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최대 오픈마켓 타오바오, 한국인 보유 국내 유명 사이트 계정 ID·이름 등 거래돼
생활 편의 사이트는 주민번호 그대로 노출···정부, 단속·제재 요청에도 中정부 미온적 대응

2일 중국 오픈마켓 타오바오에 ‘한국인 신분증’을 검색한 결과 한화 약 1만7000원에 한국인 개인정보가 판매되고 있다. / 사진=타오바오몰 캡처, 편집=조현경 디자이너
2일 중국 오픈마켓 타오바오에 ‘한국인 신분증’을 검색한 결과 한화 약 1만7000원에 한국인 개인정보가 판매되고 있다. / 사진=타오바오몰 캡처, 편집=조현경 디자이너

중국 대형 온라인 쇼핑사이트에서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가 공공연히 거래되는 실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최대 오픈마켓 타오바오(淘宝网)에서는 한국인이 보유한 국내 유명 사이트 계정 ID와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 중국 생활에 도움을 주고 편리한 기능을 제공한다는 온라인 사이트 편민사순망(便民查询网)은 한국인의 주민번호를 비롯한 각종 개인정보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2일 시사저널e 취재결과, 중국 오픈마켓 타오바오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표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 다음과 유명 음악 사이트 멜론 등의 계정 관련 정보가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계정 정보는 ID 뿐만 아니라 해당 ID를 소유하고 있는 이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이다. 이들 개인 정보는 패키지 형태로 모두 합쳐 평균 100위안(한화 약 1만7000원) 정도에게 거래되고 있다. 

실제 이 오픈마켓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타오바오 전용메신저인 ‘아리왕왕(阿里旺旺)’을 통해 판매업자에게 구매 의사를 밝힌 뒤 알리페이(支付宝)로 결제하면 해당 개인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알리페이는 알리바바가 만든 온라인 금융·결제 프로그램이다. 

해당 오픈마켓에서 거래 중인 개인 정보는 네이버, 다음, 멜론 외에도 방송국 홈페이지 가입 정보 등을 비롯해 특정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대형 게임 전용 사이트, 도서 구매 사이트 등도 대거 포함돼 있다. 

◇ 네이버·다음·멜론 외에도 국내 방송국·도서 사이트 계정 정보까지 거래

특정 오픈마켓 뿐만 아니라 중국 생활 편의 사이트에서 한국인의 개인 정보는 버젓이 노출돼 있어 피해 속출이 우려된다. 중국인들의 생활 편의를 돕고자 만들어진 편민사순망(便民查询网)는 국내 사이트 ‘한국전화번호부’와 비슷한 콘셉트로 중국 생활에 도움을 주는 편리한 기능들을 제공하는 사이트다. 전화번호 외에도 지도와 날씨예보, 택배 배송 등의 정보를 검색할 수 있어 중국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2일 중국 편민사순망(便民查询网)에 한국인 신분증 메뉴가 생성됐다. 한국인 신분증 메뉴를 클릭하면 한국인 주민등록번호, 이름, 생년월일 등이 검색된다. / 사진=편민사순망(便民查询网) 사이트 캡처, 편집=조현경 디자이너
2일 중국 편민사순망(便民查询网)에 '한국인 신분증' 메뉴가 생성됐다. 한국인 신분증 메뉴를 클릭하면 한국인 주민등록번호, 이름, 생년월일 등이 검색된다. / 사진=편민사순망(便民查询网) 사이트 캡처, 편집=조현경 디자이너

하지만 이 사이트의 ‘한국신분증’ 메뉴를 클릭하면 한국인 이름과 성별, 연령이 그대로 노출된 채 사이트 이용자들에게 제공된다. 홈페이지에 노출된 주민등록번호 총 개수는 검색되지 않지만, 이 홈페이지는 별도의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이용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손쉽고 광범위하게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가 노출될 우려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중국의 각종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가 노출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고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인 개인정보는 암암리에 중국 해커들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지만, 지난 2012년부터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공개적으로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한국인 개인정보 유통이 빈번해지자 우리 정부도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 정부 당국 및 해당 사업자들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도 지난 2013년 12월 중국인터넷기업협회와 함께 양해 각서(MOU)를 교환하고 불법 개인정보 거래를 단속하도록 했지만, 여전히 중국 내 온라인 공간에서는 한국인 개인정보가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KISA는 인터넷 불법 개인정보 거래를 감독·단속하는 곳이다.

관리감독 정부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 측은 “KISA와 협력해 온라인 불법 정보 거래 감독을 하고 있지만, 중국 사이트가 많아 단속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종화 KISA 개인정보탐지팀장은 “일단 중국 온라인 사이트에서 개인정보가 거래되고 있는 것이 확인되면 즉각 중국인터넷기업협회에 의뢰해 삭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다만 중국에서도 중국 자국민이 아닌 해외 정보다보니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대응조치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조치를 취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이어 “중국에서 특히 우리나라 오디션 프로그램, K-pop에 관심이 많다보니 한국 아이디, 계정 등을 사고파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한중 인터넷기업협회 회의에서 타오바오 핫라인을 구축했다. 중국 온라인 사이트를 다시 검토해 개인정보 거래 여부를 확인하고 중국 측에 즉각 삭제, 제재 요청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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