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의존 과도”···체질 개선해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일(현지시간) 제22차 ‘아세안(ASEAN)+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차 피지 난디를 방문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제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일(현지시각) 제22차 ‘아세안(ASEAN)+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차 피지 난디를 방문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제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분기 역성장 이후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2분기 이후부터는 한국 경제가 개선될 것이란 예상을 내놨다. 최근 환율 급등과 관련해서는 달러 강세 기조 등에 따른 영향으로 국내 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털)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1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및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열리는 피지 난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1%대 후반으로까지 하향 조정한 민간의 경제전망이 나온 것에 대해 “1분기 마이너스(-0.3%) 성장률 발표가 나온 이후 몇몇 기관이 전망치를 크게 낮춘 것으로 안다”며 “1.8% 성장 전망은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범위에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재정지출도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수출과 투자도 차츰 완화될 것”이라며 “올 2분기부터는 (경제가)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 글로벌 요건이 점차 개선되면서 앞으로 성장세가 회복되고, 물가 상승률도 1%대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한다”며 “그런 전망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급등한 원·달러 환율에 대해 이 총재는 “4월 들어 달러화 강세를 비롯해 외국인 배당 송금 등의 계절적 요인이 있었던 것 같다”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외화 차입 가산금리 등 외환건전성 지표가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한국 경제의 기초여건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또 “올해 정부 예산이 이미 확장적으로 편성돼있다. 추가경정예산도 더해지면 성장률을 높이는데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회 정치일정으로 (추경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인데 정부는 기존 예산 지출 계획이 예정대로,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반도체 산업 의존도가 커진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반도체가 최근 1∼2년간 경제를 이끌어오면서 긍정적 역할을 했지만, 특정 산업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대외 환경 변화에 대한 취약성도 함께 커졌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어 “해당 산업이 경기 사이클에 따라 부진하면 경제 자체가 타격을 크게 받는다”며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필요하면서도 한 쪽에 쏠렸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또 다른 성장 주도 산업이 있어야 하지만 전통 주력산업을 대체할만한 산업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구조조정이라든가 체질 개선 노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산업 구조조정과 채질 개선은 중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정부 역시 기업이 투자를 촉진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도 올해 생산성 향상 방안 연구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총재는 “2017년 인구 고령화, 2018년 노동시장 고용구조 등에 대해 연구했고 올해는 마지막으로 생산성 향상에 관한 연구에 나설 것”이라며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유일한 과제는 결국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에 올해 가장 큰 연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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