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및 공공 클라우드 시장 규제장벽 낮아져···외국계 업체 국내 공세 강화

이미지=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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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금융 및 공공 클라우드 시장이 본격화되면서 아마존 등 외국계 클라우드 업체가 공세를 퍼붓고 나섰다. 네이버 등 국내 업체들도 반격에 나섰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란 평가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게임이나 인터넷 쇼핑몰처럼 고객이 특정 시점에 집중되는 영역에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만큼의 컴퓨팅 자원을 필요한 시간만큼 인터넷을 통해 활용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게임과 인터넷쇼핑몰 분야에서 먼저 클라우드가 도입됐다. 시장 강자인 미국 아마존은 국내 초기 게임과 인터넷 쇼핑몰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공략해 점유율을 확대했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시장을 연 업체이기도 하다. 클라우드컴퓨팅은 지난 2006년 아마존이 클라우드를 통한 저장공간 및 연산 자원 제공 서비스인 S3와 EC2를 개시하면서 본격화됐다. 인터넷에 연결되기만 하면 PC 뿐만 아니라 모바일 기기 등에서도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다. 아울러 이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원하는 만큼만 사용하고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이를 통해 이용자는 서버 구축과 관리에 따른 비용을 절감하고 핵심적인 업무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된다. 

◇ 클라우드 시장, 태동 후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고성장

클라우드는 서비스 제공 범위에 따라 IaaS, PaaS, SaaS로 구분된다. IaaS(Infrastructure as a Service)는 CPU, 메모리 등 하드웨어 자원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이며, PaaS(Platform as a Service)는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데이터 분석을 위한 도구들까지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SaaS(Software as a Service)는 하드웨어와 운영체제뿐만 아니라 응용 소프트웨어까지 제공한다. SaaS는 애플리케이션에 기반한 업체가 강세인 반면 IaaS와 PaaS는 하드웨어, 기반 소프트웨어, 보안만 갖추면 서비스할 수 있어 이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  

클라우드 시장은 기업 비용절감 흐름에 맞춰 성장을 거듭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2062억달러로 예상된다. 오는 2021년에는 2783억달러까지 3년간 35% 성장할 전망이다. 아울러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규모는 2018년 1조9000억원, 올해 2조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며, 2020년 2조7000억원으로 3년 동안 매년 4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이 되면 3조7000억원까지 성장하는 등 4년 동안 매년 평균 19%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국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들의 격전지가 됐다. 올해 금융기관 클라우드 규제가 완화되고 정부가 공공기관에 민간 클라우드 도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지방자치단체, 금융회사는 그동안 민감한 개인정보를 외부에 저장할 수 없어 자체 서버를 구축해 사용해야만 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공공과 금융회사에서 외부 기업의 클라우드를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 업계에서는 국내 민간 클라우드 시장의 80%를 AWS와 MS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외국계 업체들은 공공 및 금융 클라우드 시장 개방에 발맞춰 국내 시장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초 국내에 별도 클라우드 법인을 설립한 구글은 내년 초 데이터센터를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오라클은 오는 6월 중 데이터센터 개소를 앞두고 있으며, 에퀴닉스도 오는 3분기 데이터센터를 오픈할 계획이다. AWS는 지난 2016년 가장 먼저 국내에 데이터 센터를 건설한 바 있으며, MS도 지난 2017년 3월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개소했다.

강맹수 KDB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올해 하반기가 되면 글로벌 Top 3 기업들이 모두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게 돼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며 “개정된 전자금융감독규정이 시행됨에 따라 국내 금융회사들의 클라우드 전환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 네이버 등 국내업체 맞대응으로 '데이터 주권' 지키기 나서

외국계 클라우드 업체가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도 최근 반격에 나서고 있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18일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자사 데이터센터 ‘각’에서 테크포럼을 열고 서비스 2주년을 맞은 자사 클라우드 사업의 성과와 비전에 대해 발표했다.

박원기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NBP) 대표는 “공공·금융 분야 클라우드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해, 클라우드 매출을 2배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다. 특히 박 대표는 IT 기간 산업으로서 클라우드 사업을 얘기하며, 국가 데이터 주권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간산업 잣대 조사에서 클라우드가 전기, 항공·철도, 통신, 에너지에 이어 다섯번째로 꼽혔다”며 “국방과 스마트시티보다도 앞섰다. 이렇게 중요한 산업을 글로벌 사업자들에게 종속되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지난해 11월 아마존웹서비스(AWS) 서울 리전(지역 데이터센터)에서 1시간가량 접속 장애가 발생했던 사건을 언급하며 “네이버는 한국 기업이기 때문에 한국인 직원이 24시간 365일 언제든 고객과 연락해 기술적 자문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네이버 외에도 KT, NHN, SK주식회사 C&C 등도 국내 클라우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금융 클라우드 보안 규정을 충족한 별도의 데이터센터 구역을 마련하는 등 앞으로 열릴 금융 및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 대비하고 있다.

KT는 클라우드 전문기업 제노솔루션과 손잡고 국내 첫 금융보안클라우드(FSDC)를 운영 중이다. FSDC는 전산실, 외부주문관리, 시스템보호 대책, 망 분리 등 정부가 규정한 전자금융감독규정을 준수한 클라우드 기반 금융보안 인프라로 침해사고 대응을 위한 24시간 365일 보안관제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NHN은 지난 2014년 12월 자체 클라우드 솔루션 브랜드 ‘토스트(TOAST)’를 런칭한 바 있다. 현재 KB금융그룹과 제휴를 맺으면서 금융권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상위 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이 개편되는 상황속에서 국내 업체들의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시장점유율 추이를 보면 상위 5개사(아마존, MS, 구글, IBM, 알리바바)의 전 세계 IaaS, PaaS 점유율은 2015년말 54%였으나, 2018년 3분기 기준으로 67%까지 빠르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위 몇 개 업체가 중소 규모 사업자들의 점유율을 빼앗아 오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클라우드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는 기본적으로 데이터센터라는 대규모의 인프라투자가 필요하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수록 운영비용 등 고정비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며 “최근에는 상위 업체들의 시장 장악력이 확대됨에 따라 뒤늦게 진입한 업체들이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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