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고공행진 등 인수 조건 애매할 경우 과감히 접을 가능성도

지난해 10월 19일 한화 김승연 회장이 대전시 중구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넥센 히어로즈 대 한화 이글스의 1차전을 관람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0월 19일 한화 김승연 회장이 대전시 중구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넥센 히어로즈 대 한화 이글스의 1차전을 관람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시간이 흐르며 SK와 한화 2파전으로 압축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장에선 특히 김승연 한화 회장 특유의 M&A(인수합병) 스타일이 이번 경우에도 적용될지 주목하고 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자로 한화가 부각되고 있다. 롯데카드 인수를 접은데 이어 면세점 사업까지 포기한 게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면서 부터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처음이나 지금이나 아시아나 인수를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이와 무관하게 시장의 관심은 한화로 자꾸 쏠리고 있다.

통상 대형 M&A는 결국 총수 스타일에 따라 결정된다.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세대교체된 후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서게 됐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한 30대 그룹사 인사는 “인수합병은 책임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총수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총수 스타일을 따라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선, 김 회장의 스타일이 반영될지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복수의 전·현직 한화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김 회장의 인수합병 스타일은 ‘걸 땐 확실히, 접을 땐 과감히’로 요약된다. 인수합병에 한번 나설 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국 손에 넣지만, 조건 등이 맞지 않거나 손실이 예상되면 과감하게 포기할 줄 안다는 것이다.

과거 한화는 대우조선 인수에 나섰다가 3000억원의 이행보증금을 손해 보면서까지 중간에 접은 바 있다. 비록 이후 반환 소송을 통해 일부 돌려받았지만, 손실을 보더라도 매몰비용에 집착하지 않고 과감히 빠지는 김 회장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이번 롯데카드 인수 포기도 오래 준비해 왔으나 막판에 가격 및 조건 등이 맞지 않아 손을 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김승연 회장의 스타일을 바탕으로 봤을 때 아시아나항공의 주가가 지금처럼 계속 고공행진을 한다면 한화가 과감히 인수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매각설이 나올 때부터 계속해서 떨어질 줄을 모르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 되면 당연히 인수가도 올라가게 되고 인수하는 쪽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한화계열사 인사는 “과거 경우를 되짚어 보면 M&A시 아무리 매력적으로 판단되더라도 가격이 높아 수지가 안 맞으면 접거나 더 기다렸다”고 전했다.

아시아나 항공의 치솟은 주가는 SK에게도 마찬가지로 부담이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 항공 매각은 파는 쪽과 사는 쪽의 팽팽한 눈치싸움 끝에 결정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 재계인사는 “아시아나 항공 매각은 주가가 얼마나 안정될지, 통매각 방식이 아닌 분할매각이 가능할지 등 변수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무작정 인수하겠다고 달려들 만한 딜(Deal)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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