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1Q 실적개선 2Q 흑자전망···현대중공업, 노조반발에 설상가상 수주실적까지 반토막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두고 엇갈린 판단을 내린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의 행보가 사뭇 달라 주목된다. 인수거절 후 삼성중공업이 조용하지만 내실 있는 행보를 보였다면, 인수전에 본격 드라이브를 건 현대중공업은 수주실적 하락과 노조의 반발 등 험난한 길을 걷는 모습이다. 

30일 업계 등에 따르면, 이날 대다수 증권업체들은 삼성중공업을 향해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DB금융투자는 “매출성장이 본격화 될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NH투자증권도 “꾸준한 원가절감과 인력효율화를 통해 영업손실 규모를 줄이고 있어, 수익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수주확대를 통한 매출증가를 실현할 것”이라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은 전날(29일) 삼성중공업의 1분기 잠정실적 발표 직후 잇따라 대두됐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분기(연결기준) 매출액 1조4575억원, 영업손실 33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7%, 전년 동기 대비 18% 늘어난 수치다.

비록 적자를 기록하긴 했으나 5개분기만의 적자폭 감소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중공업은 133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이와 비교하면 무려 1000억원 이상의 손실폭을 줄인 셈이다. 삼성중공업 측은 “2분기 이후 매출규모 증가에 따른 고정비 부담 감소로 영업이익이 보다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수주잔고에 원가상승 요인이 크고 선가 상승이 충분하지 않았던 시기에 수주한 선박 상당수가 포함돼 있다”면서 “개선속도는 다소 더딜 것으로 예상되지만, 하반기 이후부턴 손익개선 효과가 가속화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에만 7척의 액화천연가스(LNG)선과 1.1조원 규모의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1기를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 등 이른바 국내 조선업계 ‘빅3’ 중 가장 우수한 수주실적을 보인 셈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의미 있는 약진으로 평가했다. 외형확장 대신 내실을 챙겨온 행보가 속속 실적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2월 삼성중공업은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제안 요청에 대해 참여의사가 없음을 전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을 점찍어 놓고, 특혜 논란을 피하기 위해 다소 형식적으로 한 인수요청이었지만, 공식적으로 제안했더라도 삼성중공업은 이를 거절했을 것”이라며 “(인수로 인한)기대 파급력도 크지만 갖은 리크스 또한 수반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삼성중공업의 인수 거절 후 산업은행과 본 계약을 체결한 현대중공업은 사내 안팎으로 다소 어수선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을 위한 상호실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인수를 반대하는 여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물론, 현대중공업 노조도 반대의사를 피력한 상태다.

거제지역의 우려를 샀던 기존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와 중복된 사업 자회사를 매각하고, 현대중공업노조에 노사실무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며 설득에 나섰지만 쉽지 않은 양상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번 인수가 회사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내달로 예정된 주주총회까지 인수반대 총력 저지투쟁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엔 하청업체 사이서도 잡음이 새나왔다. 최근 현대중공업은 임금체불로 작업을 거부한 하청업체 2곳을 대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앞서 8개 업체 2000여명의 하청노동자들이 임금체불을 이유로 작업거부에 들어갔고, 이들 중 두 개 업체가 계약해지를 맞이한 것이다. 이 두 업체에 소속된 근로자만 300여명이다.

일각에선 저가수주를 펼친 현대중공업이 손실분을 하청업체에 떠넘겨 발생한 임금체불이라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측은 “잘못된 경영판단은 현대중공업이 내리고, 피해는 하청노동자들이 부담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지난 23일 개최된 ‘울산 조선산업 사내협력사 채용박람회’에선 “체불부터 해결하고 채용하라”며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회사 안팎의 잡음이 계속되는 가운데,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도급관계의 협력업체의 임금체불 문제는 현대중공업과 별개 사안이다”며 “과거에 비해 도급계약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계약된 금액은 전액 지급을 완료했으며, 협력업체가 고용한 직원들에 임금을 주지 못한 것이 문제인데, 최근 해결이 원만히 타결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인수와 관련해선 “아직 인수절차가 마무리 되지 않았기에,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아직 논의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대우조선해양 노조 및 거제지역은 물론 현대중공업노조 및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이 참여하는 공동협의체 구성을 위한 협조를 얻는 단계며, 각종 현안을 수렴하고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지난 1분기 예년에 못 미치는 수주실적을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현대중공업이 달성한 총 수주액은 16억달러다. 전년동기대비 47% 하락한 수준이다. 수주목표 달성율도 8.4%에 머물러 경쟁사들과 차이를 보였다. 또, 내달 2일 1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는 현대중공업에 대해 증권가에선 124억원의 영업손실과 18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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