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표와 기업실적 부진 지속 투심에 부정적
중국 비중 늘어나는 MSCI EM 지수, 국내 증시엔 수급 불안 요인
환율 상승 추세 국내 증시에 부담···되려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있어

코스피 일봉 차트. / 그래프=키움증권HTS.
코스피 일봉 차트. / 그래프=키움증권HTS.

흔히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은 주식 투자자들에게는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달로 기억된다. 전통적으로 5월 증시가 부진했던 까닭이다. 미국 금융의 중심지인 월가에서는 ‘5월에는 팔고 가라’(Sell in May and go away)는 오래된 격언이 있을 정도다. 

실제 2010년 이후 S&P 500 지수는 평균적으로 1~4월까지는 5% 가량 올랐다가도 5~6월이면 0.6% 가량 내렸다. MSCI(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 EM(신흥시장) 지수도 1~4월 상승률이 5.2%였지만 5~6월에는 4.5% 떨어졌다. 

이번 5월에도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불안과 걱정이 많은 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내 경기 지표와 기업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이 부진하다. MSCI EM 지수 변경도 한국 증시에는 부정적인 재료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 추세인 점도 부담스러운 요인으로 꼽힌다.

◇ 부진한 경기 지표와 기업 실적

5월 증시의 불안 요인으로는 우선 국내 경기 지표 부진이 있다. 특히 경제 성장률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5일 올해 1분기 GDP가 전분기 대비 0.3%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8년 4분기(마이너스 3.3%)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낮은 경제 성장률이다. 이에 한국은행은 최근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하향 조정했고 노무라증권은 2.4%에서 1.8%로 낮췄다. 

향후 경기 전망 지표도 좋지 못한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향후 경기 전망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전달보다 0.1포인트 떨어져 10개월 연속 전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현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월 대비 0.1포인트 떨어졌다. 두 지수가 10개월 연속 동반 하락한 건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그나마 산업생산, 설비투자의 3월 지표가 전월 대비 상승한 것이 위안거리다.  

기업들의 실적 부진도 부정적인 재료다. 국내 대표 상장사인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 52조3855억원, 영업이익 6조2333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3.5%, 60.15% 감소한 것이다.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지난 2016년 3분기(5조2000억원) 이후 10분기 만에 최저치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지난달 28일까지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67개사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19조2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1.5% 감소한 수치다.

◇ 외국인 수급 불안 요인 지목되는 MSCI EM 지수 변경

MSCI EM 지수의 국가별 포트폴리오 변경도 리스크 중 하나로 꼽힌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오는 14일 MSCI 지수의 정기변경이 발표된다. 또 이달 30일에는 반기 리밸런싱이 실시된다. 이번 정기 변경에는 중국 A주의 비중이 확대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주식의 신규 편입이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MSCI는 EM지수에 올해 5월과 8월, 11월 등 올해 3번에 걸쳐 중국 A주 시가총액 비중을 20%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에는 현행 5% 수준만 반영했었다. 우선 5월에는 대형주의 편입비율이 시가총액의 10%로 상향되고 차스닥시장에 상장된 12개 대형주도 시가총액의 10%가 새롭게 편입된다. 

MSCI EM 지수 포트폴리오가 변경될 경우 한국 비중이 낮아질 전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신흥국 지수 내 한국 비중은 기존 13.69%에서 오는 11월 12.74%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급이 단기적으로 감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달 30일에 낸 보고서를 통해 “2017년 말 16.2%에 달했던 EM 내 한국 비중은 올 3월 말 현재 13% 수준 까지 급감하며 관련 파장을 상당수준 선반영했다”며 “중국 대비 한국 증시의 상대적 저평가 구도가 뚜렷해 한국을 제물로 한 중국 비중 확대의 실익이 현재로선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 높아지는 환율, ‘위기’일까 ‘기회’일까

원·달러 환율이 상승 추세인 점도 이달 증시의 부담 요인으로 풀이된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30일 1168.2원으로 장을 마쳐 연고점을 경신했다. 시기적으로 보면 2017년 1월 수준으로 되돌아 간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월 31일만 하더라도 달러당 1113원 수준이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한국 증시에 미칠 영향을 바라보는 시각은 제각각이다. 우선 환율 상승이 국내 증시에 부정적이라 보는 배경에는 한국 경제의 부진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깔려있다. 이 경우 국내 증시에는 부정적인 재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증시의 자금이 상대적으로 경기가 강한 미국 등 선진국으로 이동할 수 있는 까닭이다.

반대로 원·달러 환율 상승이 한국 수출 경쟁력을 높여 되려 증시에 긍정적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저평가된 상태에서 원화가 약세를 보이게 되면 환차익을 노린 자금이 들어올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원화가 엔화대비로도 약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 기업의 실적 개선을 이끄는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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