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 지목 ECM, IPO 중심으로 실적 개선 기대감···WM부문도 견조한 성장세 보여
금감원 종합검사와 단기금융업 인가, 경쟁사 대비 낮은 ROE 등은 해결해야

KB증권 각자대표인 박정림(왼쪽) 대표와 김성현 대표. / 사진=KB증권.
KB증권 각자대표인 박정림(왼쪽) 대표와 김성현 대표. / 사진=KB증권.

합병 이후 좀처럼 부진의 늪에 빠져 나오지 못하던 KB증권이 박정림·김성현 대표 체제에서 순조로운 출발을 하고 있어 주목된다. 강자로 군림하는 채권자본시장(DCM)에 이어 주식자본시장(ECM) 부문에서도 기업공개(IPO)를 중심으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자산관리(WM) 부문도 고객 예탁 자산 증가 등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올해 1분기 실적에서 전년 동기 대비 나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

다만 KB증권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많은 상황이다. 당장 내달 말부터 금융감독원 종합검사를 받아야 한다. 금감원은 잠재 리스크관리의 적정성, 투자자 이익침해 불건전영업행위, 내부통제 취약부문 등을 세부적으로 들여다 볼 예정이어서 KB증권으로선 부담스러운 일정이 됐다. 이와 함께 2년 넘게 도전하고 있는 단기금융업 인가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실적 측면에선 초대형투자은행(IB) 답지 않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고민거리다.

◇ IB와 WM 부문 순항···1분기 실적도 우려와는 달리 선방

KB증권이 올해 1분기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내놨다. KB증권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088억원, 순이익 80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줄었지만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3% 증가했다. 당기 순이익의 경우 지난해 4분기 324억원 순손실과 비교하면 흑자 전환한 것이다. 올해 1분기 브로커리지 부문이 부진했지만 주가연계증권(ELS) 수익모델 안정화되면서 실적에서 선방할 수 있었다.

사업 부문별로도 순항하고 있다. IB 부문에서는 전통적으로 강했던 DCM과 함께 ECM이 두각을 보이고 있다. 특히 IPO 시장에서 힘을 쓰고 있다. KB증권은 올해 1월과 3월 노랑풍선과 미래에셋벤처투자를 상장시켰고, 아이티엠반도체·예선테크·아톤·나노브릭 등은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예비심사가 진행 중이다. 하반기에는 IPO 대어로 꼽히는 호반건설, SK매직의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 KB증권은 내년 상장이 예상되는 카카오페이지의 공동 주관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로 인해 업계에선 KB증권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공모규모 1조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KB증권 역시 테슬라요건과 성장특례상장에도 나서는 등 IPO 시장에 공을 들여 ECM 시장에서 상위 3위권으로 진입한다는 목표다. KB증권은 지난해 말 IB총괄본부를  ‘IB1총괄본부’와 프로젝트파이낸싱을 전담하는 ‘IB2총괄본부’로 나눠 확대 개편하고, 지난 1월에는 대기업 커버리지 전문가인 심재송 상무를 ECM본부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WM부문에서도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역량을 접목한 WM복합점포 수는 KB증권과 옛 현대증권 합병 초기인 2016년 말 23곳에서 올해 3월 말 67곳으로 급증했다. 증권사들이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는 것과는 반대된 모습이다. 더불어 고객 예탁자산도 늘고 있는데, 이 중 리테일 랩어카운트 잔고(지점 영업조직을 통해 유치된 자금)는 이달 9일 기준으로 5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2017년 3월(2조원) 대비 2.5배 증가한 것이다. 

◇ 금감원 종합검사, 단기어음 인가, ROE 개선 등은 숙제 

다만 KB증권이 더 도약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도 다수 존재한다. 우선 금감원의 종합검사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르면 내달 말 KB증권을 상대로 종합검사에 착수한다. 이를 위해 앞서 금감원은 지난주 KB증권에 종합검사를 위한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금감원 종합검사는 검사 인력을 특정 금융회사에 투입해 경영상태나 법규 위반 소지를 조사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금융회사들의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지난 2015년 폐지됐다. 하지만 최근 금융사들의 내외부적인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는 이유로 금감원이 4년 만에 다시 부활시켰다. 과거와는 달리 평가가 미흡한 금융사를 대상으로 실시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는 곧 증권사 가운데선 KB증권에 대한 검사 필요성이 가장 높았다는 것과도 의미가 통한다. 

금감원은 올해 종합검사에 대한 주요 사항으로 ▲잠재리스크관리의 적정성 ▲투자자 이익침해 불건전영업행위 ▲내부통제 취약부문 점검 ▲자본시장의 공정질서 저해행위 ▲자본시장 인프라기능의 적정성을 들여본다고 공지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급증한 채무보증, 지난해 고객 자산 횡령한 사건 이후 내부 통제가 강화됐는지 여부 등을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 입장에선 이밖에 다른 문제점이 발견될 수도 있고 내외부에서 투서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또 KB증권은 단기어음 인가라는 묵은 숙제도 해결해야 한다. KB증권은 2017년부터 초대형투자은행(IB)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단기금융업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월 인가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현대증권이 합병 전 받았던 일부 영업정지 징계가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8월 제재가 종료되면서 KB증권은 지난해 12월 인가를 재신청했지만 최근까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금감원의 종합검사 결과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실적 측면에서는 수익성을 더욱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들어 다양한 사업 부문에서 순조로운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자기자본 대비 수익성이 낮은 건 사실이다”며 “1분기 실적도 ROE 측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라고 밝혔다. 실제 KB증권의 올해 1분기 연환산 ROE로 7.32%로 다른 초대형IB인 NH투자증권의 1분기 연환산 ROE 9.7%에 크게 못미친다.  KB금융그룹 계열사 12곳 내에서도 KB생명보험(6.5%)에 이어 두 번째로 ROE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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