 저하”

2일 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 분양시장은 청약경쟁률이 급락하고, 미분양물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대출규제와 고분양가가 지속되면서 수요자들의 가격접근성이 낮아진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분양시장이 차갑게 식어가는 분위기다. 올해 들어 청약경쟁률은 급락했고, 청약당점자 중에는 10점대 가점자도 등장했다. 아울러 미계약분으로 발생한 잔여물량까지 미달사태가 발생하는 등 서울 분양시장의 ‘서울불패’라는 말도 옛말이 된 모습이다. 대출규제와 고분양가 논란이 지속되면서 앞으로 분양될 단지들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무순위 청약, 174가구 모집에 5835명 신청···실제 계약은 74명

2일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는 지난달 22일 미계약, 부적격 사유 등으로 발생한 잔여물량에 대해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174가구 모집에 무려 5835명이 몰렸고, 경쟁률은 평균 33.5대 1을 기록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100가구가 미달됐다. 6000여가구 중 74가구만 실제 계약을 한 셈이다.

특히 미달된 100가구는 대부분 중소형평수였다. 세부적으로는 전용 기준 48㎡(5가구), 59㎡(14가구), 84㎡(79가구), 114㎡(2가구) 등이다. 수요 선호도가 높은 국민주택 이하 규모 평형대마저 분양에 실패한 셈이다.

앞서 분양한 서울 동대문구 소재 ‘청량리 한양수자인 192’도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청량리역 지근거리에 위치한 이 단지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각종 교통 호재를 앞세워 분양시장에서 관심을 끌었다. 지난달 15~16일 이틀 동안 청약을 받은 이 단지의 평균 경쟁률은 4.64대 1을 기록했다. 앞서 분양한 청량리 해링턴 플레이스(31대 1)에 비해 7분의 1 수준으로 경쟁률이 떨어진 것이다.

이 단지는 청약 가점도 낮게 나타났다. 전용 84㎡K에서의 청약 가점 커트라인이 18점으로 집계됐다. 1순위 해당지역 청약접수에서 미달돼 1순위 기타지역까지 기회가 돌아갔다. 가점 10점대 당첨자가 나온 것은 서울 광진구 화양동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에 이어 석 달 만에 처음이다. 해당 단지는 전용 84㎡E와 84㎡C가 각각 16점, 17점이 청약 가점 커트라인이었다. 모두 지난해 4분기 기준 평균 커트라인 점수인 57점보다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서울 분양시장의 분위기는 통계로도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전문 서비스업체 직방에 따르면 서울 분양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작년 4분기 37.5대 1에서 올 1분기 8.6대 1로 급락했다. 또 서울 미분양 물량은 올해 1월 27가구, 2월 50가구에서 3월 770가구를 기록했다. 이는 한 달 새 15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급증 원인은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에서 700여가구에 가까운 미분양 물량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는 730가구를 분양했다.

◇고분양가·대출규제 가격 접근성 떨어져···향후 분양단지도 불안

전문가들은 청약 성적 부진의 주된 이유로 ‘고분양가’를 꼽았다. 대출 규제로 인해 계약을 포기하는 청약 당첨자가 늘고,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한 9억원 이상 단지가 속속 나오면서 수요자들의 가격 접근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또 수요자들이 같은 가격이면 강남이나 입지가 더 좋은 ‘똘똘한 한 채’를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주변 시세나 입지에 비해 턱 없이 비싼 지역은 수요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무순위 청약의 경우 청약통장 없이도 신청할 수 있는 만큼 허수가 많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 역시 “강북이 강남과 ‘갭메우기’에 들어가면서 호가가 많이 오른 상황이다”며 “이런 상황에서 분양이 없는 지역은 주변 시세를 반영하기 때문에 수요자들은 분양가가 상당히 높아졌다는 기분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면 강남이나 입지가 더 좋은 지역으로 수요가 더 분산될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앞으로 남은 분양시장도 분양가격을 크게 내리지 않는 이상 비슷한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권 교수는 “최근 각종 규제로 거래절벽이 일어나고, 청약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강남이라도 완판은 보장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며 “특히 1만2032가구의 둔촌주공(1만2032가구)나 개포주공1단지(6642가구)처럼 대단지의 경우 미계약분이 대거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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